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외주 맡겨봤더니, 예쁜 시안보다 먼저 챙겨야 했던 것들

디자인외주 맡겨봤더니, 예쁜 시안보다 먼저 챙겨야 했던 것들

얼마 전 작은 행사 포스터를 만들 일이 있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디자인외주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대충 원하는 분위기만 말하면 디자이너가 알아서 예쁘게 만들어주겠지 싶었다. 그런데 막상 진행해보니 예쁜 결과물은 마지막 단계였고, 그 전에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꽤 많았다.

특히 처음 외주를 맡길 때는 가격보다 더 헷갈리는 게 있다.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수정은 몇 번까지 가능한지, 내가 원하는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이다. 직접 겪어보니 디자인 실력만 보는 것보다 소통 방식과 작업 범위를 확인하는 게 훨씬 중요했다.

처음엔 가격부터 봤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디자인외주를 검색하면 가격 차이가 꽤 크다. 간단한 배너는 몇만 원대도 있고, 브랜딩이나 상세페이지처럼 기획이 들어가는 작업은 수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도 간다. 처음엔 당연히 저렴한 쪽에 눈이 갔다. 같은 포스터 한 장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싶었다.

근데 견적서를 몇 개 받아보니 이유가 보였다. 어떤 곳은 시안 1개, 수정 1회 기준이었다. 또 어떤 곳은 기획 회의, 문구 다듬기, 이미지 소스 제안, 최종 파일 전달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같은 ‘포스터 디자인’이어도 실제로 받는 서비스 범위가 달랐다.

내가 맡겼던 작업은 A4 포스터 1종과 온라인 홍보용 이미지 2종이었다. 처음 받은 견적은 8만 원, 15만 원, 28만 원으로 나뉘었다. 가장 싼 곳은 내가 문구와 이미지를 모두 준비해야 했고, 중간 가격은 레이아웃 제안까지 포함이었다. 가장 비싼 곳은 행사 성격에 맞춰 문구 톤까지 봐준다고 했다.

결국 나는 중간 가격대를 골랐다. 예산도 중요했지만, 내가 디자인 방향을 세세하게 잡을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막상 끝나고 보니 이 선택이 꽤 현실적이었다. 싸게 맡기고 내가 계속 수정 지시를 헤매는 것보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방향을 같이 잡아주는 쪽이 시간이 덜 들었다.

의뢰 전에 준비하면 일이 훨씬 덜 꼬인다

디자이너에게 “깔끔하고 세련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충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말은 생각보다 위험했다. 내가 생각한 깔끔함은 여백이 많은 느낌이었고, 상대가 이해한 깔끔함은 정보가 반듯하게 꽉 찬 느낌이었다. 둘 다 틀린 건 아닌데 결과물은 꽤 달랐다.

이때 필요한 게 참고 이미지였다. 완전히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방향과 싫어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용도다. 나는 비슷한 업종의 포스터 5개를 모아서 “이건 색감이 좋고, 이건 글자 크기가 마음에 들고, 이건 너무 복잡해서 싫다”는 식으로 적었다. 이렇게 하니 대화가 훨씬 빨라졌다.

내가 실제로 보낸 의뢰 내용

  • 사용 목적: 오프라인 행사장 부착용, 인스타그램 공지용
  • 필수 문구: 행사명, 날짜, 장소, 신청 방법
  • 원하는 분위기: 밝지만 유치하지 않은 느낌
  • 피하고 싶은 느낌: 너무 기업 행사 같거나 딱딱한 분위기
  • 필요 파일: 인쇄용 PDF, 웹용 이미지
  • 마감일: 1차 시안 5일 뒤, 최종본 8일 뒤

이 정도만 적어도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훨씬 판단하기 쉬워진다고 했다. 특히 사용 목적과 파일 형식은 꼭 넣는 게 좋다. 인쇄용과 웹용은 해상도나 색상 설정이 달라질 수 있고, 나중에 급하게 다시 요청하면 추가 비용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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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요청은 취향보다 이유를 말해야 통했다

첫 시안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뭔가 아쉬운데?”였다. 문제는 그 아쉬움이 정확히 뭔지 나도 잘 몰랐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조금 더 감성적으로 가능할까요?”라고 보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건 작업자에게 너무 막연한 말이었다.

그래서 수정 요청을 다시 썼다. “행사 대상이 20~30대라서 현재보다 글자 간격이 조금 여유로웠으면 좋겠고, 배경색은 지금보다 밝아야 SNS에서 눈에 잘 띌 것 같습니다”처럼 이유를 붙였다. 그러자 두 번째 시안은 훨씬 가까워졌다. 수정은 많이 하는 것보다 정확히 하는 게 중요했다.

수정 횟수도 처음부터 확인해야 한다. 어떤 디자이너는 2회까지 무료, 이후 1회당 추가 비용을 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수정이 색상 변경인지, 레이아웃 전체 변경인지도 다를 수 있다. 나는 중간에 문구를 크게 바꾸면서 추가 비용이 생길 뻔했다. 다행히 최종 전 단계라 조율이 됐지만, 원래라면 작업 범위가 바뀐 셈이었다.

이후로는 외주를 맡길 때 원고를 먼저 확정하려고 한다. 디자인이 거의 끝난 뒤 문구가 바뀌면 전체 균형이 흔들린다. 제목 한 줄이 두 줄이 되는 것만으로도 배치가 달라지고, 이미지 위치까지 다시 봐야 한다. 보는 입장에서는 작은 변경 같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일이 커질 수 있다.

좋은 디자인외주는 포트폴리오보다 대화에서 티가 났다

물론 포트폴리오는 중요하다. 그런데 예쁜 작업물을 많이 올려둔 사람이라도 내 작업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감각적인 카페 로고를 잘하는 사람과 정보가 많은 상세페이지를 잘하는 사람은 강점이 다르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볼 때는 “예쁘다”보다 “내가 맡길 작업과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를 먼저 봤다.

대화 속도도 은근히 중요했다. 무조건 답장이 빠른 사람을 고르라는 뜻은 아니다. 대신 질문이 구체적인지 봐야 한다. 좋은 작업자는 “원하는 느낌 있으세요?”에서 끝내지 않고, 사용처, 대상, 필수 정보, 마감 방식 등을 물어봤다. 이 질문들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결과물을 지키는 장치였다.

계약 전에는 작업 범위를 글로 남기는 게 좋다. 채팅으로라도 시안 개수, 수정 횟수, 최종 파일 형식, 납기일, 추가 비용 기준을 남겨두면 나중에 서로 덜 민망하다. 친절한 분위기와 별개로, 외주는 돈을 주고 결과물을 받는 일이다. 말로만 정하면 기억이 다르게 남을 수 있다.

나는 이번에 디자인외주를 맡기면서 내가 원하는 걸 설명하는 능력도 꽤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디자이너가 내 머릿속을 그대로 읽어줄 수는 없다. 반대로 내가 모든 걸 완벽히 지시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정보와 기준을 주고, 전문가가 판단할 여지를 남기는 게 가장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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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맡긴다면 이렇게 할 것 같다

다시 디자인외주를 맡긴다면 제일 먼저 예산, 일정, 사용 목적을 한 문서에 적어둘 것 같다. 그다음 참고 이미지를 3~5개 정도 고르고, 마음에 드는 이유와 싫은 이유를 짧게 붙일 생각이다. 이 과정이 귀찮아 보여도 실제 작업 시간은 줄어든다.

또 하나는 최종 파일을 꼭 확인하는 것이다. 인쇄가 필요하면 PDF가 필요한지, 나중에 직접 수정할 일이 있으면 원본 파일 제공이 가능한지 미리 물어봐야 한다. 원본 파일은 별도 비용인 경우도 많다. 이걸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날짜만 바꾸려 했는데 수정이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디자인외주는 돈만 내면 예쁜 이미지가 자동으로 나오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목적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바꾸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 과정을 조금만 더 또렷하게 준비하면, 같은 예산에서도 결과물이 꽤 달라진다. 다음에는 처음부터 덜 헤매고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인외주 맡겨봤더니, 예쁜 시안보다 먼저 챙겨야 했던 것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