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깨는 이유가 꼭 추위만은 아닙니다
얼마 전 초보 백패킹 팀을 데리고 산 아래 야영장에 갔는데, 한 분이 아침에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나오더군요. 밤새 침을 많이 흘렸고 베개 커버가 젖어서 찝찝해 잠을 설쳤다고 했습니다. 캠핑 이야기하면서 텐트, 침낭, 매트는 많이 말하는데 의외로 침 문제는 잘 안 꺼냅니다. 민망해서 그렇죠. 그런데 밖에서 자면 침, 콧물, 습기 같은 게 생각보다 수면 질을 크게 건드립니다.
집에서는 베개 커버 갈면 끝인데 캠핑장에서는 다릅니다. 세탁기도 없고,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고, 텐트 안은 습해집니다. 침이 묻은 베개나 넥워머를 그대로 두면 냄새가 빨리 올라옵니다. 여름에는 벌레도 꼬이고요. 겨울에는 젖은 부분이 차갑게 식어서 새벽에 얼굴이 시립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며칠 이어지는 캠핑이나 백패킹에서는 꽤 피곤한 문제가 됩니다.
침이 많아지는 상황부터 봐야 합니다
밖에서 자면 평소보다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낮에 먼지를 많이 마시고, 술 한두 잔 들어가고, 텐트 안 공기가 건조하거나 반대로 습하면 코가 막힙니다. 그러면 입호흡을 하게 되고 침이 베개 쪽으로 흐릅니다. 특히 해발 높은 곳이나 바람 많은 능선에서는 목이 더 쉽게 마릅니다.
제가 가이드하면서 많이 본 경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저녁에 짠 안주를 많이 먹은 경우. 라면 국물, 육포, 소시지까지 먹고 바로 자면 새벽에 입이 바짝 마릅니다. 둘째, 머리 위치가 너무 낮은 경우. 에어베개를 바람 빵빵하게 넣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낮게 베면 턱이 뒤로 젖으면서 입이 벌어집니다. 셋째, 침낭 후드를 너무 조인 경우입니다. 따뜻하긴 한데 숨이 답답해져서 입으로 호흡하게 됩니다.
- 저녁 술은 취침 2시간 전에는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 라면 국물은 맛있어도 다 마시면 밤에 목이 자주 마릅니다.
- 베개 높이는 턱이 살짝 당겨지는 정도가 편합니다.
- 침낭 후드는 코와 입 주변에 공기길을 남겨야 합니다.
베개와 침낭은 세팅이 반입니다
캠핑 베개는 비싼 걸 산다고 침 문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10만 원 넘는 베개도 써봤고, 접은 플리스 재킷으로 버틴 적도 많습니다. 침을 자주 흘리는 사람은 베개 자체보다 커버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얇은 마이크로파이버 수건 하나를 베개 위에 감아두면 아침에 훨씬 편합니다. 젖으면 수건만 말리면 되니까요.
백패킹에서는 무게 때문에 베개 커버를 따로 챙기기 싫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땐 버프나 넥게이터를 베개에 씌우면 됩니다. 무게 30~50g 정도라 부담도 적습니다. 단, 땀에 젖은 버프를 그대로 쓰면 냄새가 더 납니다. 낮에 목에 두른 것과 밤에 베개에 씌울 것을 나누면 좋습니다. 저는 여름 1박에는 얇은 손수건 2장, 겨울 1박에는 버프 1개와 작은 수건 1장을 챙깁니다.
침낭도 신경 써야 합니다. 다운 침낭 안쪽 턱 부분에 침이 묻으면 세탁이 번거롭습니다. 자주 빨면 보온력에도 좋지 않고요. 그래서 저는 침낭 얼굴 닿는 쪽에 얇은 라이너나 넥워머를 걸쳐둡니다. 고급 장비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사실 다음 날 냄새 덜 나는 게 제일 큽니다. 장비 오래 쓰는 사람들은 이런 작은 습관이 있습니다.
가격대별로 보면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 0원: 여벌 티셔츠를 접어서 베개 커버처럼 쓰기
- 5천~1만 원대: 얇은 스포츠 타월이나 손수건 2장
- 1만~3만 원대: 흡습 빠른 버프, 베개 커버 겸용 넥게이터
- 3만 원 이상: 세탁 쉬운 캠핑 베개와 전용 커버 조합
솔직히 처음부터 비싼 베개 살 필요 없습니다. 침을 많이 흘리는 편이면 오히려 세탁 쉬운 천 하나가 더 실용적입니다. 장비점에서 만져보면 다 좋아 보이는데, 야영장에서는 잘 마르고 냄새 덜 나는 게 이깁니다.
위생은 과하게 말고 현실적으로 챙기면 됩니다
침이 묻은 수건이나 커버는 아침에 바로 말리는 게 좋습니다. 텐트 안에 구겨 넣으면 하루 만에 냄새가 올라옵니다. 햇빛이 있으면 30분만 널어도 꽤 낫고, 비 오는 날이면 배낭 바깥쪽 메쉬 포켓에 넣어 이동 중 바람을 맞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침이 묻은 천을 조리도구나 식량과 같은 주머니에 넣는 건 피해야 합니다. 별것 아닌데 배탈 나는 사람들 보면 이런 생활 위생이 엉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티슈로 베개를 닦는 분들도 많은데, 물티슈는 임시방편입니다. 표면은 닦여도 습기가 남습니다. 특히 에어베개 겉감이 미끈한 소재면 물티슈 뒤에 끈적함이 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마른 손수건으로 한 번 눌러 닦고, 필요할 때만 물티슈를 씁니다. 그리고 완전히 말립니다. 캠핑장에서는 닦는 것보다 말리는 게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가족 캠핑에서는 아이들 베개를 따로 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자다가 침도 흘리고 과자 부스러기도 묻힙니다. 그 상태로 차 안에 던져두면 다음 캠핑 때 냄새가 납니다. 차박도 마찬가지입니다. 차 안은 낮에 온도가 훅 올라가니까 젖은 베개나 담요 냄새가 더 빨리 퍼집니다. 철수할 때 침낭만 말리지 말고 베개 커버, 목베개, 담요 끝부분도 같이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입마름과 침 냄새 줄이는 작은 습관
침 냄새는 대부분 음식, 술, 구강 상태, 건조함이 겹쳐서 납니다. 양치만 잘해도 많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캠핑장에서는 밤에 귀찮아서 대충 헹구고 자는 경우가 많죠. 저도 예전엔 그랬습니다. 지금은 칫솔, 작은 치약, 치실 한 조각을 지퍼백에 넣어 침낭 옆 주머니에 둡니다. 화장실까지 가기 귀찮은 날도 최소한 양치는 하게 됩니다.
물은 한 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자기 전 1시간 동안 조금씩 마시는 게 낫습니다. 많이 마시고 자면 새벽에 화장실 때문에 깨고, 안 마시면 입이 말라 침 냄새가 진해집니다. 겨울에는 텐트 안에 물병을 뒤집어 두거나 침낭 안쪽에 넣어 얼지 않게 합니다. 물이 얼면 새벽에 목말라도 마실 수가 없습니다.
- 취침 전 양치와 가벼운 가글은 체감 차이가 큽니다.
- 입 벌림이 심하면 베개 높이를 먼저 바꿔보는 게 빠릅니다.
- 텐트 환기는 조금이라도 열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 침 묻은 천은 식기, 버너, 식량과 분리해서 보관합니다.
의학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평소에도 침을 지나치게 많이 흘리거나 코골이, 수면무호흡, 턱 통증이 같이 있다면 장비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병원에서 상담받는 게 맞습니다. 캠핑 장비로 몸의 신호를 덮으려고 하면 오래 못 갑니다.
초보라면 이렇게 챙기면 충분합니다
처음 캠핑 가는 분에게 제가 권하는 구성은 단순합니다. 에어베개 하나, 얇은 수건 두 장, 지퍼백 하나면 됩니다. 수건 하나는 베개 커버로 쓰고, 하나는 예비로 둡니다. 아침에 젖은 수건은 지퍼백에 바로 밀봉하지 말고 가능한 한 말린 뒤 넣습니다. 완전히 젖었고 말릴 시간이 없다면 식량과 분리해서 넣고 집에 오자마자 세탁하면 됩니다.
백패킹은 조금 더 가볍게 갑니다. 베개 대신 패딩 주머니나 여벌 옷을 쓰고, 버프 하나를 커버로 씌웁니다. 침이 많은 편이면 초경량 수건 하나 추가합니다. 20~40g 늘어나는 건데 밤새 찝찝해서 잠 못 자는 것보다 낫습니다. 무게 줄이겠다고 이런 걸 다 빼면 결국 다음 날 걷는 속도가 떨어집니다. 잠을 못 자면 장비 무게보다 사람이 먼저 무거워집니다.
캠핑은 멋진 장비보다 다음 날 몸 상태가 더 중요합니다. 침 같은 사소한 문제도 그냥 넘기면 수면, 냄새, 위생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장비를 줄이는 쪽을 좋아하지만, 잘 자는 데 필요한 작은 천 한 장까지 아끼지는 않습니다. 밖에서 편하게 자는 사람들은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이런 귀찮은 부분을 미리 조금씩 덜어놓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