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기 시금치나물은 데치는 시간이 거의 전부예요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아기 반찬으로 시금치나물을 만들었는데, 같은 재료를 써도 어떤 분 것은 달고 부드럽고 어떤 분 것은 질기고 물컹했어요.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끓는 물에 넣고 20초를 넘겼는지, 찬물에 얼마나 빨리 식혔는지, 물기를 얼마나 짰는지였어요.
아기 시금치나물은 어른 반찬처럼 마늘 향을 세게 내거나 참기름을 넉넉히 넣으면 맛은 좋아도 아이 입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특히 돌 전후나 유아식 초반이라면 간은 아주 약하게 잡고, 시금치의 풋내를 빼면서도 씹기 편한 부드러움을 만드는 게 먼저예요.
저는 주방에서 오래 일하면서 나물은 양념보다 손질과 불 조절이 더 중요하다는 걸 자주 느꼈습니다. 양념을 잘해도 데칠 때 망가지면 다시 살리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아기용 시금치나물은 재료를 단순하게 두고, 데치는 시간과 물기 조절을 정확히 잡는 방식이 제일 안정적입니다.
재료와 양, 없을 때 대체하는 기준
아기 시금치나물 2~3회분 기준으로 시금치 150g을 준비합니다. 손질하고 데치면 양이 확 줄어서 작은 반찬통 하나 정도 나와요. 아기가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면 100g만 해도 충분합니다.
- 시금치 150g
- 물 1.2L
- 소금 1작은술, 데치는 물용
- 국간장 1/3작은술 또는 아기 간장 1/2작은술
- 참기름 1/3작은술
- 깨소금 아주 약간, 생략 가능
아직 간을 거의 하지 않는 아기라면 국간장과 아기 간장을 빼고, 데칠 때 넣은 소금물의 아주 약한 간만 남겨도 됩니다. 참기름도 처음 먹이는 경우라면 2~3방울만 넣어 향을 확인하는 정도가 좋아요. 깨는 통깨보다 곱게 간 깨소금이 낫고, 알레르기나 소화가 걱정되면 빼도 괜찮습니다.
시금치가 없다면 포항초나 섬초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잎이 두껍고 단맛이 강한 시금치는 데치는 시간을 5~10초 정도 더 줘도 되고, 여린 시금치는 25초 안에서 끝내는 게 좋습니다. 냉동 시금치를 쓴다면 이미 데쳐진 제품이 많아서 끓는 물에 오래 넣지 말고 뜨거운 물에 10초 정도만 풀어 식히는 쪽이 낫습니다.
손질은 흙 제거와 줄기 굵기 맞추기가 중요해요
시금치는 뿌리 쪽에 흙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아기 반찬으로 만들 때는 대충 헹구면 안 되고, 밑동을 살짝 잘라낸 뒤 줄기가 붙어 있는 부분을 벌려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합니다. 저는 큰 볼에 물을 받아 2번 흔들어 씻고, 마지막에 흐르는 물로 한 번 더 헹깁니다.
뿌리 부분이 너무 굵으면 반으로 가르세요. 줄기 굵기가 들쭉날쭉하면 얇은 잎은 무르고 굵은 줄기는 질겨집니다. 요리교실에서도 이 부분을 지나치면 꼭 식감이 안 맞아요. 아기용은 입안에서 오래 씹히면 뱉는 경우가 많아서 줄기 굵기를 맞추는 게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잎이 너무 큰 시금치는 데치기 전에 길이를 반으로 자르지 말고, 데친 뒤에 자르는 게 좋습니다. 생시금치를 먼저 잘게 자르면 씻을 때 영양분이 빠져나가는 느낌도 있고, 데치면서 작은 조각이 물에 흩어져 물기 짜기가 어려워집니다.
데치는 시간은 25~35초, 찬물은 바로
냄비에 물 1.2L를 붓고 팔팔 끓입니다. 물이 적으면 시금치를 넣는 순간 온도가 확 떨어져 풋내가 남기 쉽습니다. 물이 끓으면 소금 1작은술을 넣고, 시금치 줄기 부분부터 넣은 뒤 잎까지 눌러 담습니다. 여린 시금치는 25초, 줄기가 조금 굵으면 35초 정도면 충분합니다.
여기서 오래 데치면 부드러워지는 게 아니라 물컹해집니다. 특히 아기 시금치나물은 잘게 자를 거라서 데친 뒤에도 잔열이 남아 더 익습니다. 그래서 냄비 안에서 완전히 익힌다는 생각보다, 살짝 숨이 죽고 초록색이 선명해지는 순간 꺼내야 합니다.
꺼낸 시금치는 바로 찬물에 넣어 식힙니다. 찬물에 오래 담가두면 단맛이 빠지니 30초에서 1분 정도만 흔들어 열을 빼세요. 그다음 두 손으로 꼭 짜는데, 너무 세게 비틀면 줄기가 으깨져 질척합니다. 손바닥으로 눌러 물이 똑똑 떨어지지 않을 정도가 좋습니다.
아기 입에 맞게 무치는 순서
물기를 짠 시금치는 1~1.5cm 길이로 잘게 썹니다. 아직 씹는 힘이 약한 아기라면 더 짧게 다져도 됩니다. 다만 믹서에 갈아버리면 나물 특유의 식감이 없어지고 물이 생기기 쉬워서 저는 칼로 잘게 자르는 쪽을 권합니다.
볼에 썬 시금치를 넣고 먼저 손으로 가볍게 풀어주세요. 덩어리진 상태에서 간장을 넣으면 한쪽만 짜집니다. 그다음 국간장 1/3작은술을 넣고 먼저 무친 뒤, 마지막에 참기름 1/3작은술을 넣습니다. 참기름을 먼저 넣으면 기름막이 생겨 간이 덜 배는 느낌이 납니다. 작은 차이지만 나물에서는 꽤 큽니다.
간을 봤을 때 어른 입에 싱겁다 싶어야 아기에게 맞습니다. 유아식은 밥이랑 같이 먹기 때문에 반찬 자체가 딱 맞으면 전체 식사는 짤 수 있어요. 깨소금은 마지막에 아주 조금만 넣고, 처음 먹이는 재료가 있다면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섞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질기거나 물이 생겼을 때 수습하는 법
시금치가 질기다면 데치는 시간이 짧았거나 줄기가 너무 굵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무친 뒤라면 다시 오래 볶거나 삶기보다, 가위로 더 잘게 잘라 밥이나 죽에 섞는 게 낫습니다. 국물 조금 있는 된장국에 넣어 한소끔만 끓여도 아이가 먹기 쉬워집니다.
반대로 물이 많이 생겼다면 처음 물기를 덜 짠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간장을 더 넣으면 짜지기만 하니, 체에 5분 정도 받쳐 물을 빼고 다시 무치세요. 이미 간이 들어갔다면 깨소금을 아주 조금 넣어 수분을 잡을 수 있지만, 아기용은 많이 넣지 않는 게 좋습니다.
쓴맛이 난다면 시금치 상태가 오래됐거나 뿌리 쪽 흙냄새가 덜 빠졌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잎 끝이 축 처진 것보다 줄기가 단단하고 잎 색이 선명한 걸 고르세요. 보관은 데친 뒤 냉장 2일 안에 먹이는 게 좋고, 오래 둘 거라면 양념하지 않은 데친 시금치를 소분해 냉동하는 편이 낫습니다. 먹일 때는 해동 후 물기를 다시 잡고 아주 약하게 무치면 됩니다.
아기 시금치나물은 재료가 단순해서 쉬워 보이지만, 사실 작은 실수가 바로 식감으로 드러나는 반찬입니다. 물 넉넉히 끓이고, 짧게 데치고, 바로 식히고, 간은 마지막에 아주 약하게 잡으면 실패가 확 줄어요. 저도 처음 아이 반찬을 만들 때는 괜히 좋은 재료를 많이 넣으려 했는데, 오래 해보니 아기 반찬은 덜 넣고 정확히 익히는 쪽이 훨씬 편안한 맛을 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