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요리교실에서 깻잎장아찌를 했는데, 같은 양념장을 나눠 드렸는데도 어떤 분 것은 딱 좋고 어떤 분 것은 너무 짜게 나왔어요. 이유를 보니 깻잎 물기를 덜 뺐고, 양념을 한 장마다 듬뿍 올린 차이였습니다. 양념깻잎장아찌는 어려운 반찬은 아닌데, 물기와 간장 양, 숙성 순서가 조금만 달라도 맛이 확 달라집니다.
저는 주방에서 오래 일하면서 깻잎 반찬을 정말 많이 만들었어요. 급식처럼 많이 만들 때도 있고, 손님상에 한 접시씩 곱게 담아낼 때도 있었는데요. 집에서는 양을 너무 크게 잡지 않는 게 좋습니다. 깻잎은 향이 생명이라 오래 두면 맛이 무거워져요. 처음이라면 깻잎 50장 정도가 딱 다루기 좋습니다.
깻잎 손질은 물기 빼는 시간이 맛을 좌우해요
깻잎 50장을 기준으로 잡겠습니다. 깻잎은 흐르는 물에 한 장씩 앞뒤로 씻고, 줄기 끝은 0.5cm 정도만 남기고 잘라요. 줄기를 너무 바짝 자르면 집을 때 찢어지고, 너무 길면 양념장 속에서 질겨 보입니다.
씻은 깻잎은 체에 세워서 20분 정도 물기를 빼고, 시간이 있으면 키친타월로 위아래를 한 번 눌러줍니다. 여기서 물기가 많이 남으면 양념장이 싱거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맛이 흐려져요. 간장은 있는데 향은 약하고, 고춧가루는 불어서 텁텁해집니다. 제가 예전에 바쁜 날 물기 대충 털고 담갔다가 다음 날 양념이 묽어져서 깻잎 향이 다 죽은 적이 있어요.
- 깻잎 50장
- 양조간장 5큰술
- 멸치액젓 1큰술
- 물 4큰술
- 고춧가루 2큰술
- 다진 마늘 1큰술
- 설탕 1큰술
- 매실청 1큰술
- 참기름 1큰술
- 통깨 1큰술
- 다진 대파 3큰술
- 다진 양파 4큰술
멸치액젓이 없으면 간장 1큰술을 더 넣으면 됩니다. 매실청이 없으면 설탕을 0.5큰술 더 넣고 물을 1큰술 추가하세요. 단맛은 설탕만 넣는 것보다 매실청이 들어가면 향이 부드럽지만, 없다고 장아찌가 망가지진 않습니다.
양념장은 되직하게, 간은 먹기 전보다 조금 세게
볼에 간장, 액젓, 물, 고춧가루, 다진 마늘, 설탕, 매실청을 먼저 넣고 5분 둡니다. 이 시간이 꽤 중요해요. 고춧가루가 양념 속 수분을 먹어야 깻잎에 바를 때 흘러내리지 않습니다. 바로 바르면 처음엔 괜찮아 보여도 통 밑으로 양념장이 다 고여요.
5분 뒤에 다진 대파와 양파, 통깨를 넣고 섞습니다. 참기름은 바로 먹을 양이면 이때 넣어도 좋고, 3일 이상 둘 거면 반만 넣거나 아예 먹기 직전에 넣는 편이 낫습니다. 참기름 향은 시간이 지나면 고소함보다 묵은 향이 먼저 올라올 때가 있거든요.
양념장을 찍어 먹어봤을 때 그냥 밥 없이 먹기에는 살짝 짭짤해야 맞습니다. 깻잎 50장이 들어가면 잎에서 수분이 나오고, 하루 지나면서 간이 풀립니다. 처음부터 딱 맞게 만들면 다음 날 밍밍해질 수 있어요. 다만 간장이 너무 강한 집이라면 물을 1큰술 더 넣고 시작하세요. 진간장을 쓰면 양조간장보다 맛이 조금 무거우니 설탕을 0.5작은술 정도 더 넣으면 균형이 납니다.
한 장씩 바르지 말고 두세 장마다 올려도 됩니다
집에서 양념깻잎장아찌를 만들 때 제일 지치는 부분이 한 장씩 양념 바르는 일이죠. 사실 꼭 한 장마다 바르지 않아도 됩니다. 깻잎 두 장 또는 세 장을 겹친 뒤 양념장을 1작은술 정도 올리고 펴 주세요. 너무 많이 바르면 맛있어지는 게 아니라 짜고 질척해집니다.
밀폐용기 바닥에 깻잎을 5장 정도 깔고 양념을 조금 올린 뒤, 방향을 한 번씩 바꿔가며 쌓습니다. 줄기가 한쪽으로만 몰리면 그 부분만 높아져서 양념이 고르게 닿지 않아요. 주방에서는 이런 사소한 방향 차이도 꽤 봅니다. 통에 담은 뒤 남은 양념은 위에 붓지 말고 숟가락으로 얇게 펼쳐 주세요. 밑으로 자연스럽게 내려가면서 간이 맞습니다.
담근 뒤 바로 먹어도 되지만, 제 입에는 냉장고에서 6시간 지난 뒤가 가장 좋습니다. 깻잎 숨이 살짝 죽고 양념이 잎 사이로 들어가거든요. 하루 지나면 더 부드럽고, 3일째부터는 장아찌 느낌이 강해집니다. 일주일 안에 먹을 양만 만드는 걸 권합니다.
짜거나 싱거울 때 수습하는 방법
양념깻잎장아찌가 짜졌다면 깻잎을 물에 씻지 마세요. 향이 빠지고 잎이 상처 납니다. 대신 새 깻잎 10장 정도를 씻어 물기를 잘 빼고 사이사이에 끼워 넣습니다. 없으면 채 썬 양파를 한 줌 넣어도 간이 조금 풀려요. 다만 양파를 넣으면 물이 생기니 이틀 안에 먹는 게 좋습니다.
싱거울 때는 간장을 바로 붓기보다 양념장을 따로 조금 만들어 넣습니다. 간장 1큰술, 고춧가루 0.5큰술, 액젓 0.5작은술을 섞어 위에 얹고 2시간 두세요. 간장만 넣으면 잎은 짜지는데 양념 맛은 비어 보일 수 있습니다.
양념이 너무 뻑뻑해서 깻잎에 안 발리면 물을 한 번에 많이 넣지 말고 1큰술씩 추가합니다. 반대로 양념이 묽으면 고춧가루를 0.5큰술 넣고 5분 기다리세요. 바로 판단하면 또 많이 넣게 됩니다. 고춧가루는 시간을 두고 불기 때문에 기다리는 게 손맛보다 정확합니다.
집에 있는 재료로 맛 조절하는 법
매운맛을 좋아하면 청양고추 1개를 잘게 다져 넣으면 됩니다. 고추를 크게 썰면 깻잎을 집을 때 떨어져서 먹기 불편해요. 아이와 같이 먹는 집은 고춧가루를 1큰술로 줄이고 간장 0.5큰술, 물 1큰술을 더 넣으면 색은 연해도 밥반찬으로 충분합니다.
양파 대신 부추를 넣어도 좋습니다. 부추는 2큰술만 넣으세요. 많이 넣으면 향이 깻잎을 덮습니다. 대파가 없으면 쪽파 4줄기를 송송 썰어 넣으면 되고, 마늘 향이 부담스러우면 다진 마늘을 0.5큰술로 줄여도 괜찮습니다.
보관할 때는 젖은 숟가락을 넣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한 번 먹을 만큼 덜어낸 뒤 다시 냉장고에 넣고, 위쪽 깻잎이 마르는 느낌이 들면 통째로 뒤집지 말고 숟가락으로 가장자리 양념을 위에 살짝 끼얹어 주세요. 뒤집다가 잎이 찢어지면 모양도 흐트러지고 양념이 탁해집니다.
양념깻잎장아찌는 재료보다 손의 세기가 더 많이 드러나는 반찬입니다. 양념을 많이 올리는 것보다 얇게 겹겹이 닿게 하는 게 맛있고, 물을 많이 넣어 촉촉하게 만드는 것보다 깻잎 물기를 잘 빼는 쪽이 향이 살아납니다. 밥 위에 한 장 올렸을 때 짜게 치고 나오지 않고 깻잎 향이 먼저 올라오면 잘 담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