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집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이상한 장면을 봤다. 러닝머신은 비어 있는데, 매트 쪽에서 사람들이 40초씩 움직이고 20초씩 쉬면서 계속 자리를 바꾸고 있었다. 스쿼트, 푸시업, 점핑잭, 플랭크를 빙글빙글 도는 식이었다. 처음엔 단체 벌칙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서킷트레이닝이었다.
사실 나는 운동을 오래 끌고 가는 편이 아니다. 1시간 운동 계획을 세워도 35분쯤 지나면 머릿속으로 저녁 메뉴를 고르고 있다. 그래서 짧게 몰아치는 운동 방식이 궁금했다. 정말 시간이 짧아도 운동한 느낌이 날까. 그리고 초보자가 따라 해도 괜찮을까. 3주 동안 주 3회씩 직접 해봤다.
서킷트레이닝은 왜 이렇게 정신이 없을까
서킷트레이닝은 여러 동작을 쉬는 시간을 짧게 두고 이어서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스쿼트 40초, 푸시업 40초, 런지 40초, 마운틴클라이머 40초, 플랭크 40초를 한 바퀴로 묶고, 이걸 3~5라운드 반복한다. 운동 사이에 쉬는 시간은 보통 10~30초 정도로 짧다.
헬스장에서 기구 운동을 할 때는 한 부위씩 집중하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서킷트레이닝은 심박수가 먼저 올라온다. 다리 운동을 했는데 바로 팔 운동으로 넘어가고, 숨이 가라앉기도 전에 코어 운동을 시작한다.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이 섞인 느낌이라 운동 시간이 짧아도 몸이 꽤 바쁘다.
내가 처음 한 구성은 아주 단순했다.
- 스쿼트 40초
- 인클라인 푸시업 40초
- 제자리 런지 40초
- 마운틴클라이머 30초
- 플랭크 30초
- 라운드 사이 휴식 90초
이걸 3라운드 했더니 준비운동과 스트레칭까지 합쳐 30분 안에 끝났다. 그런데 운동감은 50분짜리 기구 운동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특히 마운틴클라이머가 들어간 순간부터 숨이 확 찼다. 옆에서 보면 별거 아닌데 직접 하면 시간이 갑자기 느리게 간다.
3주 동안 해보니 좋았던 점
가장 좋았던 건 운동이 덜 지루하다는 점이었다. 한 동작을 오래 붙잡고 있지 않으니 마음이 덜 도망갔다. 40초만 버티면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꽤 큰 동기부여가 됐다. 운동 초반에 의욕이 빨리 꺼지는 사람에게는 이 방식이 잘 맞을 수 있다.
시간 효율도 괜찮았다. 평일 저녁에 운동 시간을 길게 빼기 어렵다면 25~35분짜리 서킷 구성이 현실적이다. 국민체력 관련 안내에서도 성인은 유산소와 근력 활동을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는데, 서킷트레이닝은 두 가지를 한 세션 안에 섞기 쉽다. 물론 운동 강도를 너무 높이면 초보자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또 하나는 운동 기록이 단순하다는 점이다. 무게를 얼마나 들었는지, 세트를 몇 번 했는지 복잡하게 적지 않아도 된다. 나는 휴대폰 타이머로 40초 운동, 20초 휴식을 맞춰두고 라운드 수만 기록했다. 첫 주에는 3라운드가 힘들었고, 셋째 주에는 같은 구성으로 4라운드까지 가능했다. 숫자가 단순하니 변화도 잘 보였다.
생각보다 조심해야 할 부분
서킷트레이닝은 짧고 강한 만큼 자세가 무너지기 쉽다. 특히 숨이 차면 스쿼트에서 허리가 말리거나, 푸시업에서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갔다. 처음부터 빠르게 많이 하는 것보다 동작을 줄이더라도 자세를 유지하는 쪽이 낫다.
내 경우 무릎이 살짝 불편한 날에는 점프 동작을 뺐다. 버피나 점프 스쿼트는 운동 효과가 크지만 관절 부담도 같이 온다. 대신 스텝백 런지, 데드버그, 힙브릿지처럼 충격이 덜한 동작을 넣었다. 땀을 많이 흘려야 운동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솔직히 그 기준만 따라가면 몸이 먼저 항의한다.
초보자라면 첫 구성은 이렇게 낮춰도 충분했다.
- 운동 시간 30초, 휴식 30초
- 동작은 4~5개만 선택
- 라운드는 2~3회부터 시작
- 점프 동작은 익숙해진 뒤 추가
- 통증이 있으면 해당 동작은 바로 교체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숨찬 것과 아픈 것을 구분하는 일이다. 숨이 차고 근육이 타는 느낌은 어느 정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무릎, 허리, 손목에 찌릿한 통증이 오면 그건 참고 넘길 일이 아니었다. 나는 손목이 불편한 날 푸시업을 바닥에서 하지 않고 벤치에 손을 올려서 했다. 그 작은 조정만으로도 운동을 이어가기 훨씬 편했다.
집에서 할 때 가장 무난했던 구성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서킷트레이닝은 가능했다. 다만 집에서는 층간소음이 신경 쓰인다. 그래서 점프잭 대신 사이드스텝, 버피 대신 스쿼트 투 리치처럼 소리가 덜 나는 동작으로 바꿨다. 매트 한 장 정도 공간이면 충분했다.
내가 집에서 가장 자주 한 구성은 5동작 3라운드였다.
- 스쿼트 40초
- 무릎 대고 푸시업 30초
- 힙브릿지 40초
- 데드버그 40초
- 사이드스텝 40초
동작 사이에는 20초 쉬고, 한 라운드가 끝나면 1분 쉬었다. 전체 시간은 준비운동 5분, 본운동 18분 안팎, 스트레칭 5분 정도였다. 짧지만 땀은 충분히 났고, 다음 날 허벅지와 엉덩이에 운동한 느낌이 남았다.
덤벨이 있다면 난이도를 조금 올릴 수 있다. 스쿼트에 덤벨을 들거나, 런지 대신 덤벨 데드리프트를 넣는 식이다. 다만 무게를 추가하면 속도는 줄이는 게 좋았다. 서킷트레이닝이라고 해서 모든 동작을 빠르게 해야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천천히 해도 쉬는 시간이 짧으면 충분히 힘들다.
내가 느낀 가장 현실적인 활용법
서킷트레이닝은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쓸 만하지만, 무작정 빡센 운동으로 접근하면 오래가기 어렵다. 나는 주 3회 중 2회는 가벼운 전신 서킷, 1회는 조금 강한 서킷으로 나눴을 때 가장 부담이 적었다. 매번 최고 강도로 하면 운동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졌다.
또 식단 관리나 체중 감량 목적이라면 서킷트레이닝만 믿기보다는 걷기, 수면, 식사량 조절이 같이 가야 했다. 운동 후 배가 너무 고파져서 평소보다 더 먹으면 체중 변화는 생각보다 느렸다. 이건 꽤 현실적인 부분이다. 운동을 했다는 뿌듯함이 간식 허가증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도 서킷트레이닝은 바쁜 날 운동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방식이었다. 길게 할 자신은 없지만 몸을 움직이고 싶은 날, 20분만 정해두고 시작하기 좋았다. 나에게는 완벽한 운동법이라기보다 운동 리듬을 끊기지 않게 해주는 장치에 가까웠다. 짧고, 땀이 나고,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조금 성실해진 기분이 남는다. 그 정도면 일상 운동으로는 꽤 괜찮은 발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