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적 보기 전에 집 상태부터 적어야 합니다
얼마 전 지인 집 거실 페인트를 같이 봐줬는데, 처음엔 “벽만 칠하면 되지 않나?”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벽지 들뜸, 콘센트 주변 갈라짐, 몰딩 변색까지 같이 보였습니다. 이런 집은 페인트값보다 밑작업 시간이 더 들어갑니다. 인테리어 비용이 자꾸 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마감재만 계산하고, 그 아래 숨어 있는 손볼 일을 빼먹는 겁니다.
저는 작업 전에 종이에 세 칸을 만듭니다. 꼭 해야 하는 것, 하면 좋은 것, 나중에 해도 되는 것. 예를 들어 누수 자국이나 곰팡이는 꼭 해야 하는 쪽입니다. 벽 색 바꾸기, 손잡이 교체는 하면 좋은 쪽이고요. 커튼박스 조명이나 포인트 선반은 나중에 해도 되는 쪽에 넣습니다. 이렇게 나누면 예산이 200만 원이든 500만 원이든 어디서 줄여야 하는지 보입니다.
- 곰팡이, 누수, 전기 불량은 장식보다 먼저 봅니다.
- 벽지·바닥·조명은 한 번에 바꾸면 공임이 줄 때가 있습니다.
- 가구와 소품은 공사 뒤 실제 치수를 보고 사는 게 낫습니다.
초보자가 직접 해도 되는 작업과 맡겨야 하는 작업
셀프 인테리어 11년 해보니, 직접 하면 돈이 줄어드는 작업과 오히려 돈이 더 드는 작업이 확실히 갈립니다. 페인트칠, 실리콘 제거와 재시공, 손잡이 교체, 커튼봉 설치, 간단한 선반 설치는 천천히 하면 초보자도 가능합니다. 대신 시간이 생각보다 깁니다. 방 하나 페인트칠은 칠하는 시간만 보면 반나절 같지만, 보양하고 먼지 닦고 퍼티 메우고 말리는 시간까지 넣으면 보통 하루 반은 잡아야 합니다.
반대로 전기 배선 이동, 욕실 방수, 수도 배관, 가스 관련 작업은 비용 아끼겠다고 건드리면 안 됩니다. 조명 등기구를 같은 위치에서 교체하는 정도는 차단기 내리고 안전하게 할 수 있지만, 스위치 위치를 옮기거나 매립등을 새로 뚫는 일은 전문가 영역입니다. 욕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전 교체 정도는 가능해도 방수층을 건드리는 타일 철거는 실패했을 때 아래층 누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공임이 비싸 보여도 맡기는 게 돈을 지키는 쪽입니다.
직접 하기 좋은 작업의 실제 비용
작은 방 하나를 수성 페인트로 칠하면 페인트, 롤러, 붓, 마스킹테이프, 커버링테이프, 장갑까지 대략 6만~12만 원 정도 듭니다. 이미 도구가 있으면 4만 원대까지 내려가고요. 실리콘 재시공은 실리콘건이 있으면 재료비 1만~3만 원 선에서도 됩니다. 다만 욕실처럼 물이 닿는 곳은 곰팡이 방지용 제품을 써야 하고, 기존 실리콘 제거를 대충 하면 새 실리콘도 금방 뜹니다.
빌리는 게 나은 도구
해머드릴, 레이저 수평계, 전동 샌더는 자주 쓰지 않으면 빌리는 편이 낫습니다. 해머드릴은 콘크리트 벽에 선반 달 때 필요하지만, 1년에 한두 번 쓸 거면 구매보다 대여가 낫습니다. 반대로 줄자, 커터칼, 수평자, 드라이버 세트, 마스킹테이프는 계속 씁니다. 이런 기본 도구는 싼 것만 고르면 작업이 더 힘들어져서 중간급으로 사는 게 좋았습니다.
공간별 인테리어 비용 감 잡는 법
집 전체를 한 번에 생각하면 숫자가 너무 커집니다. 저는 공간별로 쪼개서 봅니다. 원룸이나 작은 투룸은 벽, 조명, 수납만 손봐도 분위기가 꽤 바뀝니다. 20평대 아파트는 거실과 주방이 비용의 중심이고, 30평대 이상은 바닥 면적이 넓어서 장판이나 마루 비용 차이가 크게 납니다. 같은 “부분 인테리어”라고 해도 어디를 손대느냐에 따라 체감 금액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략적인 감으로 보면, 벽지만 바꾸는 방 하나는 자재와 시공을 맡겼을 때 20만~50만 원 사이가 흔합니다. 페인트 셀프로 하면 재료비는 줄지만 시간이 듭니다. 조명 교체는 등기구 가격 차이가 큽니다. 기본 LED 방등은 3만~8만 원대도 많지만, 레일 조명이나 펜던트 조명으로 가면 부속과 설치비까지 붙습니다. 바닥은 장판이 비교적 저렴하고, 마루나 타일로 갈수록 철거와 바탕면 상태 때문에 비용이 올라갑니다.
- 방 분위기만 바꾸고 싶다면 벽 색과 조명을 먼저 봅니다.
- 생활감이 심한 집은 손잡이, 스위치, 콘센트 커버 교체 효과가 큽니다.
- 바닥은 면적이 넓어 예산을 가장 크게 흔듭니다.
- 주방은 상판, 싱크볼, 수전만 바꿔도 비용 대비 변화가 큽니다.
견적 받을 때 빠지기 쉬운 항목
견적서에서 초보자가 자주 놓치는 게 철거비, 폐기물 처리비, 보양비입니다. 예를 들어 붙박이장을 떼고 벽지를 새로 한다면 장을 떼는 비용,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 바닥과 엘리베이터를 보호하는 비용이 따로 붙을 수 있습니다. 업체마다 포함 여부가 달라서 총액만 보고 비교하면 나중에 말이 달라집니다.
또 하나는 “현장 추가”입니다. 말은 참 가볍지만 금액은 가볍지 않습니다. 벽지를 뜯었더니 곰팡이가 있거나, 장판을 걷었더니 바닥이 울퉁불퉁하거나, 기존 몰딩이 삭아서 같이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건 업체가 일부러 숨겼다기보다 뜯어봐야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산의 10~15%는 남겨둡니다. 300만 원을 생각했다면 실제 계약은 260만~270만 원 선에서 끊어야 마음이 덜 급해집니다.
견적 비교할 때 물어볼 말
“이 금액에 철거와 폐기물 처리가 들어가나요?” 이 질문은 꼭 해야 합니다. “보양은 어디까지 하나요?”, “작업 기간은 며칠이고 몇 명이 오나요?”,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경우는 어떤 때인가요?”도 같이 물어보면 좋습니다. 답이 흐리면 싼 견적이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견적이 조금 높아도 범위가 분명한 쪽을 고릅니다. 공사 중간에 서로 기분 상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인테리어 비용을 줄일 때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
돈을 줄일 수 있는 곳은 분명히 있습니다. 비싼 수입 벽지 대신 국내 합지나 실크벽지를 고르고, 맞춤 가구 대신 기성 가구를 치수에 맞춰 쓰고, 손잡이와 조명처럼 교체 쉬운 부품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방식입니다. 이런 선택은 생활에 큰 문제를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중에 취향이 바뀌었을 때 다시 손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바닥 바탕 작업, 욕실 방수, 전기 용량, 창호 누수는 아끼면 안 됩니다. 겉으로 예뻐 보여도 속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뜯어야 합니다. 특히 오래된 집은 예쁜 사진보다 점검이 먼저입니다. 콘센트가 헐겁거나 차단기가 자주 내려가면 조명 디자인을 고르기 전에 전기 상태부터 봐야 합니다. 곰팡이 냄새가 나는 방은 향초나 디퓨저로 가릴 일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야 하고요.
제가 집을 고치며 느낀 건, 인테리어 비용은 무조건 낮추는 게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직접 할 일과 맡길 일을 잘 나누면 돈도 줄고 결과도 오래 갑니다. 처음부터 전부 바꾸려고 하면 지치기 쉽습니다. 벽 하나, 조명 하나, 손잡이 하나처럼 작은 것부터 바꾸다 보면 우리 집에 진짜 필요한 공사가 보입니다. 그때 쓰는 돈이 제일 덜 아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