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조립 처음 해봤더니, 드라이버보다 중요한 건 순서였다

컴퓨터조립 처음 해봤더니, 드라이버보다 중요한 건 순서였다

부품 박스를 뜯는 순간부터 일이 시작됐다

얼마 전 오래 쓰던 데스크톱이 영상 편집만 켜면 팬 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청소만 하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저장 공간도 부족하고 게임 로딩도 길어져서 결국 컴퓨터조립을 직접 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자신 있었던 건 아니다. 부품 이름은 대충 알아도, 메인보드 위에 뭘 어디까지 힘줘서 꽂아야 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이번에 맞춘 사양은 라이젠 계열 CPU, 공랭 쿨러, DDR5 메모리 2개, M.2 SSD, 미들타워 케이스, 700W 파워 조합이었다. 고사양 끝판왕은 아니고, 작업과 게임을 둘 다 적당히 하는 현실적인 구성에 가까웠다. 부품값만 보면 조립비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를 아끼는 셈인데, 실제로 해보니 돈보다 더 크게 남는 건 내 컴퓨터 구조를 알게 된다는 점이었다.

조립 전에 미리 해두면 덜 헤매는 것들

막상 해보니 컴퓨터조립은 손재주보다 준비가 더 중요했다. 십자드라이버 하나면 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부족하다. 자석 팁이 있는 드라이버가 있으면 작은 나사를 떨어뜨렸을 때 훨씬 편하다. 케이블타이도 몇 개 있으면 뒤판 선정리할 때 체감이 컸다. 다만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선 배치를 노리면 시간이 훅 간다. 전원이 켜지는지 확인한 뒤에 다듬는 쪽이 덜 지친다.

  • 메인보드 설명서는 버리지 말고 바로 옆에 펼쳐두기
  • 나사는 케이스, 파워, 메인보드용을 섞지 않기
  • CPU 방향 표시 삼각형을 먼저 확인하기
  • 메모리는 권장 슬롯 위치를 설명서에서 확인하기
  • 케이스 전면 패널 케이블은 사진 찍어두며 꽂기

특히 메인보드 설명서는 생각보다 많이 보게 된다. 인터넷 영상은 전체 흐름을 잡는 데 좋지만, 내 보드의 램 슬롯 순서나 전면 패널 핀 위치는 결국 설명서가 제일 정확했다. 제조사마다 표시 방식이 조금씩 달라서 ‘대충 비슷하겠지’로 가면 여기서 시간이 새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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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장됐던 순간은 CPU와 전원 케이블

CPU를 소켓 위에 올릴 때는 괜히 숨을 참게 된다. 힘으로 누르는 부품이 아니라 방향을 맞춰 얹는 부품이라, 제대로 놓이면 거의 저절로 자리 잡는다. 여기서 억지로 밀면 안 된다. 쿨러 장착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는데, 써멀구리스가 미리 발려 있는 제품이면 보호 비닐만 꼭 확인하면 된다. 이 비닐을 안 떼고 장착하는 실수가 은근히 유명한데, 직접 해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 긴장하면 눈앞의 큰 것만 보인다.

전원 케이블은 종류가 많아서 처음엔 복잡해 보였다. 그래도 크게 보면 메인보드 24핀, CPU 보조전원 8핀, 그래픽카드 보조전원, 저장장치 전원 정도다. 문제는 모양이 비슷해 보이는 케이블을 헷갈릴 수 있다는 점이다. CPU 케이블과 그래픽카드용 PCIe 케이블은 라벨을 보고 꽂는 게 안전했다. 파워서플라이 쪽 모듈러 단자도 제품 설명서를 같이 봐야 한다.

전원이 안 켜졌을 때 제일 먼저 본 것

내 경우 첫 시도에서는 전원이 안 들어왔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는데, 원인은 케이스 전원 버튼 케이블이었다. 작은 핀 두 개에 꽂는 선이라 방향과 위치를 착각하기 쉬웠다. 전원 버튼, 리셋 버튼, 전원 LED, 저장장치 LED 선이 한꺼번에 모여 있어서 더 그렇다. 이 부분은 손이 큰 사람에게 꽤 불친절하다.

다시 설명서를 보고 PWR SW 위치에 맞춰 꽂으니 바로 팬이 돌았다. 이때 느낀 건, 처음 조립에서 문제의 상당수는 고장보다 연결 실수라는 점이다. 램이 덜 꽂혔거나, 모니터 케이블을 그래픽카드가 아니라 메인보드에 꽂았거나, CPU 보조전원을 빼먹는 식이다. 부품 불량을 의심하기 전에 연결부터 천천히 보는 게 훨씬 현실적이었다.

조립 순서는 이렇게 하니 덜 복잡했다

처음엔 케이스 안에서 전부 조립하려고 했는데, 해보니 메인보드에 CPU, 쿨러, 램, M.2 SSD를 먼저 장착하고 케이스에 넣는 방식이 편했다. 케이스 안은 공간이 좁아서 작은 나사를 다루기 어렵다. 특히 M.2 SSD 고정 나사는 작아서 한 번 떨어뜨리면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 메인보드 위에 CPU 장착
  • 쿨러와 램, M.2 SSD 장착
  • 케이스에 메인보드 스탠드오프 위치 확인
  • 메인보드를 케이스에 고정
  • 파워서플라이 장착 후 주요 전원 연결
  • 그래픽카드 장착
  • 전면 패널, USB, 오디오 케이블 연결

이 순서가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작업이 많아서 덜 불안했다. 케이스에 넣은 뒤에는 손이 들어가는 각도가 제한되기 때문에, 작은 부품일수록 바깥에서 처리하는 쪽이 낫다. 다만 대형 공랭 쿨러는 케이스나 램 간섭이 있을 수 있으니 높이와 위치는 미리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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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해보니 알게 된 현실적인 장단점

컴퓨터조립의 장점은 분명하다. 원하는 부품을 고를 수 있고, 나중에 업그레이드할 때 겁이 덜 난다. 예를 들어 SSD를 하나 더 달거나 램을 늘리는 작업이 예전보다 훨씬 쉽게 느껴진다. 내부 먼지 청소도 어디를 조심해야 하는지 알게 되니 덜 막막했다.

단점도 있다.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나는 사진 찍고 설명서 보면서 하느라 윈도우 설치 전까지 약 3시간 정도 걸렸다. 숙련자라면 1시간 안쪽으로도 하겠지만, 처음이라면 반나절은 비워두는 게 마음 편하다. 또 부팅이 안 될 때 원인을 직접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조립비를 아끼는 대신 그만큼의 긴장과 시간을 쓰는 셈이다.

그래도 다시 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다시 할 것 같다. 컴퓨터조립은 막연히 어려운 기술이라기보다, 순서를 지키고 설명서를 읽고 서두르지 않는 작업에 가까웠다. 완성 후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팬이 돌고 바이오스 화면이 뜨는 순간이 꽤 짜릿했다. 다음번에는 처음보다 훨씬 덜 겁먹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컴퓨터조립 처음 해봤더니, 드라이버보다 중요한 건 순서였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