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소고기 무국을 끓이면 같은 재료를 썼는데도 국물 색이 달라지는 일이 있어요. 대개 고기에서 나온 거품을 걷기 전에 불이 너무 세졌거나, 무를 넣고 오래 끓인 경우입니다. 맑은 국물은 재료를 더 넣어서 만드는 맛이 아니에요. 물 양을 먼저 맞추고, 끓어오르는 순간부터 불을 낮추면 집에서도 담백하고 시원하게 끓일 수 있습니다.
재료는 3~4인분, 물은 1.4L로 시작해요
소고기 양지나 국거리 200g, 무 300g, 물 1.4L, 대파 1대, 국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 약 1/2작은술을 준비합니다. 큰술은 15mL, 작은술은 5mL 기준이에요. 소금은 처음부터 전부 넣지 않고 마지막에 나눠 넣습니다. 냄비 크기와 뚜껑을 여는 시간에 따라 물이 줄어드는 양이 달라지거든요.
양지는 얇게 썬 국거리용을 쓰면 편합니다. 두꺼운 덩어리 고기는 아래 시간만으로 부드러워지지 않으니 5mm 안팎으로 썰거나, 고기를 먼저 충분히 익힌 뒤 무를 넣어야 해요. 무는 껍질의 상한 부분만 도려내고 3~4mm 두께의 나박썰기로 썹니다. 너무 얇으면 끓이는 동안 가장자리가 풀어지고, 너무 두꺼우면 고기가 익은 뒤에도 무 속이 단단할 수 있어요. 대파는 어슷하게 썰어 마지막에 넣습니다.
무가 300g보다 적다면 억지로 다른 채소로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200g만 있다면 물을 1.2L로 줄여 시작하세요. 양파를 넣고 싶을 때는 1/4개 정도만 쓰는 편이 좋아요. 많이 넣으면 단맛이 앞서서 무의 시원한 맛이 흐려집니다. 국간장이 없으면 진간장 2작은술과 소금으로 간을 맞출 수 있지만, 국물 색은 조금 진해져요.
고기부터 끓이고 거품을 걷는 순서
먼저 고기 표면에 묻은 핏물을 키친타월로 가볍게 눌러 닦습니다. 피가 많이 묻어 있으면 찬물에 10분 정도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빼세요. 오래 담가두면 핏물과 함께 고기 맛도 빠집니다. 냄비에 고기와 물 1.4L를 넣고 중불에 올립니다. 차가운 물에서부터 데우면 고기가 익는 동안 맛이 물에 서서히 배어 나와요.
물이 끓기 직전에 회색 거품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이때 국자로 두세 번 걷어내세요. 팔팔 끓인 뒤 걷으려고 하면 거품이 잘게 흩어져 국물이 탁해집니다. 끓기 시작하면 바로 약불로 낮춰 표면에 작은 기포가 드문드문 올라오는 정도로 20분 끓입니다. 뚜껑은 조금 열어 두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센 불로 끓이면 고기 단백질과 지방이 국물에 섞이면서 뽀얘질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바쁜 점심 준비를 하면서 냄비를 세게 끓인 채 다른 반찬을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맛은 괜찮았지만 맑은 무국이라고 내기에는 국물이 꽤 흐렸습니다. 그 뒤로는 거품을 걷는 5분만큼은 냄비 앞을 지킵니다. 맑기를 좌우하는 순간이 길지는 않더라고요.
무를 넣은 뒤에는 약하게, 간은 끝에
고기를 20분 끓인 뒤 썰어 둔 무를 넣고 약불에서 15분 더 끓입니다. 무가 국물에 잠기지 않으면 한두 번만 살짝 눌러 주세요. 자주 휘저으면 무 모서리가 부서져 국물이 흐려집니다. 젓가락이 무 가운데까지 큰 힘 없이 들어가고, 무 가장자리가 반투명해지면 익은 거예요. 이때 고기 한 점도 먹어 보고 질기면 무를 건져 둔 채 고기만 5~10분 더 끓이면 됩니다.
국간장 1큰술과 다진 마늘 1작은술을 넣고 2분 끓인 다음 맛을 봅니다. 소금은 1/4작은술부터 넣고, 부족하면 조금씩 더하세요. 처음 적은 1/2작은술은 대략적인 상한선이지 꼭 다 넣어야 하는 양은 아닙니다. 마늘을 많이 넣으면 알갱이가 떠서 국물이 탁해 보이고 향도 강해지니 이 정도면 충분해요. 마지막에 대파를 넣고 2~3분만 더 끓인 뒤 불을 끕니다.
국물이 줄어 짜다면 뜨거운 물을 100mL씩 더하고 한 번만 끓여 맛을 다시 봅니다. 싱거운데 물맛이 난다면 소금만 계속 넣기보다 약불에서 5분 더 끓여 고기와 무의 맛을 우려내세요. 무가 이미 충분히 익었다면 건져 놓았다가 불 끄기 직전에 돌려 넣으면 물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국물이 탁해졌을 때와 남은 국 보관
끓이는 중 국물이 탁해졌다면 이미 섞인 지방을 거품처럼 완전히 걷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불을 낮추고, 표면에 뜬 기름만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덜어내세요. 바닥까지 휘저어 맑게 만들려 하면 오히려 더 흐려집니다. 맛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 그날은 그대로 먹어도 괜찮아요. 다음번에는 물이 끓어오를 때 거품을 먼저 걷고 불을 낮추면 차이가 납니다.
남은 국은 한 김 식힌 뒤 얕은 밀폐 용기에 나눠 담아 냉장하고, 2~3일 안에 먹는 편이 좋습니다. 다시 데울 때는 먹을 만큼만 덜어 끓이세요. 냉장고에서 꺼낸 국 위에 하얗게 굳은 기름이 보이면 걷어내기 쉽습니다. 무가 국물을 머금어 처음보다 짜게 느껴질 수 있으니 데운 뒤 맛을 보고 뜨거운 물을 조금 더해도 됩니다.
이 국은 간을 세게 밀어붙일수록 고기와 무의 맛이 잘 보이지 않아요. 무가 익는 시간을 기다리고 마지막에 소금을 맞추면, 밥 한 숟갈 곁들였을 때 편안하게 넘어가는 국물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