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주말에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하나 들고 나갔는데, 가방 안에서 제일 손이 자주 간 게 올림푸스 뮤2였다. 이름은 워낙 많이 들었지만 막상 써보니 ‘작고 예쁘다’만으로 설명하기엔 장점도 단점도 꽤 선명했다.
손바닥에 들어오는 크기가 생각보다 큰 장점이었다
올림푸스 뮤2는 35mm 필름을 쓰는 자동 카메라다. 렌즈는 35mm f/2.8 단렌즈이고, 전원을 켜면 앞 덮개가 옆으로 밀리면서 렌즈가 나온다. 이 구조가 은근히 편하다. 렌즈캡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고,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켜고 찍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실제로 하루 들고 다녀보면 무게보다 부피가 더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큰 필름 카메라는 ‘찍으러 나간 날’에 어울리는데, 뮤2는 그냥 카페 가는 길, 산책길, 여행 중 편의점 앞에서도 꺼내게 된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만드는 게 이 제품의 가장 강한 매력이다.
사진은 선명한데, 모든 상황에서 만능은 아니었다
뮤2가 유명해진 가장 큰 이유는 렌즈다. 35mm 화각은 사람, 골목, 음식, 풍경을 두루 담기 좋고 f/2.8이라 낮에는 꽤 안정적으로 찍힌다. 밝은 날에 ISO 200이나 400 필름을 넣고 찍으면 기대보다 또렷한 결과물이 나온다. 필름 특유의 부드러움은 남아 있는데, 초점이 맞은 부분은 꽤 똑똑하게 잡힌다.
그런데 실내에서는 조금 다르다. 자동 플래시가 생각보다 자주 튀어나온다. 어두운 식당이나 저녁 카페에서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는데 플래시가 터져서 사진이 납작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플래시를 끄는 모드가 있지만, 전원을 껐다 켜면 다시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매번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자동초점 카메라라서 빠르고 편하지만, 유리창 너머 피사체나 아주 가까운 물건을 찍을 때는 빗나갈 때가 있다. ‘대충 눌러도 예쁘게 나오는 카메라’에 가깝지만, ‘무조건 실패 없는 카메라’는 아니었다.
중고로 살 때는 외관보다 작동감을 봐야 했다
올림푸스 뮤2는 지금 새 제품으로 사는 카메라가 아니라 대부분 중고로 구한다. 그래서 상태 확인이 꽤 중요하다. 겉면 생활기스는 크게 문제 되지 않지만, 전원 슬라이드가 뻑뻑하거나 렌즈가 나오는 속도가 이상하면 찝찝하다. 이 카메라는 전면 커버를 여닫는 구조라 그 부분이 사용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 전원을 켰을 때 렌즈가 부드럽게 나오는지
- 셔터를 눌렀을 때 지연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지
- 플래시 충전이 되는지
- 필름실 스펀지나 내부 부식 흔적이 없는지
- 배터리 접점에 녹이 없는지
배터리는 보통 CR123A 계열을 쓴다. 편의점마다 있는 건 아니라서, 여행 전에 미리 챙기는 편이 낫다. 필름을 넣고 나서야 이상을 발견하면 한 롤이 통째로 아까워질 수 있으니, 빈 상태에서 기본 작동을 확인하는 게 좋았다.
비싼 이유는 이해되지만, 가격만 보고 따라가긴 애매하다
뮤2는 한때 ‘작고 잘 찍히는 자동 필름 카메라’의 대표처럼 이야기됐다. 그래서 중고 가격도 꽤 올라갔다. 문제는 가격이 올라갈수록 기대치도 같이 커진다는 점이다. 막상 받아 든 카메라는 플라스틱 바디의 작은 자동카메라라서, 처음엔 “이게 이 가격이라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사진 결과물만 보면 분명 좋다. 하지만 비슷한 자동 필름 카메라 중에도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모델이 있다. 뮤2의 값어치는 사진 품질 하나보다 크기, 디자인, 방진·생활방수 성격의 바디, 빠른 사용감이 합쳐진 데서 나온다. 즉 결과물만 보고 사면 아쉬울 수 있고, 매일 들고 다닐 카메라를 찾는다면 만족도가 올라간다.
내가 느낀 올림푸스 뮤2의 진짜 위치
며칠 써보니 뮤2는 ‘필름 입문자에게 무조건 추천’이라기보다, 자동카메라의 편함을 정확히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카메라였다. 조리개나 셔터속도를 만지는 재미는 거의 없다. 대신 꺼내고, 밀고, 누르는 과정이 짧다. 그 단순함 덕분에 사진을 더 자주 찍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용 서브 카메라로 가장 설득력이 있었다. 메인 카메라를 따로 들고 가더라도, 뮤2는 주머니나 작은 가방에 넣어두고 예상 못 한 장면을 잡기 좋다. 다만 중고 가격이 너무 높게 느껴진다면 꼭 이 모델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상태 좋은 개체를 적당한 가격에 만났을 때, 그때 꽤 기분 좋게 오래 쓸 수 있는 카메라라고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