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프랜차이즈창업을 고민한다며 같이 박람회에 가자고 했다. 솔직히 처음엔 브랜드만 잘 고르면 어느 정도 길이 보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상담 부스를 몇 군데 돌고, 예상 투자금 표를 받아보고, 실제 점포 운영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이 꽤 달라졌다. 간판보다 먼저 봐야 할 건 유행이 아니라 숫자였다.
프랜차이즈창업은 혼자 시작하는 가게보다 덜 외롭다는 장점이 있다. 메뉴 개발, 인테리어, 물류, 교육, 홍보 자료까지 본사가 어느 정도 틀을 잡아준다. 근데 그만큼 내가 마음대로 바꾸기 어려운 부분도 생긴다. 그래서 ‘유명한 브랜드니까 괜찮겠지’보다는 ‘내가 감당할 구조인가’를 먼저 따져봐야 했다.
상담장에서 제일 먼저 흔들린 건 초기 비용이었다
상담 자료를 보면 보통 가맹비, 교육비, 보증금, 인테리어비, 주방 설비, 간판, 초도 물품 같은 항목이 따로 적혀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총액만 보게 되는데, 실제로는 빠져 있는 비용이 꽤 있다. 철거비, 냉난방 보강, 전기 증설, 화장실 보수, 외부 사인물 추가 같은 돈은 점포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15평 안팎의 작은 매장이라도 업종에 따라 7천만 원대에서 1억 원을 훌쩍 넘는 견적이 나왔다. 특히 주방 장비가 많은 외식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금액이 커졌다. 상담 직원이 말한 ‘최소 창업 비용’은 정말 최소 조건에 가까웠다. 좋은 자리, 깔끔한 점포, 추가 공사 없음이라는 조건이 붙어야 가능한 숫자였다.
여기서 내가 느낀 건 단순하다. 창업 비용은 안내 책자 숫자에 최소 10~20% 정도 여유를 더 붙여 봐야 마음이 덜 불안하다. 시작 전에 돈을 거의 다 써버리면 오픈 후 2~3개월 매출이 흔들릴 때 버틸 힘이 없다.
매출보다 월 고정비를 먼저 계산하게 됐다
처음엔 월매출 3천만 원, 4천만 원 같은 말이 크게 들렸다. 그런데 조금만 들여다보니 중요한 건 매출이 아니라 남는 돈이었다. 재료비, 임대료, 인건비, 로열티, 배달 수수료, 카드 수수료, 전기요금, 관리비가 빠지고 나면 체감은 완전히 달라진다.
간단히 계산해봤다. 월매출이 3천만 원이고 재료비가 35%면 1,050만 원이 나간다. 직원 2명을 쓰고 인건비로 600만 원, 임대료 250만 원, 로열티와 각종 수수료 200만 원, 공과금과 기타 비용 150만 원을 잡으면 이미 2,250만 원이다. 여기서 대출 이자, 세금, 소모품, 폐기 비용까지 더하면 생각보다 사장 몫은 얇아진다.
물론 업종마다 다르다. 무인 매장이나 소형 테이크아웃 매장은 인건비 부담이 낮을 수 있고, 반대로 회전율이 낮은 업종은 임대료가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본사에서 제시하는 평균 매출만 보지 말고 내 지역, 내 임대료, 내가 직접 일할 시간까지 넣어 계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브랜드 인지도만 믿으면 놓치는 것들
프랜차이즈창업에서 브랜드 인지도는 분명 힘이 있다. 손님이 처음 보는 가게보다 아는 간판에 더 쉽게 들어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유명한 브랜드라고 해서 모든 상권에서 잘 되는 건 아니었다. 같은 브랜드라도 역세권, 주거지, 오피스 상권, 학원가에서 매출 구조가 달랐다.
특히 본사 상담에서 가장 조심해서 들어야 할 말은 ‘이 상권 괜찮습니다’였다. 본사도 점포를 늘려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예비 창업자가 직접 확인해야 할 부분이 남는다. 최소한 평일 점심, 평일 저녁, 주말 오후로 나눠서 유동인구를 봐야 한다. 그냥 사람이 많은 것과 내 업종 손님이 많은 건 다르다.
- 근처에 같은 업종 경쟁 매장이 몇 개인지 확인한다.
- 배달 앱에서 주변 매장 리뷰 수와 가격대를 비교한다.
- 점심 장사형인지, 저녁 장사형인지 시간대별로 본다.
- 임대료가 매출 예상치에 비해 과하지 않은지 계산한다.
- 본사 물류비와 필수 구매 품목 범위를 확인한다.
이 다섯 가지만 봐도 막연한 기대가 조금 현실적인 판단으로 바뀐다. 특히 필수 구매 품목은 꼭 봐야 한다. 같은 재료라도 본사 지정 물류로만 사야 하면 원가 조절 여지가 줄어든다.
계약서에서 은근히 중요한 부분
상담 분위기가 좋으면 계약 이야기가 빨리 나온다. 프로모션 기간이라 가맹비를 깎아준다거나, 특정 지역은 곧 마감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그런데 프랜차이즈창업은 계약서가 생활을 바꾸는 일이라서 급하게 사인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맹 계약 기간, 갱신 조건, 중도 해지 위약금, 영업지역 보호 범위, 인테리어 재시공 조건, 광고비 분담 기준은 꼭 읽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서 브랜드의 가맹점 수, 폐점 수, 평균 매출 같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상담 중 알게 됐다. 이 자료는 완벽한 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말로만 듣는 장밋빛 전망을 한 번 걸러준다.
개인적으로는 폐점 수를 유심히 보게 됐다. 새로 생긴 매장이 많아도 그만큼 문 닫는 매장이 많다면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유행 업종인지, 본사 지원이 약한지, 수익 구조가 빡빡한지 더 물어봐야 한다.
내가 다시 본다면 이렇게 볼 것 같다
지인과 상담을 다녀온 뒤, 프랜차이즈창업은 ‘쉬운 창업’이라기보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하는 창업’에 가깝다고 느꼈다. 본사의 시스템을 빌리는 대신 비용과 의무도 같이 따라온다. 그래서 초보자에게 편한 부분이 있는 만큼, 숫자를 제대로 안 보면 더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내가 다시 브랜드를 고른다면 세 가지를 먼저 볼 것 같다. 첫째, 월 고정비를 낮게 가져갈 수 있는 구조인지. 둘째, 점주가 직접 일했을 때와 직원을 썼을 때 수익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셋째, 본사가 위기 상황에서 어떤 지원을 해왔는지. 신메뉴 포스터만 많이 주는 곳보다 원가, 운영, 교육을 꾸준히 잡아주는 곳이 더 현실적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실제 운영 중인 점주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다. 본사 설명회에서는 잘 안 나오는 피로감이 있다. 피크타임에 얼마나 바쁜지, 폐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바 구하기가 힘든지, 클레임은 어떤 식으로 들어오는지 같은 이야기 말이다. 이런 얘기가 오히려 창업 판단에는 더 쓸모 있었다.
프랜차이즈창업을 가볍게 볼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겁만 먹을 필요도 없다고 느꼈다. 브랜드 이름보다 내 생활비, 버틸 수 있는 기간, 직접 일할 체력, 상권의 실제 흐름을 같이 놓고 보면 선택지가 꽤 선명해진다. 남들이 많이 한다는 이유보다 내가 감당 가능한 구조인지 묻는 게 먼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