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음료 코너에서 ‘오르조’라고 적힌 제품을 봤는데, 진한 갈색이라 처음엔 커피인 줄 알았어요. 이름도 낯설어서 뭔가 했더니 볶은 보리로 커피 같은 풍미를 낸 음료더라고요. 커피를 마시기엔 시간이 늦었지만 따뜻하고 진한 한 잔이 생각날 때, 오르조는 꽤 괜찮은 선택지입니다. 다만 이름에 오르조가 들어간 제품이 모두 같은 재료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어서 고르기 전에 한 번 살펴볼 부분이 있어요.
오르조는 볶은 보리로 만든 음료예요
오르조는 이탈리아어로 보리를 뜻합니다. 음료로 말할 때는 보리를 볶아 커피처럼 우려내거나, 볶은 보리 추출물을 물에 녹여 마시는 것을 가리켜요. 색은 커피와 비슷하지만 맛은 다릅니다. 커피 특유의 산미나 쌉싸름한 끝맛보다 구수한 곡물 향이 먼저 느껴져요. 볶은 정도가 진한 제품은 토스트 가장자리처럼 살짝 탄 향이 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보리차와 비교하면 감이 빨리 와요. 보리차는 물처럼 가볍게 마시는 경우가 많죠. 오르조는 같은 보리를 쓰더라도 좀 더 진하게 타서 한 잔씩 즐기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우유를 섞으면 라테처럼 부드럽게 마실 수도 있고요. 그래서 ‘커피와 똑같은 맛’을 기대하기보다는 커피 마시던 자리에 놓을 수 있는 구수한 음료로 생각하면 만족하기 쉬워요.
참고로 영어권 요리책에서 보는 오르조는 쌀알처럼 생긴 파스타를 뜻하기도 합니다. 음료 코너의 오르조와 파스타 코너의 오르조는 이름만 같다고 생각하면 헷갈리지 않아요.
카페인이 걱정된다면 원재료부터 확인하세요
보리만 사용한 오르조에는 원두에서 오는 카페인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품 이름에 ‘오르조’가 적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무카페인인 건 아니에요. 볶은 보리에 커피를 섞어 만든 제품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탈리아 제조사 크라스탄의 제품 중에는 보리와 커피를 함께 넣은 종류가 있고, 보리만 넣은 종류도 따로 있어요. 앞면의 분위기보다 뒷면 원재료명이 훨씬 정확한 안내인 셈이죠.
카페인을 피하려고 고른다면 ‘보리 100%’인지, 커피나 커피 추출물이 들어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디카페인 커피가 섞인 제품도 순수 보리 음료와는 구분해서 봐야 해요. 반대로 커피 향을 조금 더 원한다면 혼합 제품이 입맛에 맞을 수 있습니다. 어떤 쪽이 좋은지는 취향과 마시는 시간에 따라 달라져요.
한 가지 더 있어요. 보리는 글루텐을 함유한 곡물입니다. 셀리악병이 있거나 글루텐을 엄격하게 피해야 한다면 ‘카페인이 없다’는 말만 보고 선택하면 곤란해요. 보리 원료와 제품 표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라테나 병 음료는 우유, 설탕, 시럽 같은 재료가 더해질 수 있으니 당류와 알레르기 표시도 함께 보는 게 편합니다.
집에서는 진하기를 조절하며 마시면 쉬워요
처음 오르조를 산다면 물에 바로 녹는 분말형이 다루기 쉽습니다. 크라스탄은 보리만 넣은 자사 분말 제품을 한 잔에 2~3작은술 넣고, 소량의 따뜻한 물이나 우유에 먼저 풀도록 안내해요. 다만 분말의 농도는 제품마다 달라서 포장지에 적힌 양을 기준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처음부터 진하게 만들기보다 한 모금 마신 뒤 분말이나 물을 더하는 편이 실패가 적어요.
- 따뜻하게 마실 때는 컵에 분말을 넣고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 먼저 풀어주세요. 남은 물을 채우면 덩어리가 덜 생깁니다.
- 아이스로 마실 때는 따뜻한 물 소량에 분말을 녹인 다음 찬물과 얼음을 넣으면 섞기 편해요.
- 고소한 맛을 원하면 물 일부를 우유나 무가당 두유로 바꿔보세요. 처음에는 오르조 맛이 묻히지 않도록 조금만 넣는 게 좋습니다.
단맛을 더하고 싶다면 설탕부터 많이 넣기보다 우유를 섞은 뒤 맛을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볶은 보리의 구수함이 부드러워지면서 단맛이 덜 필요할 수 있거든요. 티백이나 추출형 제품을 샀다면 분말처럼 컵에 붓지 말고 해당 제품의 우림 방법을 따르면 됩니다. 같은 오르조라도 형태에 따라 만드는 방식이 꽤 달라요.
내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기준
오르조를 고를 때는 먼저 ‘언제, 어떻게 마실지’를 생각하면 간단해요. 밤에 따뜻하게 한 잔 마실 용도라면 보리만 들어간 분말이나 티백이 잘 맞습니다. 출근길에 바로 마실 거라면 병이나 팩에 든 완제품이 편하고요. 다만 완제품은 같은 용량이라도 당류와 첨가 재료가 다를 수 있으니 영양정보를 한 번 비교해보는 게 좋아요.
맛을 고를 때는 볶은 향의 강도도 중요합니다. 커피 같은 진한 향을 기대한다면 로스팅 향이 뚜렷한 제품이 만족스러울 수 있어요. 평소 연한 보리차를 좋아한다면 진한 제품을 사더라도 물이나 우유를 넉넉히 넣어 시작해보는 편이 낫습니다. 한 통을 사기 전에 소포장으로 맛을 보는 것도 괜찮고요.
오르조는 커피를 억지로 흉내 내기보다 보리 특유의 고소함을 즐길 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오후 늦게 커피 생각이 나는 날, 취향에 맞는 진하기로 한 잔 만들어두면 익숙한 휴식 시간에 작은 변화가 생길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