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지킨 정태진의 길

1회
한글 지킨 정태진의 길

파주에서 만나는 한글 지킴이

경기도 파주시 쇠재로 33, 파주중앙도서관 옆에는 고즈넉한 한옥 한 채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파주 출신 한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석인 정태진 선생의 생애와 활동을 소개하는 석인 정태진 기념관이다.

조용한 마당과 소박한 한옥 건물은 전시를 관람하기 전부터 차분한 분위기를 만든다. 기념관 입구에서는 정태진 선생이 한글을 지키는 데 온몸을 바친 독립운동가였다는 안내를 확인할 수 있다.

위치경기도 파주시 쇠재로 33 파주중앙도서관 옆
관람 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일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휴관일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관람료무료

파주에서 태어난 한글학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정태진 선생의 사진과 생애, 직접 남긴 글과 관련 자료가 관람객을 맞는다. 정태진 선생은 1903년 파주에서 태어났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철학과 교육학을 공부했으며, 귀국 후에는 함흥 영생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우리말의 방언과 어휘를 모았다. 1941년부터는 조선어학회에서 조선말 큰사전 편찬 작업에 힘을 쏟았다. 외국에서 공부한 학문적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현장에 머무르면서도 우리말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을 이어간 것이다.

국가보훈부 자료는 정태진 선생이 조선어학회 사전 편찬 전임 위원으로 활동했다고 소개한다. 광복 후에는 조선어학회를 복구하고 중단됐던 사전 편찬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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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모은 우리말의 기록

기념관의 주요 전시는 조선말 큰사전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는 궁금한 단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전국 각지의 우리말을 직접 수집하고 단어의 뜻과 쓰임을 일일이 손으로 기록해야 했다.

전시된 원고에는 작은 손 글씨가 종이 위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수많은 단어를 모으고 뜻을 정리해 사전 한 권의 바탕을 세우기까지 들어간 시간과 노력을 짐작하게 하는 자료다. 원고에 남은 글자 하나하나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축적한 기록이었다.

전시장에서는 정태진 선생의 연희전문학교 시절과 교사 생활, 저술 및 교육 활동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저서와 연구 노트, 가계도와 증서 등 여러 자료가 전시돼 있어 그의 활동이 사전 편찬에만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태진 선생은 광복 이후에도 여러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한글 연구를 계속했다.

사전 편찬이 독립운동이 된 시대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말과 글을 사용하는 일조차 자유롭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글을 연구하고 사전을 만드는 활동은 단순한 학문 연구를 넘어 민족의 말과 정신을 지키는 독립운동이었다.

전시장 한편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을 설명하는 안내가 마련돼 있다. 일제는 우리말과 글을 연구하고 보급하던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독립운동으로 판단했다. 1942년 정태진 선생을 비롯한 조선어학회 관계자들이 체포됐고, 사전 원고와 관련 자료도 압수됐다.

정태진 선생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함흥감옥에서 옥고를 치렀다. 광복 후 풀려난 뒤에는 다시 조선어학회로 돌아가 멈춰 있던 사전 편찬 작업을 이어갔다. 말과 글을 모아 사전으로 남기는 일이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독립운동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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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로 이어지는 선생의 생애

기념관은 정태진 선생의 학문과 독립운동을 사진과 문서, 연구 자료를 통해 차례로 전한다.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기부터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말 사전을 편찬한 과정, 옥고를 치른 뒤 다시 연구와 교육에 나선 행적까지 한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정태진 선생이 남긴 시를 전시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그는 1952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우리말 연구와 사전 편찬에 힘썼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생가의 모습을 살린 한옥

석인 정태진 기념관은 생가의 모습을 살린 한옥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방 안에는 병풍과 생활용품이 놓여 있어 옛 한옥의 분위기를 전한다. 전시 자료뿐 아니라 안방과 건넌방, 찬방, 부엌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당시 생활 공간의 구조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부엌에는 가마솥과 아궁이, 장작 등이 재현돼 있다.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아궁이의 열기로 안방까지 따뜻하게 했던 한옥의 실용적인 구조가 드러난다.

건넌방은 집안의 남성 가장이 생활하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사용됐다. 별도의 사랑방이 없는 집에서는 사랑방 역할도 했다. 찬방은 음식을 준비하거나 그릇과 식재료를 보관하던 곳이다. 전시 공간을 따라 이동하면 우리말을 지킨 정태진 선생의 삶과 당시 한옥의 일상적인 모습을 함께 마주하게 된다.

오늘의 한글을 돌아보는 공간

매일 자연스럽게 읽고 쓰는 한글 뒤에는 우리말을 수집하고 기록하며 지켜낸 이들의 노력이 놓여 있다. 석인 정태진 기념관은 조선말 큰사전 편찬에 헌신하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면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한 학자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파주중앙도서관과 가까운 기념관에서는 정태진 선생의 생애와 조선어학회의 활동, 조선말 큰사전 편찬 과정, 옛 한옥의 생활 구조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한글을 지키는 일이 곧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었던 시대를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다.

한글 지킨 정태진의 길
한글 지킨 정태진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