
숙소를 100곳 넘게 묵으면서 배운 게 있다. 여행지 사진은 근사해도 숙소가 동선에서 벗어나면 하루가 금방 피곤해진다는 것. 일본 나고야 여행 숙소를 고를 때도 객실 사진보다 먼저 역 위치와 밤에 돌아오는 길을 봤다. 나고야는 먹거리와 볼거리가 여러 구역에 흩어져 있어서, 어디에 자느냐에 따라 같은 1박 2일도 꽤 다르게 느껴진다.
나고야역 근처가 무조건 편한 건 아니었다
처음 숙소를 검색하면 나고야역 주변이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중부국제공항에서 메이테쓰 열차를 타면 나고야역까지 빠른 편은 약 28분. 도착해서 짐을 맡기거나 다음 날 다른 도시로 이동할 계획이라면 이 위치가 확실히 편하다. 특히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 하는 일정이라면 역 주변에 묵는 이점이 크다.
그런데 예약 화면의 ‘나고야역 도보 5분’은 그대로 믿지 않는 편이 좋다. 나고야역은 철도 회사별 승강장과 출구가 나뉘어 있다. 숙소까지의 5분이 내가 실제로 내리는 메이테쓰 승강장 기준인지 확인해야 한다. 캐리어를 끌고 지하 통로와 신호등을 지나면 체감 거리가 달라진다. 객실 창밖이 큰길이나 선로를 향하는지도 볼 부분이다. 접근성은 좋아도 잠이 예민한 사람에겐 아쉬울 수 있다.
반대로 저녁마다 식당을 찾아 걷고 싶다면 사카에나 후시미가 더 잘 맞을 수 있다. 사카에는 상점과 음식점이 모여 있어 밤 동선이 편한 편이고, 후시미는 나고야역과 사카에 사이에 있다. 다만 사카에 숙소는 지도상 역과 가까워도 유흥가 쪽 골목인지 살펴야 한다. 조용한 숙소를 원한다면 같은 지역 안에서도 큰길에서 한두 블록 떨어진 위치가 나을 때가 있다.
객실 사진보다 먼저 확인할 네 가지
일본 도심 숙소를 볼 때 내가 먼저 확인하는 건 방 이름보다 평면도와 최근 후기다. 광각 사진은 침대 옆 통로를 넓어 보이게 만든다. 둘이 캐리어를 펼칠 예정이라면 객실 면적, 침대 크기, 바닥에 짐을 놓을 공간을 따로 봐야 한다. ‘더블룸’이라는 이름만으로 넉넉한 방을 기대하면 당황하기 쉽다.
- 역까지의 거리보다 실제 이용할 출구와 이동 경로를 확인한다.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사람은 출구 위치도 중요하다.
- 최근 후기에서 소음, 냄새, 청소 상태를 반복해서 언급하는지 본다. 한 건의 불만보다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 욕실 사진은 객실 전체 사진과 분리해서 본다. 샤워 공간과 세면대가 예상보다 좁을 수 있다.
- 무료 취소 기한, 체크인 시간, 짐 보관 가능 여부를 예약 조건에서 직접 확인한다. 늦게 도착하는 항공편이라면 특히 그렇다.
조식 포함 여부도 취향에 따라 판단이 갈린다. 나고야에는 카페에서 아침을 먹는 ‘모닝’ 문화가 있다. 밖에서 아침을 먹고 싶다면 숙소 조식이 꼭 필요하지 않다. 다만 아이와 함께 움직이거나 이른 시간에 출발한다면 호텔에서 바로 먹는 편이 편할 수 있다. 숙박비 차액과 아침 이동 시간을 함께 따져보면 된다.
1박 2일이라면 욕심내지 않는 동선이 좋다
나고야성, 오스 상점가, 사카에, 박물관을 하루에 전부 넣으면 이동과 식사 대기로 시간이 쪼개진다. 첫날 오후에 도착한다면 숙소에 짐을 맡기고 사카에와 오스 중 한 구역을 천천히 걷는 편이 낫다. 저녁엔 미소카츠나 테바사키를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식이다. 식당 하나를 위해 시내를 가로질러 이동하기보다 그날 걷는 구역에서 식사를 고르면 피로가 덜하다.
둘째 날은 관심사에 따라 한 곳을 중심에 두면 된다. 역사와 건축이 좋다면 나고야성과 혼마루어전을, 기계와 자동차가 좋다면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을 고를 만하다. 나고야성은 천수각 내부 관람이 제한돼 있으니 ‘성에 올라가는 일정’을 기대했다면 방문 전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게 좋다. 아이가 기차를 좋아한다면 리니어 철도관도 선택지지만, 항구 쪽으로 이동해야 하므로 시내 일정과 묶을 때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교통권도 무조건 사면 이득인 건 아니다. 나고야 관광 안내에는 지하철 24시간권과 시내버스·지하철 1일권이 따로 소개돼 있다. 걷는 시간이 길고 지하철을 두세 번만 탄다면 일반 승차가 나을 수 있다. 또 공항철도나 리니어 철도관으로 가는 아오나미선까지 시내 교통권 하나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방문할 곳을 정한 뒤 적용 노선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런 여행이라면 나고야가 아쉬울 수도 있다
나고야의 장점은 대도시 이동이 비교적 수월하고, 음식과 박물관을 취향대로 엮기 좋다는 점이다. 반면 숙소 창문을 열면 자연 풍경이 펼쳐지는 휴양을 기대한다면 중심가 숙박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유명 식당 몇 곳만 찍고 돌아오는 일정도 대기와 이동에 비해 기억에 남는 시간이 적을 수 있다. 먹고 걷는 도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숙소는 결국 여행에서 무엇을 오래 하고 싶은지에 맞춰 고르게 된다. 다음 날 이동이 중요하면 나고야역, 저녁 산책과 식사가 중요하면 사카에, 두 구역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싶다면 후시미를 먼저 살펴보겠다. 사진 속 침대보다 밤에 지친 발로 돌아올 길이 그 숙소의 만족도를 더 정확히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