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7평 원룸에 사는 동생 방을 같이 손봤는데, 가구를 많이 산 것도 아닌데 반나절 지나니 방이 훨씬 넓어 보였습니다. 사실 원룸 꾸미기는 예쁜 소품보다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침대, 책상, 수납장 위치가 먼저 잡혀야 하고, 그다음에 조명과 색을 맞춰야 돈을 덜 씁니다.
저는 셀프 인테리어를 11년 하면서 작은 방을 꽤 많이 만졌습니다. 원룸은 벽 하나만 잘못 칠해도 답답해지고, 선반 하나를 잘못 달아도 생활 동선이 꼬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크게 바꾸기보다, 하루에 끝낼 수 있는 작업과 주말 하루를 잡아야 하는 작업을 나눠서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먼저 버릴 것보다 남길 가구부터 정합니다
원룸 꾸미기를 시작하면 보통 버릴 물건부터 찾는데, 저는 반대로 남길 큰 가구부터 봅니다. 침대, 책상, 옷장, 냉장고처럼 위치를 쉽게 못 바꾸는 것들이 방의 뼈대입니다. 이걸 기준으로 잡지 않으면 수납 박스만 늘어나고 방은 더 좁아집니다.
보통 6~8평 원룸 기준으로 큰 가구는 3개 정도가 적당합니다. 침대 하나, 작업용 책상 하나, 옷 수납 하나. 여기에 낮은 테이블까지 넣으면 바닥이 금방 막힙니다. 특히 침대 옆에 협탁, 책상 옆에 서랍장, 문 앞에 행거까지 두면 청소기가 지나갈 길도 안 나옵니다.
- 침대는 벽에 붙여 통로를 한쪽으로 몰기
- 책상은 콘센트 가까운 곳에 두기
- 행거는 문 열리는 방향과 겹치지 않게 두기
- 자주 쓰는 물건은 허리 높이에 두기
가구를 새로 사기 전에는 마스킹테이프로 바닥에 크기를 표시해보면 좋습니다. 120cm 책상이 생각보다 큽니다. 테이프를 붙여놓고 문을 열고, 의자를 빼고, 빨래 건조대를 펼쳐보면 실제로 쓸 수 있는지 바로 보입니다. 이 작업은 30분이면 충분하고 돈이 들지 않습니다.
색은 3가지 안에서 끝내야 덜 산만합니다
원룸은 한 공간에서 자고, 먹고, 일합니다. 그래서 색이 많으면 방이 작아 보입니다. 벽지는 흰색인데 커튼은 회색, 침구는 네이비, 러그는 베이지, 수납함은 투명 플라스틱이면 눈이 쉴 곳이 없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방식은 기본색 1개, 보조색 1개, 포인트색 1개입니다. 예를 들면 벽과 큰 가구는 화이트나 밝은 우드, 침구와 커튼은 연한 그레이, 작은 소품만 초록이나 검정으로 맞추는 식입니다. 색을 줄이면 비싼 가구가 아니어도 방이 단정해 보입니다.
페인트를 직접 칠하고 싶다면 원룸 전체보다 한쪽 벽만 권합니다. 벽 한 면 기준으로 젯소 1통, 수성 페인트 1리터, 롤러와 붓, 커버링 테이프까지 잡으면 재료비가 대략 4만~7만 원 정도 나옵니다. 건조 시간까지 넣으면 최소 반나절, 초보자는 하루를 잡는 게 맞습니다. 인터넷에서 2시간 완성이라고 하는 건 보양 작업과 청소 시간을 뺀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월세 원룸은 꼭 계약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원상복구 얘기가 있으면 페인트보다 커튼, 패브릭 포스터, 탈부착 조명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쪽이 낫습니다. 벽지 위에 강한 접착제를 쓰면 나중에 벽지가 같이 뜯겨서 보증금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조명만 바꿔도 방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원룸 천장등은 대부분 하얗고 강한 빛입니다. 밥 먹고 공부할 때는 괜찮은데, 쉬는 공간으로는 너무 사무실 느낌이 납니다. 조명은 원룸 꾸미기에서 비용 대비 체감이 큰 작업입니다.
전구 색은 주광색보다 전구색이나 온백색이 편합니다. 전구색은 노란빛이 강해서 아늑하고, 온백색은 너무 노랗지 않아서 작업과 휴식 사이에 무난합니다. 책상 스탠드 하나, 침대 옆 간접등 하나만 추가해도 천장등을 덜 켜게 됩니다.
단, 천장 조명 본체를 교체하는 작업은 전기 배선이 들어갑니다. 차단기를 내리고 하는 작업이라 해도 초보자가 무리해서 할 일은 아닙니다. 전등 커버를 빼서 전구만 교체하는 수준이면 괜찮지만, 전선 연결이 필요한 등기구 교체는 관리실이나 전기 시공자를 부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건 아끼다가 사고 나면 비용 문제가 아닙니다.
- 전구 교체: 초보자 가능, 10~20분
- 스탠드 설치: 초보자 가능, 5분
- 레일 조명 설치: 전문가 권장
- 천장 등기구 배선 교체: 전문가 권장
수납은 숨기는 것과 보여주는 것을 나눕니다
좁은 방에서 모든 물건을 숨기려고 하면 수납장이 커지고, 모든 물건을 꺼내두면 방이 지저분해집니다. 그래서 보이는 물건과 숨길 물건을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매일 쓰는 컵, 향수, 책 3~5권 정도는 보여줘도 됩니다. 계절 옷, 공구, 여분 케이블, 약 봉투 같은 건 닫히는 박스에 넣는 게 낫습니다.
선반을 달고 싶다면 벽 상태부터 봐야 합니다. 석고보드 벽에 일반 나사만 박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빠집니다. 가벼운 액자 정도는 가능해도 책 여러 권을 올릴 선반은 석고앙카나 스터드 위치 확인이 필요합니다. 전동드릴을 새로 살지 고민된다면 하루 대여도 방법입니다. 선반 한두 개 때문에 10만 원 넘는 드릴 세트를 사는 건 조금 아깝습니다.
선반 작업은 초보자 기준으로 1개 설치에 40분~1시간 정도 잡으면 됩니다. 준비물은 수평계, 연필, 줄자, 드릴, 앙카, 나사입니다. 여기서 수평계를 빼먹으면 사진으로 볼 때는 괜찮아도 실제로 컵을 올렸을 때 한쪽으로 미끄러집니다. 작은 수평계는 비싸지 않으니 하나쯤 있으면 커튼봉, 액자, 선반 달 때 계속 씁니다.
원룸 꾸미기 예산은 10만 원 단위로 나눠 잡습니다
처음부터 50만 원을 들고 가구 쇼핑을 하면 필요 없는 걸 꽤 사게 됩니다. 저는 원룸을 손볼 때 1차 예산을 10만 원 안팎으로 잡습니다. 커튼, 전구, 침구 커버, 멀티탭 정리함 정도만 바꿔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다음 2주 정도 살아보고 부족한 수납이나 가구를 추가합니다.
예를 들어 10만 원 안에서는 암막 커튼 3만~5만 원, 전구와 스탠드 2만~4만 원, 침구 커버 3만~5만 원 정도로 잡을 수 있습니다. 20만 원 안으로 넓히면 낮은 수납장이나 러그까지 가능합니다. 러그는 예쁘지만 머리카락과 먼지가 잘 보이니 청소 습관이 없는 사람에게는 추천을 세게 하지 않습니다.
원룸 꾸미기에서 제일 아까운 돈은 사이즈 안 맞는 가구입니다. 반품비도 들고, 조립했다가 다시 빼는 것도 일입니다. 가구는 반드시 가로, 세로, 높이를 재고 엘리베이터와 현관 폭도 같이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매트리스와 책상 상판은 들어올 때부터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 원룸을 꾸밀 때는 방을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생활이 덜 불편하게 만드는 쪽이 오래 갑니다. 조명은 눈이 편해야 하고, 수납은 손이 닿아야 하고, 가구는 지나갈 길을 남겨야 합니다. 사진 찍었을 때 예쁜 방보다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 숨이 좀 트이는 방이 결국 더 좋은 방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