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안동찜닭을 했는데, 같은 재료를 써도 한 냄비는 국물이 넉넉하고 한 냄비는 간장이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레시피가 틀린 게 아니라 불 세기와 물 양, 그리고 당면 넣는 순서가 달랐던 거예요. 찜닭은 어려운 음식처럼 보이지만 사실 닭을 먼저 삶아 잡내를 빼고, 양념 물을 넉넉히 잡은 뒤, 마지막에 당면을 넣는 흐름만 지키면 집에서도 꽤 안정적으로 나옵니다.
안동찜닭 재료와 양 맞추기
4인분 기준으로 닭볶음탕용 닭 1kg, 감자 2개, 양파 1개, 당근 1/2개, 대파 1대, 청양고추 2개, 납작당면 100g을 준비합니다. 떡을 넣고 싶으면 150g 정도가 적당하고, 감자를 줄이면 떡을 조금 더 넣어도 됩니다.
양념은 진간장 100ml, 물 700ml, 맛술 3큰술, 설탕 2큰술, 물엿 2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 1/3작은술, 후추 약간입니다. 색을 진하게 내고 싶으면 노두유 1작은술을 넣어도 되지만 없으면 빼도 됩니다. 굴소스가 있으면 1큰술만 넣어 감칠맛을 보탤 수 있고, 이때 간장은 90ml로 줄이면 짜지 않습니다.
- 닭 1kg 기준 물은 처음에 700ml가 편합니다.
- 당면 100g 이상 넣을 때는 물을 100ml 더 잡습니다.
- 감자를 크게 썰면 익는 시간이 길어지니 2.5cm 정도가 좋습니다.
- 아이와 먹을 때는 청양고추를 빼고 대파를 조금 더 넣습니다.
닭 손질은 잡내보다 식감 때문에 합니다
닭은 흐르는 물에 씻으면서 뼛조각과 핏덩이를 빼주세요. 특히 등뼈 쪽에 검붉은 부분이 남아 있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냄새가 납니다. 저는 껍질을 다 벗기지는 않습니다. 껍질에서 나오는 기름이 양념을 부드럽게 잡아주거든요. 대신 노란 지방 덩어리만 가위로 잘라냅니다.
냄비에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붓고 센 불에서 끓입니다. 물이 끓으면 닭을 넣고 3분만 데친 뒤 건져냅니다. 오래 삶으면 닭맛이 빠져나가니 3분이면 충분합니다. 데친 닭은 미지근한 물로 겉의 거품을 가볍게 씻습니다. 여기서 찬물에 오래 담가두면 닭껍질이 질겨질 수 있습니다.
양념을 붓고 끓이는 순서
깨끗한 냄비에 데친 닭, 물 700ml, 진간장, 맛술, 설탕, 다진 마늘, 생강, 후추를 넣습니다. 물엿은 처음부터 넣어도 되지만 저는 중간에 넣습니다. 처음부터 단맛이 강하면 감자와 당근이 익기도 전에 국물이 눌어붙기 쉽습니다.
처음 8분은 뚜껑을 열고 센 불로 끓입니다. 이때 잡내가 날아가고 양념이 닭에 붙기 시작합니다. 그다음 감자와 당근을 넣고 중불로 낮춰 12분 정도 끓입니다. 중불은 국물이 계속 움직이되 냄비 가장자리에서 세게 튀지 않는 정도입니다. 가정용 가스레인지라면 센 불에서 한 칸 반 정도 줄인 느낌이고, 인덕션은 10단 기준 6 정도가 맞습니다.
감자를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반 정도 들어가면 양파와 대파, 물엿을 넣습니다. 이때부터 국물 맛이 빠르게 진해집니다. 간을 봤을 때 조금 싱거워야 정상입니다. 아직 당면이 들어가면 간을 빨아들이고 국물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당면 넣는 시간이 찜닭 맛을 가릅니다
납작당면은 미리 30분 정도 찬물에 불려둡니다. 급하면 따뜻한 물에 10분 불려도 되지만, 너무 뜨거운 물을 쓰면 겉만 물러지고 속은 딱딱하게 남습니다. 제가 주방 초반에 많이 했던 실수가 바로 당면을 너무 일찍 넣는 거였습니다. 닭이 익기도 전에 당면을 넣으면 국물을 다 먹어버리고 냄비 바닥이 금방 탑니다.
당면은 마지막 6분에 넣습니다. 국물이 자작하게 남아 있을 때 넣고, 젓가락으로 살살 풀어줍니다. 이때 바닥까지 한 번씩 들어 올리듯 섞어야 당면이 붙지 않습니다. 국물이 부족하면 뜨거운 물을 100ml씩 추가합니다. 찬물을 넣으면 끓는 힘이 떨어져 당면이 퍼질 수 있습니다.
색이 너무 연하면 간장을 더 넣기보다 2분 정도 더 졸이는 편이 낫습니다. 간장을 바로 추가하면 짠맛만 튑니다. 반대로 짜다면 물 150ml와 양파 1/2개를 더 넣고 5분 끓이면 맛이 부드러워집니다. 감자가 다 부서질 것 같으면 감자는 잠깐 덜어냈다가 마지막에 다시 넣으면 됩니다.
실패했을 때 바로 고치는 법
국물이 너무 많을 때
뚜껑을 열고 중강불로 5분 정도 끓입니다. 당면이 이미 들어간 상태라면 불을 너무 세게 올리지 마세요. 당면이 바닥에 붙어서 탄맛이 납니다. 국물이 많아도 간이 맞으면 억지로 오래 졸이지 않는 게 낫습니다. 밥 비벼 먹기에는 살짝 넉넉한 국물이 더 좋을 때도 많습니다.
닭이 퍽퍽할 때
대부분 너무 오래 끓였거나 처음 데칠 때 오래 삶은 경우입니다. 이미 퍽퍽해졌다면 국물에 잠기도록 뒤집어 두고 약불에서 3분만 더 둡니다. 완전히 부드러워지지는 않아도 양념이 다시 배면서 먹기 편해집니다.
단맛이 강할 때
간장만 더 넣으면 짜고 단 맛이 됩니다. 물 100ml, 다진 마늘 1작은술, 대파 한 줌을 넣고 4분 끓이는 쪽이 낫습니다. 청양고추 1개를 반 갈라 넣어도 단맛이 눌립니다. 매운맛이 싫다면 양파 대신 양배추 한 줌을 넣어도 괜찮습니다.
안동찜닭은 재료가 화려해야 맛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닭 1kg에 물 700ml, 당면은 마지막 6분, 센 불에서 시작해 중불로 익히는 흐름만 기억하면 실패가 확 줄어듭니다. 저는 집에서 만들 때 감자와 당면을 조금 넉넉히 넣는 편입니다. 닭보다 양념 밴 감자 하나, 쫀득한 당면 한 젓가락이 더 먼저 없어지는 날도 많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