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석의 올 시즌 기록을 다시 보다가 평균자책점 5.42와 탈삼진 108개가 나란히 적힌 줄에서 잠깐 멈췄다. 실점을 꽤 했는데도 타자를 잡아내는 힘은 여전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장현석 다저스 유망주 순위 11계단 상승 소식이 더 흥미로웠다. 좋은 기록만 골라 읽을 수도, 높은 평균자책점 하나로 지나칠 수도 없는 시즌이었으니까.
21위에서 10위로 오른 순위의 기준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다저스 구단 유망주 평가에서 장현석은 2026시즌을 앞두고 21위였고, 2027시즌을 앞둔 평가에서는 10위에 올랐다. 정확히 11계단 상승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다저스 구단 안에서 매긴 순위라는 것.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10위가 된 것은 아니고, 다른 매체의 순위까지 한꺼번에 오른 것도 아니다.
그래도 다저스의 유망주층을 생각하면 팀 내 10위 진입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같은 평가에서 1~3위는 외야수 호수에 데파울라, 마이크 시로타, 에두아르도 킨테로가 차지했다. 투수로 범위를 좁혀도 장현석 앞에는 크리스티안 사수에타와 잭 루트가 있다. 여러 포지션의 유망주와 경쟁한 끝에 상위 10명 안에 들었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확실히 달라졌다.
평균자책점 5.42보다 눈에 들어온 숫자
마이너리그 공식 기록에 따르면 장현석은 2026년 20경기, 18차례 선발로 나와 81⅓이닝을 던졌다. 5승 3패, 평균자책점 5.42, 이닝당 출루 허용률 1.41. 이 수치만 보면 압도적인 시즌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같은 기간 삼진을 108개 잡았다. 9이닝당 약 12개다. 볼넷은 32개여서 삼진과 볼넷의 비율도 약 3.4대 1이었다.
평균자책점은 실제로 내준 점수를 보여주니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유망주를 볼 때는 타자를 스스로 잡아낼 능력이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도 중요하다. 장현석은 실점 억제에는 숙제를 남겼지만, 헛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위도 숫자로 증명했다. 구위를 높게 보는 평가와 5점대 평균자책점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다.
2024년에는 36⅔이닝 동안 삼진 68개와 볼넷 27개를 기록했다. 그때도 삼진 능력은 두드러졌지만 볼넷 부담이 컸다. 2026년에는 투구 이닝이 두 배 넘게 늘어난 가운데 삼진 108개, 볼넷 32개를 남겼다. 두 시즌의 환경과 투구 내용이 같지는 않다. 그래도 삼진과 볼넷 사이의 간격이 넓어진 변화는 반갑다.
상위 리그 네 번의 선발 등판
시즌 중 흐름은 승격 전후로 나눠 보면 선명하다. 싱글A 온타리오에서 16경기 67이닝을 던진 장현석은 85탈삼진에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했다. 7월 말 하이싱글A 그레이트 레이크스로 올라간 뒤에는 4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해 14⅓이닝 동안 23탈삼진, 볼넷 3개, 평균자책점 3.14를 남겼다.
승격 직후인 7월 30일 경기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출발했다. 다음 등판에서는 삼진 10개를 잡았다. 상위 리그에서 타자를 상대하며 이런 장면을 만들었다는 점이 순위 상승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네 경기만으로 제구 문제가 해결됐다거나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좋은 흐름이 시작됐는지 확인하기에 표본이 아직 작다.
더구나 8월에는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9월에 복귀했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도 장현석이 한 시즌 내내 마운드에 머무르지 못한 점을 높은 평가의 제약으로 짚었다. 순위는 올랐지만, 꾸준히 등판하며 이닝을 쌓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평가받아야 한다.
다음 시즌에는 무엇을 볼까
내가 가장 궁금한 숫자는 순위보다 하이싱글A에서의 선발 등판 횟수다. 2026년처럼 짧은 기간에 삼진을 몰아잡는 모습이 이어지고, 볼넷을 억제하면서 한 경기 투구 이닝까지 늘어난다면 11계단 상승의 근거가 더 단단해진다. 반대로 건강 문제로 등판 간격이 자주 끊기면 좋은 구위만으로는 평가를 지키기 어렵다.
지금의 10위는 메이저리그 입성이 가까워졌다는 날짜표보다는, 장현석의 공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5.42라는 평균자책점도, 108개의 삼진도 함께 기억하고 싶다. 다음 시즌에는 그 두 숫자의 간격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보는 재미가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