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연말정산 서류를 보다가 연봉과 과세표준이 왜 이렇게 다른지 궁금해졌습니다. 연봉이 5,000만 원이면 그 금액 전체에 세율을 곱하는 줄 알기 쉽거든요. 그런데 세금을 계산할 때는 소득의 종류에 맞는 공제 등을 먼저 반영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 세율을 적용할 기준으로 남은 금액이 과세표준입니다.
과세표준은 세율을 적용하는 금액
과세표준을 이해할 때는 ‘번 돈’, ‘세율을 적용할 금액’, ‘실제로 낼 세금’을 구분하면 편합니다. 소득세에서는 수입에서 필요한 경비와 소득공제 등을 반영해 과세표준을 구하고, 여기에 세율을 적용해 산출세액을 계산합니다. 이후 세액공제나 이미 낸 세금을 반영해야 납부액 또는 환급액이 나옵니다. 과세표준만 보고 최종 세금을 단정할 수 없는 이유죠.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도 이름은 비슷하지만 쓰이는 단계가 다릅니다. 소득공제는 세율을 적용하기 전의 과세표준을 낮추는 데 반영됩니다. 세액공제는 세율을 적용해 계산한 세금에서 빼는 항목입니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을 100만 원 줄이는 것과 계산된 세금에서 100만 원을 빼는 것은 같은 효과가 아닙니다.
직장인은 총급여에서 어떤 순서로 계산할까
직장인의 경우 출발점은 통장에 들어온 실수령액이 아니라 연간 근로소득입니다. 여기서 비과세소득을 제외하면 총급여액이 됩니다. 국세청이 안내하는 연말정산 흐름에 따르면, 총급여액에서 근로소득공제를 빼 근로소득금액을 구하고 인적공제, 연금보험료공제, 특별소득공제와 그 밖의 소득공제 등을 반영해 과세표준을 계산합니다. 일부 공제에는 한도가 있어 실제 신고 금액은 개인별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 연간 근로소득에서 비과세소득을 빼 총급여액을 구합니다.
- 총급여액에서 근로소득공제를 빼 근로소득금액을 구합니다.
- 적용 가능한 소득공제를 반영해 과세표준을 구합니다.
-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한 뒤 감면·세액공제와 이미 낸 세금을 반영합니다.
숫자로 보면 더 간단합니다. 여러 공제를 거친 과세표준이 2,0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국세청이 안내하는 소득세 기본세율에서는 1,400만 원까지 6%, 이를 넘는 600만 원에 15%를 적용합니다. 산출세액은 84만 원과 90만 원을 더한 174만 원입니다. 과세표준 2,000만 원 전체에 15%를 곱한 300만 원이 아닙니다. 여기서도 세액공제와 기납부세액을 반영해야 실제 납부액을 알 수 있습니다.
사업자는 매출과 과세표준을 구분하기
사업을 하면 매출이 곧 과세표준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종합소득세에서는 장부를 작성한 사업자의 총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빼 사업소득금액을 구합니다. 다른 종합소득이 있다면 해당 소득도 함께 따지고, 적용 가능한 공제 등을 반영한 뒤 과세표준이 나옵니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두 가게라도 경비와 공제 조건이 다르면 과세표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다른 소득이 없는 사업자의 총수입금액이 6,000만 원이고 인정되는 필요경비가 2,000만 원이라면 사업소득금액은 4,000만 원입니다. 여기에 적용 가능한 소득공제가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과세표준은 3,000만 원이 됩니다. 이 경우 기본세율로 계산한 산출세액은 1,400만 원의 6%인 84만 원에 나머지 1,600만 원의 15%인 240만 원을 더한 324만 원입니다. 실제 신고에서는 다른 소득, 공제 한도, 감면과 세액공제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장부를 쓰지 않는 사업자는 소득금액 계산에 경비율이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도 매출에서 마음대로 비용을 빼는 방식은 아닙니다. 증빙과 적용 대상에 따라 계산이 달라지니, 사업 관련 지출 내역을 평소에 챙겨 두면 신고할 때 금액을 확인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부가가치세에서는 뜻이 어떻게 달라질까
같은 과세표준이라는 말도 세금 종류에 따라 가리키는 금액이 다릅니다. 부가가치세에서 일반과세자의 과세표준은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가액입니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10만 원을 받고 물건을 팔았다면 공급가액 100만 원과 부가가치세 10만 원을 구분합니다. 이 거래의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은 110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입니다.
그렇다고 부가가치세 납부액이 무조건 10만 원인 것도 아닙니다. 일반과세자는 매출세액에서 공제 가능한 매입세액 등을 반영해 납부세액을 계산합니다. 간이과세자는 계산 방식이 또 다릅니다. 소득세 자료와 부가가치세 자료를 함께 볼 때 숫자가 다르게 보인다면, 우선 어느 세금의 과세표준인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세금 서류에서 낯선 금액을 만났을 때는 그 숫자 앞에서 무엇을 빼고, 뒤에서 무엇을 계산하는지 따라가 보면 이해가 됩니다. 과세표준은 세금 계산의 중간 지점입니다. 연봉이나 매출과 바로 비교하기보다 계산 과정을 한 단계씩 보는 편이 오해를 줄여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