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EV5 구매를 고민하는 지인이 유출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습니다. “28년형이라는데, 내년에 나온다는 말도 있고 못 나온다는 말도 있네?” 사진 한 장에 연식, 출시 시점, 국내 판매 여부가 뒤섞이면 헷갈릴 만합니다. 특히 전기차는 같은 이름으로 팔려도 시장에 따라 배터리와 생산지가 다를 수 있어, 해외 소식을 국내 일정으로 바로 옮겨 읽으면 판단이 틀어집니다.
유출 사진에서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
최근 국내에서 위장막 없이 포착된 EV5는 앞뒤 범퍼와 실내 화면 구성이 달라진 모습으로 보도됐습니다. 기존의 운전석·공조·중앙 화면 배치 대신, 운전석 앞의 가느다란 계기 화면과 조수석 쪽까지 길게 뻗은 화면이 눈에 띕니다. 다만 사진 속 차가 국내 판매용 양산차라는 확인은 없습니다. 차량에 필리핀 수출용으로 보이는 표기가 있었다는 보도도 있어, 특정 시장을 위한 사양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합니다.
호주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자료가 나왔습니다. 현지 승인 서류를 확인한 자동차 매체들은 부분변경 EV5의 전륜구동 출력이 160㎾에서 175㎾로, 사륜구동 시스템 출력이 230㎾에서 249㎾로 올라간다고 전했습니다. 이것은 호주 판매 사양에 관한 수치입니다. 국내 EV5의 현재 출력과 나란히 놓고 ‘국내 신형도 똑같이 바뀐다’고 해석하면 안 됩니다.
28년형이라는 이름이 2027년 출시를 막지는 않는다
“28년형이니 내년인 2027년에는 출시할 수 없다”는 설명은 연식과 판매 연도를 혼동한 것입니다. 자동차의 연식 표기는 실제 판매가 시작되는 달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2028년형으로 불리는 차가 2027년에 먼저 공개되거나 판매되는 일도 가능합니다. 반대로 2027년에 공개된 차가 국내에는 더 늦게 들어올 수도 있죠.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28년형 EV5의 2027년 출시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아 호주법인은 부분변경 EV5의 현지 도입 시점을 2027년 중반으로 언급했고, 호주 승인 자료도 그 일정과 맞물려 있습니다. 다만 호주에서의 출시 가능성과 한국에서의 출시 확정은 전혀 다른 단계입니다. ‘내년 출시 불가’라는 제목을 봤다면, 어느 나라의 어떤 사양을 말하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국내 일정이 따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
지금 국내에서 판매되는 EV5는 기아가 공개한 제원상 스탠다드 60.3㎾h, 롱레인지 81.4㎾h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롱레인지 전륜구동의 국내 인증 복합 주행거리는 460㎞입니다. 반면 호주 부분변경 자료에 적힌 배터리 용량은 스탠다드 64.2㎾h, 롱레인지 88.1㎾h입니다. 숫자부터 다른 만큼 호주 자료의 출력, 주행거리, 충전 성능을 국내 신형의 확정 사양처럼 소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판매까지 이어지려면 국내에 어떤 배터리와 모터를 넣을지 정하고, 그 구성으로 효율과 주행거리 인증을 거쳐 가격과 판매 일정을 발표해야 합니다. 포착 사진은 디자인 변화의 단서이고, 해외 승인 서류는 해당 시장 사양의 단서입니다. 둘 다 국내 출시 날짜를 알려주는 자료는 아닙니다. 현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2027년 국내 출시가 불가능하다’도, ‘2027년 국내 출시가 확정됐다’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EV5를 사려는 사람은 무엇을 비교해야 할까
차가 당장 필요하다면 아직 국내 발표가 없는 부분변경 모델을 기준으로 구매 시점을 미루기보다, 현재 판매 중인 EV5의 조건을 먼저 계산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롱레인지 전륜구동은 국내 인증 기준 460㎞, 사륜구동은 휠에 따라 406~420㎞입니다. 같은 롱레인지라도 구동 방식과 휠 선택에 따라 주행거리 차이가 생깁니다. 겨울철 실주행거리는 인증 수치보다 짧아질 수 있으니 평소 충전 여건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부분변경 모델을 기다릴 수 있다면 앞으로 볼 것은 세 가지입니다. 기아의 국내 출시 발표, 국내 사양의 인증 제원, 실제 계약 가능 시점입니다. 새 화면이나 높아진 출력이 마음에 들어도 국내 적용 여부가 확인되기 전에는 구매 조건으로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제 생각에는 유출 사진보다 국내 판매 사양표 한 장이 훨씬 값진 정보입니다. 그때가 되면 기다린 시간에 걸맞은 변화인지도 차분히 비교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