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반죽이 아니라 풀처럼 변했다
얼마 전 주말 아침에 식빵을 사러 나가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밀가루도 있고 이스트도 있는데, 집에서 빵만들기 한 번쯤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빵은 사 먹는 게 제일 편하다. 그런데 갓 구운 빵 냄새가 집 안에 퍼진다는 말이 괜히 사람을 흔든다.
처음 시도한 건 기본 모닝빵이었다. 재료는 강력분 300g, 우유 170g, 설탕 30g, 소금 5g,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5g, 버터 30g 정도. 레시피만 보면 간단해 보인다. 섞고, 치대고, 부풀리고, 굽는다. 그런데 실제로 손을 대보면 ‘섞는다’와 ‘치댄다’ 사이에 생각보다 큰 강이 있다.
내 첫 반죽은 손에 계속 달라붙었다. 밀가루를 더 넣으면 해결될 줄 알고 조금씩 뿌렸는데, 나중에는 빵보다 수제비에 가까운 질감이 됐다. 알고 보니 초반 반죽은 원래 꽤 끈적하고, 10분 정도 치대면서 점점 매끈해지는 쪽에 가깝다. 손에 묻는 게 싫어서 밀가루를 계속 추가하면 빵 속이 퍽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빵만들기에서 제일 헷갈린 건 발효 시간이었다
레시피에는 1차 발효 1시간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타이머만 믿고 기다렸다. 그런데 그날 집 안 온도가 낮았다. 10월 초 저녁이라 주방이 은근히 서늘했고, 1시간이 지나도 반죽은 살짝 커진 정도였다. 그냥 굽기에는 마음이 급했지만, 여기서 밀어붙이면 묵직한 빵이 나온다는 걸 두 번째 시도에서 알게 됐다.
발효는 시간보다 상태를 보는 게 훨씬 낫다. 보통 반죽 부피가 2배 가까이 커지고, 손가락에 밀가루를 묻혀 찔렀을 때 자국이 천천히 남으면 꽤 괜찮은 상태였다. 너무 빨리 튀어나오면 덜 된 느낌이고, 푹 꺼지면 지나친 쪽에 가까웠다. 이 작은 테스트 하나가 생각보다 든든했다.
집에서 발효가 잘 안 될 때는 전자레인지 안에 따뜻한 물 한 컵을 같이 넣어두는 방법이 꽤 유용했다.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게 아니라, 닫힌 공간에 따뜻한 습기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물은 뜨겁지만 손으로 컵을 잡을 수 있을 정도면 충분했다. 너무 뜨거운 환경은 이스트가 힘을 잃을 수 있어서, 따뜻한 방 느낌 정도가 좋았다.
오븐보다 중요한 건 계량과 기다림이었다
빵만들기를 해보면 장비 욕심이 금방 생긴다. 반죽기, 발효기, 큰 오븐, 식힘망까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몇 번 해보니 초보 단계에서 가장 차이를 만든 건 비싼 장비보다 저울이었다. 컵으로 대충 계량하면 반죽 상태가 매번 달라졌다. 특히 물이나 우유가 10g만 늘어도 손에 달라붙는 정도가 꽤 달라진다.
내가 체감한 기본 기준은 이랬다.
- 강력분 300g 기준으로 액체는 165~180g 사이에서 조절하면 다루기 편했다.
- 소금은 이스트와 바로 닿지 않게 넣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 버터는 처음부터 넣기보다 반죽이 어느 정도 뭉친 뒤 넣는 게 매끈했다.
- 굽고 나서는 바로 자르지 말고 20분 이상 식혀야 속이 덜 뭉쳤다.
솔직히 기다리는 과정이 제일 어렵다. 오븐에서 나온 빵은 향이 너무 좋고, 표면도 반짝거린다. 바로 찢어 먹으면 기분은 좋은데 속살이 눌리고 질척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빵도 뜸이 필요한 음식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실패한 빵도 먹을 방법은 있었다
첫 빵은 높이가 낮고 속이 촘촘했다. 보기에는 실패였지만 버리기엔 아까웠다. 얇게 썰어서 프라이팬에 버터를 조금 녹이고 구우니 꽤 괜찮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해서, 오히려 수프나 커피랑 먹기 좋았다. 설탕과 계피가루를 살짝 묻히면 간식 느낌도 났다.
덜 부푼 빵은 샌드위치용으로는 아쉽지만 프렌치토스트로 만들면 장점이 생긴다. 계란 1개, 우유 80g, 설탕 1작은술 정도 섞은 뒤 빵을 적셔 구우면 빵의 퍽퍽함이 많이 줄어든다. 너무 딱딱한 빵은 작게 잘라 크루통처럼 구워도 괜찮았다. 샐러드 위에 올리면 실패의 흔적이 제법 그럴듯한 재료가 된다.
반대로 발효가 지나쳐 신 냄새가 강하거나 반죽이 축 처진 경우는 맛이 확 떨어졌다. 이때는 억지로 예쁜 빵을 기대하기보다 납작하게 펴서 피자 도우처럼 쓰는 쪽이 나았다.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올려 구우면 빵의 모양 실패가 덜 티 난다.
다시 만든 빵은 생각보다 조용히 성공했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욕심을 줄였다. 손반죽 시간은 15분 정도로 잡고, 반죽이 완벽하게 손에서 떨어지지 않아도 멈췄다. 1차 발효는 1시간 20분쯤 걸렸고, 둥글린 뒤 15분 쉬게 했다. 2차 발효는 40분 정도. 180도에서 15분 구웠더니 윗면이 노릇하게 올라왔다.
맛은 빵집 빵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대신 버터 향이 은근했고, 씹을수록 우유 맛이 조금 났다. 무엇보다 속이 전보다 훨씬 가벼웠다. 손으로 찢었을 때 결이 살짝 늘어나는 걸 보고 괜히 혼자 뿌듯했다. 빵만들기는 대단한 기술 같지만, 실제로는 반죽이 변하는 속도를 옆에서 기다려주는 일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완벽한 식빵이나 바게트를 노리면 금방 지친다. 작은 모닝빵이나 둥근 빵처럼 모양 부담이 적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훨씬 편했다. 실패해도 토스트, 프렌치토스트, 크루통으로 빠져나갈 길이 있으니 마음도 가볍다.
집에서 빵을 굽는 일은 시간 대비 효율만 따지면 애매하다. 사 먹는 게 싸고 빠를 때도 많다. 그런데 밀가루 덩어리가 부풀고, 손에 달라붙던 반죽이 빵 냄새를 내기 시작하는 순간이 꽤 묘하다. 다음에는 설탕을 조금 줄이고, 우유 대신 물을 섞어서 더 담백한 버전도 해볼 생각이다. 빵 하나 때문에 주방이 조금 어질러졌지만, 그 정도는 다시 해볼 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