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말린 시래기를 꺼내면 꼭 나오는 말이 있어요. “집에서 삶았더니 질겨서 못 먹겠더라고요.” 저도 주방 초년생 때 물에 잠깐 불린 시래기를 곧장 양념해 볶았다가 줄기를 씹느라 한참 애먹었습니다. 말린 시래기 요리는 양념보다 먼저 불리기와 삶기가 끝나야 해요. 그다음에는 물을 얼마나 붓고 어느 불에서 졸이느냐가 맛을 가릅니다.
말린 시래기 80g은 이렇게 불리고 삶아요
말린 시래기 80g이면 된장지짐 2~3인분 정도가 나옵니다. 큰 그릇에 시래기를 넣고 찬물을 넉넉히 부어 8~12시간 불리세요. 더운 날에는 냉장고에 넣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중간에 물을 한 번 갈면 묵은 냄새도 덜해요. 급하다고 마른 시래기를 바로 끓이면 겉은 풀어져도 두꺼운 줄기 속은 오래 질길 수 있습니다.
불린 시래기는 흐르는 물에 두세 번 흔들어 씻고, 냄비에 담아 잠길 만큼 물을 부어요.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춰 뚜껑을 덮고 60~90분 삶습니다. 얇은 잎은 먼저 부드러워지니 줄기를 손가락으로 눌러 확인하세요. 납작하게 눌리고 쉽게 휘어지면 됐습니다. 줄기가 뻣뻣하면 물을 보충해 20~30분 더 삶으면 돼요. 포장지에 삶는 시간이 적혀 있다면 그 시간부터 확인하되, 마지막 판단은 줄기의 감촉으로 합니다.
불을 끈 뒤에는 삶은 물에서 20~30분 식히고 헹굽니다. 굵은 줄기 끝에 섬유질이 거슬리면 끝을 살짝 꺾어 벗겨내고, 한입에 먹기 좋게 4~5cm로 잘라요. 껍질을 전부 벗기려다 잎까지 뜯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삶아서 냉동한 시래기를 샀다면 이 과정은 건너뛰고, 해동한 뒤 물기를 가볍게 짜서 사용하면 됩니다.
된장지짐 재료는 이만큼 준비해요
삶아 손질한 시래기 약 300g에 된장 1큰술 반(약 27g), 다진 마늘 1큰술(약 15g), 들기름 1큰술(15ml), 국간장 1작은술(5ml), 물 또는 멸치육수 350ml를 준비합니다. 대파 1/2대와 들깨가루 2큰술은 있으면 넣으세요. 여기서 큰술은 15ml, 작은술은 5ml 계량스푼 기준입니다. 된장 짠맛이 제각각이라 국간장은 처음부터 다 넣지 않고 끝에 맛을 보며 넣을 거예요.
멸치육수가 없으면 물로 해도 괜찮아요. 대파를 빼도 되고, 들깨가루 대신 마지막에 깨를 조금 뿌려도 됩니다. 들깨가루를 넣으면 국물이 걸쭉해지니 그때는 물을 50ml 정도 더 준비하세요. 시래기가 150g뿐이라면 양념과 물을 모두 절반으로 줄여 작은 냄비에 지지는 게 편합니다. 넓은 팬에 적은 양을 펼치면 물이 너무 빨리 날아가거든요.
양념을 먼저 버무린 뒤 약불로 지져요
손질한 시래기의 물기를 두 손으로 가볍게 짭니다. 너무 바싹 짜면 양념이 고루 퍼지지 않아요. 시래기에 된장, 마늘, 들기름을 넣고 손으로 1분쯤 조물조물 버무리세요. 잎과 줄기 사이에 된장을 먼저 묻혀야 끓인 뒤에도 한쪽만 짜지 않습니다. 저는 예전에 냄비 물에 된장을 풀고 시래기를 넣었다가 국물만 진하고 줄기는 싱거운 지짐을 만든 적이 있어요.
냄비에 버무린 시래기를 담고 물 350ml를 부은 뒤 중불에 올립니다. 가장자리에서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낮추고 뚜껑을 덮어 20분 지져요. 중간에 한두 번 뒤집어 바닥에 붙지 않게 합니다. 물이 졸아 냄비 바닥이 드러나면 50ml씩 보충하세요. 처음부터 물을 많이 부으면 지짐보다 국처럼 되고, 센 불로 빨리 졸이면 줄기가 맛을 머금기 전에 바닥부터 탑니다.
20분 뒤 대파를 넣고 5분 더 끓입니다. 들깨가루를 쓴다면 이때 넣고 2~3분 저어주세요. 국물이 시래기 사이에 자작하게 남았을 때 불을 끄고 맛을 봅니다. 싱거우면 국간장을 1/2작은술씩 더하고, 된장 향이 충분하면 국간장 없이 끝내도 좋아요. 불을 끈 뒤 10분 두면 뜨거울 때보다 간이 차분하게 느껴집니다.
질기거나 짜졌을 때는 이렇게 수습해요
지졌는데도 줄기가 질기다면 양념을 더 넣지 말고 물 100ml를 보충해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15~20분 더 끓이세요. 이미 된장이 들어간 상태라 센 불로 오래 끓이면 물만 날아가 짜집니다. 특히 굵은 줄기 몇 개만 질기다면 그 부분을 잘게 썰어 다시 끓이는 편이 빠릅니다.
간이 짜졌다면 물 100ml와 간하지 않은 두부 1/2모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5분 끓여요. 두부가 짠맛을 없애주는 건 아니지만, 함께 먹는 한 숟갈의 간을 낮춰줍니다. 반대로 맛이 밋밋하면 소금부터 더하기보다 국물을 3~5분만 뚜껑 열고 졸여보세요. 이미 된장이 충분히 들어갔다면 물이 많아서 흐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래기지짐은 갓 끓였을 때도 좋지만, 한 번 식혔다가 데우면 줄기까지 양념 맛이 더 고르게 납니다. 처음부터 시래기를 충분히 부드럽게 삶고, 마지막에는 자작한 물을 남기는 것. 집에서 해 먹을 때 저는 이 두 지점을 가장 오래 살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