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세계약 비용을 확인하던 지인이 중개보수 옆에 적힌 ‘실비’를 보고 물었습니다. 중개보수는 예상했지만 실비가 무엇을 뜻하는지, 누가 내는지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부동산 거래에서는 두 금액의 성격이 다릅니다. 청구서를 받았다면 금액부터 보기보다 어떤 일에 든 비용인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중개보수와 실비는 무엇이 다를까
중개보수는 매매나 임대차를 중개한 업무의 대가입니다. 주택 거래에서는 거래금액에 따른 상한요율과 한도액을 확인하고, 그 범위 안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공인중개사가 금액을 협의합니다. 반면 실비는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특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든 비용입니다. 중개보수를 협의했다고 해서 실비까지 같은 방식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인중개사법 제32조가 실비를 받을 수 있도록 정한 업무는 두 가지입니다.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하는 일과 계약금 등의 반환채무 이행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등기사항증명서나 관련 공부를 발급받아 권리관계를 확인하면서 비용이 들었다면 실비 항목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약 진행비’처럼 이름만 붙인 금액을 그대로 실비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업무에 얼마가 들었는지가 먼저 드러나야 합니다.
누가 내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실비는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나누어 청구하는 비용이 아닙니다.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제20조에 따르면 권리관계 등의 확인에 든 실비는 매도인이나 임대인 등 권리를 이전하려는 중개의뢰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계약금 등의 반환채무 이행을 보장하는 데 든 실비는 매수인이나 임차인 등 권리를 취득하려는 중개의뢰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 항목은 청구 대상부터 다르므로 내역서에 묶여 있다면 나누어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가령 임차인이 보증금 2억 원인 주택의 전세계약을 맺는다고 해봅시다. 중개보수와 별도로 ‘권리관계 확인 실비’가 임차인에게 청구됐다면, 단순히 소액이라는 이유로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해당 항목이 왜 임차인 몫인지 설명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계약금 반환채무 이행 보장을 위한 별도 비용이라면 어떤 보장 조치를 했고 실제 얼마가 들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사례의 거래금액은 청구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예시일 뿐, 실비를 보증금에 비례해 계산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금액은 영수증과 지역 기준으로 대조한다
시행규칙은 개업공인중개사가 실비를 청구할 때 영수증 등을 첨부하도록 규정합니다. 따라서 ‘실비 3만 원’이라는 한 줄만 받았다면 발급·열람 내역이나 보장 조치에 관한 증빙, 각 비용의 산출 내역을 요청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실제 지출이 2천 원인 항목을 근거 없이 3만 원으로 적었다면 이름이 실비여도 금액의 근거가 부족합니다.
주택 중개 실비의 세부 한도는 시·도 조례도 함께 봐야 합니다. 같은 실비라는 표현을 쓰더라도 거래 지역의 기준을 확인하지 않고 전국에 하나의 금액을 적용하면 틀릴 수 있습니다. 중개사무소와 물건의 소재지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시행규칙에 따라 중개사무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의 조례 기준을 적용합니다. 중개사무소에는 중개보수와 실비의 요율·한도액표를 게시하도록 되어 있으니, 현장에서 이를 확인해도 됩니다.
청구서를 받았다면 이렇게 대조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내역을 세 줄로 나누어 보는 것입니다. 첫째, 중개보수의 거래금액·적용 요율·계산 금액을 확인합니다. 둘째, 실비가 권리관계 확인 비용인지 계약금 반환채무 이행 보장 비용인지 적어 봅니다. 셋째, 각 실비의 청구 대상과 영수증 금액을 대조합니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도 중개보수와 실비의 금액 및 산출 내역을 적는 칸이 있으므로, 계약 서류와 청구서의 숫자가 같은지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구서에 중개보수 60만 원과 실비 5천 원이 적혀 있다면, 두 금액을 합쳐 60만 5천 원이라고만 확인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60만 원은 해당 거래의 상한과 협의 금액을, 5천 원은 비용의 용도·청구 대상·증빙을 각각 대조해야 합니다. 설명이 부족하면 항목별 내역을 다시 받아 거래 서류와 함께 보관해 두는 것이 실용적입니다.
실비는 작은 금액으로 표시되는 일이 많지만, 지급 근거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 당사자와 중개사가 비용의 성격을 같은 말로 이해하려면 ‘무슨 비용인지, 누구에게 청구하는지, 실제 얼마가 들었는지’가 서류에 분명하게 남아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