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이미 여러 개를 열고 있었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휴대폰 배터리가 42%까지 떨어진 걸 보고 살짝 놀랐다. 출근한 지 두 시간도 안 됐는데 말이다. 별로 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화면 사용 시간을 열어보니 메신저, 지도, 음악, 날씨, 은행 어플리케이션이 줄줄이 찍혀 있었다. 사실 우리는 앱을 쓴다고 마음먹고 쓰는 게 아니라, 생활의 빈틈마다 거의 반사적으로 열고 있었다.
예전에는 휴대폰에 앱이 많으면 뭔가 정리가 안 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세어보니 문제는 개수보다 역할이었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앱이 겹치고, 알림이 너무 많고,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어디에 있는지 못 찾는 게 불편의 시작이었다.
내 휴대폰 속 어플리케이션을 분류해봤다
일단 홈 화면과 앱 보관함을 열어 직접 세어봤다. 총 87개였다. 기본 앱까지 포함하면 더 많지만, 실제로 내가 설치한 것만 기준으로 잡았다. 그중 최근 7일 안에 연 앱은 31개, 한 달 동안 한 번도 안 연 앱은 24개였다. 생각보다 방치된 앱이 많았다.
분류는 어렵게 하지 않았다. 매일 쓰는 것, 가끔 필요하지만 지우기 애매한 것, 왜 있는지 기억 안 나는 것. 이렇게 세 칸으로 나눴다. 이 방식이 의외로 현실적이었다. 생산성, 금융, 쇼핑처럼 멋진 카테고리를 붙이면 정리는 예뻐 보이는데 실제 생활과는 살짝 어긋난다.
- 매일 쓰는 앱: 메신저, 캘린더, 지도, 음악, 메모
- 가끔 쓰는 앱: 항공사, 병원 예약, 중고거래, 공공서비스
- 정체가 애매한 앱: 이벤트 참여용, 한 번 쓴 보정 앱, 예전 멤버십 앱
특히 애매한 앱은 대부분 알림을 켜둔 상태였다. 앱은 안 쓰는데 알림은 받는 구조였다. 이게 은근히 피곤했다. 내 시간을 쓰는 건 앱 실행 시간만이 아니라, 알림을 보고 신경 쓰는 시간까지 포함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좋은 어플리케이션은 기능보다 마찰이 적었다
몇 가지 앱을 비교하면서 느낀 건, 기능이 많은 앱이 꼭 편한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메모 앱도 그렇다. 어떤 앱은 폴더, 태그, 템플릿, 동기화 기능이 화려했지만 막상 장보기 목록 하나 적으려면 손이 여러 번 갔다. 반대로 기본 메모 앱은 투박해도 3초 안에 적을 수 있어서 계속 살아남았다.
은행 앱도 비슷했다. 보안 절차는 필요하지만, 단순 조회를 할 때마다 배너와 팝업이 너무 많으면 피로감이 컸다. 내가 자주 쓰는 앱은 대단한 기능보다 첫 화면에서 원하는 행동까지 가는 길이 짧았다. 송금이면 송금, 길찾기면 길찾기, 기록이면 기록. 목적지가 빨리 보여야 했다.
솔직히 앱 리뷰에서 별점만 보는 건 한계가 있었다. 평점 4.8점짜리 앱도 내 생활 패턴과 안 맞으면 금방 지웠고, 디자인이 평범한 앱도 매일 쓰는 흐름에 딱 맞으면 오래 남았다. 그래서 나는 새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3일만 기준을 둔다. 3일 안에 두 번 이상 자연스럽게 열리면 유지, 한 번도 안 열면 삭제 후보로 넣는다.
알림을 줄였더니 앱이 덜 귀찮아졌다
가장 효과가 컸던 건 앱 삭제보다 알림 정리였다. 전체 앱 중 알림을 허용한 게 46개였는데, 실제로 바로 알아야 하는 앱은 8개 정도였다. 메신저, 일정, 가족 관련 연락, 배송 정도면 충분했다. 쇼핑 할인, 포인트 소멸, 추천 콘텐츠 알림은 끄고 나니 하루에 화면을 확인하는 횟수가 확 줄었다.
특히 쇼핑 앱 알림은 생각보다 강했다. 1만 원 쿠폰, 오늘만 특가, 장바구니 상품 할인 같은 문구가 오면 별생각 없이 눌렀다. 그런데 눌러서 사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에는 소비 목록이 하나 생긴다. 이게 쌓이면 피곤하다. 알림을 끈 뒤에는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만 앱을 열게 됐다.
나는 알림을 세 단계로 나눴다. 바로 떠야 하는 것, 배지만 보여도 되는 것, 아예 꺼도 되는 것. 이 기준을 잡으니 결정이 쉬웠다. 모든 알림을 끄는 극단적인 방식보다 생활에 맞게 층을 나누는 쪽이 오래 갔다.
앱 정리는 삭제보다 배치가 중요했다
앱을 많이 지우는 게 능사는 아니었다. 공공기관 앱이나 병원 앱처럼 자주 쓰지는 않지만 필요한 순간이 분명한 것들이 있다. 이런 앱은 삭제했다가 다시 설치하면서 본인인증을 반복하는 게 더 번거롭다. 그래서 나는 첫 화면에는 매일 쓰는 앱만 두고, 가끔 쓰는 앱은 폴더 하나에 모았다.
홈 화면 첫 줄에는 캘린더, 메모, 지도, 메신저만 남겼다. 쇼핑 앱과 영상 앱은 첫 화면에서 뺐다. 이 작은 위치 변화가 꽤 컸다. 손가락이 습관적으로 누르던 앱이 안 보이면 한 번 멈추게 된다. 그 1초가 생각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앱 이름보다 아이콘 색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비슷한 색의 앱을 한 폴더에 몰아넣으면 오히려 헷갈렸다. 자주 쓰는 앱은 색이 겹치지 않게 배치했고, 금융 앱은 한 화면에 모아두되 생체인증이 켜져 있는지 확인했다. 생활 노하우라고 하기엔 사소하지만, 실제 사용감은 이런 데서 갈렸다.
내 기준에 맞는 어플리케이션만 남기기
며칠 동안 정리하고 나니 설치 앱은 87개에서 61개로 줄었다. 숫자보다 좋았던 건 휴대폰을 열었을 때 덜 산만하다는 느낌이었다. 필요한 앱은 더 빨리 찾고, 괜히 눌러보는 앱은 줄었다. 배터리 사용량도 체감상 조금 나아졌는데, 이건 앱 삭제보다 백그라운드 실행과 알림을 줄인 영향이 더 커 보였다.
내가 남긴 기준은 단순하다. 첫째, 최근 한 달 안에 썼는가. 둘째, 대체 앱이 이미 있는가. 셋째, 알림이 내 생활에 실제로 필요한가. 넷째, 다시 설치할 때 번거로운 앱인가. 이 네 가지만 봐도 지울 앱과 남길 앱이 꽤 선명해진다.
어플리케이션은 이제 생활 도구에 가깝다. 도구가 많다고 생활이 편해지는 건 아니고, 손에 맞는 도구가 적당한 위치에 있을 때 편하다. 휴대폰 정리를 거창하게 마음먹을 필요는 없었다. 그냥 오늘 하루 가장 많이 연 앱부터 보고, 나를 자꾸 부르는 앱의 알림부터 꺼보는 것만으로도 꽤 다른 느낌이 났다. 작은 화면이 조금 조용해지니, 이상하게 하루도 조금 덜 바빠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