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불장 끝물에 비트코인을 처음 샀을 때, 저는 차트보다 단톡방 분위기를 더 믿었습니다. 그때는 거래소 앱에 빨간불이 켜지면 내가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부터 들었고, 매수 버튼을 누른 뒤에야 ‘내가 지금 뭘 산 거지’ 싶었습니다. 몇 년 지나고 보니 비트코인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감당 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했는지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사기 전에 먼저 봐야 할 것
초보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가격만 보는 겁니다. 1억 원을 넘었는지, 7천만 원까지 빠졌는지 같은 숫자는 눈에 잘 들어오지만, 그 가격이 어떤 분위기에서 나온 건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저는 최소한 세 가지를 같이 봅니다. 거래량, 김치프리미엄, 그리고 시장 전체의 공포감입니다.
예를 들어 가격은 오르는데 거래량이 줄고, 국내 가격만 해외보다 유난히 비싸지면 저는 매수를 늦춥니다. 반대로 가격이 빠졌는데도 거래량이 터지고, 장기 보유자 관련 지표가 크게 무너지지 않으면 조금씩 분할로 봅니다. 이게 무조건 맞는 방식은 아니지만, 적어도 분위기에 끌려 한 번에 들어가는 실수는 줄여줍니다.
- 거래량: 상승이나 하락에 실제 돈이 따라붙는지 확인
- 김치프리미엄: 국내 투자자 과열 여부를 보는 보조 지표
- 공포·탐욕 지수: 시장 심리가 너무 한쪽으로 쏠렸는지 확인
- 거래소 입출금 흐름: 대량 이동이 매도 압력인지 장기 보관인지 구분
분할매수는 지루하지만 오래 살아남게 해준다
제가 크게 물렸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현금 100이 있으면 100을 한 번에 넣었습니다. 떨어지면 추가 매수할 돈이 없고, 오르면 더 넣고 싶어서 무리했습니다. 비트코인은 하루에 5퍼센트 움직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자산이라서, 진입 가격을 한 점으로 맞추려 하면 멘탈이 먼저 흔들립니다.
지금은 매수 자금을 최소 4등분에서 6등분으로 나눕니다. 예를 들어 600만 원을 생각했다면 100만 원씩 나눠서 들어가고, 가격이 오르면 일부만 따라가고, 빠지면 정해둔 구간에서만 추가합니다. 중요한 건 ‘싸 보이면 산다’가 아니라, 미리 써둔 기준대로 움직이는 겁니다.
제가 쓰는 간단한 기준
- 한 번에 총 투자금의 20퍼센트 이상 넣지 않기
- 최근 고점 대비 15퍼센트 이상 빠졌을 때만 추가 매수 검토
- 생활비와 비상금은 절대 투자금에 포함하지 않기
- 매수 후 바로 수익률을 확인하지 않고 주 단위로 점검
솔직히 이 방식은 재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매수는 대체로 비싸게 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비트코인이 뉴스에 많이 나오고 주변에서 뒤늦게 관심을 가질 때는, 이미 단기 과열 구간인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거래소 선택은 수수료보다 출금 경험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수수료가 가장 중요해 보였습니다. 근데 여러 거래소를 써보면 수수료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원화 입출금이 안정적인지, 고객센터 대응이 되는지, 보안 설정이 꼼꼼한지, 그리고 비트코인 출금이 막히거나 지연될 때 공지가 투명한지입니다.
저는 예전에 알트코인을 옮기다가 네트워크를 잘못 골라 식은땀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선택이 비교적 단순한 편이지만, 그래도 입출금 주소 확인은 습관처럼 해야 합니다. 처음 보내는 주소라면 큰 금액을 바로 보내지 않고 소액으로 테스트하는 게 낫습니다. 수수료 몇 천 원 아끼려다 전체 금액을 잃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 2단계 인증은 문자보다 인증 앱을 우선 사용
- 거래소 비밀번호와 이메일 비밀번호를 다르게 설정
- 출금 주소 등록 후 소액 테스트
- 장기 보유분은 개인 지갑 보관도 검토
개인 지갑은 귀찮습니다. 시드 문구 보관도 부담스럽고, 잃어버리면 복구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보라면 처음부터 무리해서 전부 개인 지갑으로 옮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비트코인을 오래 들고 갈 생각이라면, 최소한 소액으로 개인 지갑 사용법은 익혀두는 게 좋습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을 같은 기준으로 보면 위험하다
상승장에서는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이 더 빨리 오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한때는 비트코인은 무겁고 재미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락장이 오면 차이가 확실히 드러납니다. 비트코인은 크게 빠져도 시장의 중심으로 남는 경우가 많지만, 알트코인은 거래량이 말라버리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트폴리오를 볼 때 비트코인을 기준 자산처럼 둡니다. 전체 코인 투자금이 1,000만 원이라면 초보자는 비트코인 비중을 50퍼센트 이상으로 잡는 쪽이 덜 흔들립니다. 공격적으로 하더라도 알트코인 비중을 키우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더 많이 오를 것 같다는 감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비중을 정할 때 확인할 것
- 내가 30퍼센트 하락을 버틸 수 있는지
- 현금 비중이 남아 있는지
- 빚으로 산 금액이 없는지
- 비트코인 하락 때 알트코인이 더 크게 빠질 가능성을 인정하는지
수익률만 보면 알트코인이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라면 이미 내 그릇을 넘은 겁니다. 투자는 결국 계좌보다 생활이 먼저입니다.
비트코인을 오래 보려면 매도 기준도 같이 있어야 한다
매수 기준만 있고 매도 기준이 없으면 상승장에서도 어렵습니다. 수익이 나도 더 오를 것 같아서 못 팔고, 하락하면 본전 생각 때문에 못 팝니다. 저는 비트코인을 팔 때 전량 매도보다 일부 매도를 선호합니다. 예를 들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20퍼센트만 현금화하고, 나머지는 추세를 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후회가 줄어든다는 겁니다. 더 오르면 남은 물량이 있고, 빠지면 현금화한 금액이 있습니다. 완벽하게 고점에서 팔겠다는 생각은 내려놓는 게 낫습니다. 저도 몇 번이나 고점을 맞히려다 수익을 크게 줄였습니다.
비트코인은 단기간에 인생을 바꿔주는 복권처럼 보일 때가 있지만, 실제로 오래 남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실을 작게 관리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아직도 매수 전에 메모장에 이유를 적습니다. 지금 사는 이유, 틀렸을 때 줄일 기준, 추가 매수할 가격. 이 세 줄만 써도 충동 매수는 꽤 줄어듭니다. 비트코인을 믿느냐보다 중요한 건, 내가 흔들릴 때도 지킬 수 있는 원칙을 갖고 있느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