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장원영 화보를 넘겨보다가 한 장에서 손이 멈췄다. 평소 익숙했던 사랑스러운 분위기인데, 배경과 표정은 어딘가 거칠고 단단했다. 같은 사람이 맞는데 처음 보는 장면처럼 느껴지는 순간. 드라마를 볼 때도 이런 장면이 나오면 다시 돌려보게 되는데, 마리끌레르 2026년 4월호의 장원영·미우미우 커버가 딱 그랬다.
이번 커버를 보는 재미는 ‘무슨 옷을 입었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옷의 질감, 공간의 분위기, 장원영의 시선이 서로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한다. 화보와 함께 공개된 인터뷰를 읽고 나니 그 차이가 더 선명해졌다. 사진에서 먼저 느꼈던 단단함이 말에서도 이어졌달까.
사랑스러운 미우미우가 거친 공간에 들어가면
이번 화보는 매끈하고 예쁜 배경에 인물을 세우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장원영도 인터뷰에서 다소 거칠고 강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촬영해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우미우에 대해 자신이 느껴온 첫인상은 사랑스러움에 가까웠다고도 했다. 그 말을 읽고 사진을 다시 보니, 낯선 배경을 고른 이유가 조금 이해됐다.
드라마에서 늘 밝게 등장하던 인물이 조용한 장면에 서면 표정부터 다시 보게 되지 않나. 이 커버도 비슷하다. 장원영에게 익숙한 반짝임은 남아 있는데, 주변이 그 반짝임을 마냥 가볍게 읽히지 않도록 붙잡는다. 잡지가 내세운 ‘순수함과 강인함’이라는 방향이 사진의 분위기와 맞물리는 지점이다.
나는 이 대비가 특히 좋았다. 화보가 장원영에게 갑자기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라고 요구하는 느낌은 아니다. 이미 알고 있던 얼굴을 조금 다른 조명 아래 놓은 쪽에 가깝다. 그래서 과하게 힘을 준 장면보다 시선을 오래 붙드는 컷들이 생긴다. 예쁜 사진 한 장을 넘어, 다음 페이지의 표정까지 궁금해지는 식이다.
옷을 하나씩 보면 분위기가 더 또렷해진다
마리끌레르가 공개한 화보에는 키드 모헤어 재킷과 스커트, 프린트 실크 스카프, 발레리나 슈즈를 함께 입은 컷이 있다. 부드러운 모헤어와 가벼운 스카프, 단정한 신발이 만나니 소녀 같은 이미지가 먼저 보인다. 그런데 같은 화보 안에서 울 폴로 스웨터에 포플린 셔츠, 테크니컬 저지 스커트와 가죽 부티를 매치하면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옷의 선이 또렷해지면서 시선도 장원영의 표정으로 옮겨간다.
스웨이드 재킷과 포플린 드레스, 에이프런을 겹친 착장도 눈에 남았다. 소재와 형태가 한꺼번에 들어오는데도 인물이 옷에 묻히지 않는다. 선글라스와 가방처럼 존재감이 큰 소품을 쓴 컷까지 이어서 보면, 이번 화보는 하나의 스타일만 반복하지 않는다. 같은 배우의 서로 다른 장면을 이어 붙인 것처럼 페이지마다 온도가 조금씩 바뀐다.
물론 미우미우 특유의 여러 겹을 쌓아 올린 스타일이 취향을 탈 수는 있다. 단순한 옷차림을 좋아한다면 소품이 많다고 느낄 만하다. 나도 모든 착장이 똑같이 마음에 든 건 아니다. 다만 그 복잡함 덕에 시선이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스카프를 보고, 신발을 보고, 다시 얼굴로 돌아오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인터뷰를 읽으면 커버의 표정도 달리 보인다
화보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 인터뷰가 꽤 큰 몫을 한다. 장원영은 평소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만, 꾸밈없는 모습이 주는 매력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만 봤을 때는 ‘강한 콘셉트’라고 받아들였던 컷이, 이 말을 알고 나면 자연스러움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단단해 보이려고 애쓰는 표정보다는 자기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표정에 가깝다.
자기 확신에 관한 답도 기억에 남는다. 장원영은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자신을 믿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에서 흔들림 없어 보이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원래부터 자신감이 넘칠 거라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 확신을 매일 쌓는 노력과 연결해 말하니 인상이 달라졌다. 화보 속 침착한 눈빛에도 조금 더 구체적인 무게가 실린다.
또 하나 좋았던 대목은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퇴근 후 먹는 저녁이나 샤워처럼 작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답은 화려한 사진과 의외로 잘 어울렸다. 큰 장면을 찍은 사람도 하루가 끝나면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인터뷰를 읽고 커버로 돌아왔을 때, 나는 멋진 포즈보다 그 안의 편안함을 더 오래 보게 됐다.
커버 한 장보다 이어지는 장면이 좋았다
이 화보를 처음 봤을 때는 장원영과 미우미우의 조합이 또 얼마나 잘 맞을지가 궁금했다. 다 보고 나서는 다른 질문이 남았다. 익숙한 이미지를 어디까지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번 4월호는 화려한 착장 하나로 답을 내기보다, 거친 공간과 여러 소재, 차분한 표정을 차례로 보여준다. 그 흐름 덕에 커버 한 장만 볼 때보다 전체 화보를 이어 볼 때 재미가 커진다.
반대로 산뜻하고 사랑스러운 장원영의 모습만 기대했다면 이번 분위기는 조금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 취향에는 그 낯섦이 오히려 좋았다. 늘 보던 사람의 다른 면을 발견하는 일은 좋은 드라마의 한 회를 더 보고 싶어지는 마음과 닮아 있다. 장원영 미우미우 4월호 커버도 내게는 그런 사진으로 남았다. 첫눈에 예쁜 컷보다, 다시 펼칠 때 다른 표정이 보이는 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