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랍을 열었더니 보충제가 너무 많았다
얼마 전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살짝 민망해졌다. 비타민C, 마그네슘, 오메가3, 유산균, 루테인까지. 처음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피곤해서 하나, 눈이 뻑뻑해서 하나, 장이 예민해서 하나. 그런데 막상 모아놓고 보니 이게 건강관리인지 수집인지 헷갈렸다.
솔직히 보충제는 사는 순간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뭔가 내 몸을 챙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문제는 먹는 방식이 생각보다 허술하다는 점이다. 저는 한동안 아침에 생각나는 대로 3~4알을 한꺼번에 삼켰고, 어떤 날은 까먹고, 또 어떤 날은 밤에 몰아서 먹었다. 그러다 속이 더부룩한 날이 생기면서 ‘이거 정말 나한테 필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한 일은 개수 줄이기였다
제가 제일 먼저 한 건 새 보충제를 더 찾는 게 아니라, 지금 먹는 것들을 종이에 적어보는 일이었다. 제품명, 주성분, 하루 섭취량, 먹는 시간, 왜 샀는지를 적었다. 이 과정이 의외로 꽤 강력했다. 이유가 흐릿한 제품이 바로 보였다. 예를 들면 ‘그냥 유명해서 산 것’, ‘할인해서 산 것’, ‘친구가 좋다고 해서 산 것’ 같은 것들이다.
그다음 기준은 단순하게 잡았다. 최근 3개월 안에 불편함이 있었는지, 식사로 채우기 어려운지, 먹고 나서 몸이 불편하지 않았는지. 이 세 가지를 통과하지 못하면 일단 보류했다. 저는 결국 매일 먹는 보충제를 5개에서 2개로 줄였다. 유산균과 비타민D만 남겼고, 마그네슘은 잠을 못 자는 시기에만 가끔 먹는 쪽으로 바꿨다.
비타민D를 남긴 이유는 실내 생활이 많고 햇빛을 거의 못 보는 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타민C는 과일을 챙겨 먹는 날이 늘면서 굳이 매일 먹을 필요를 못 느꼈다. 물론 이건 제 생활 패턴 기준이다. 같은 보충제라도 야외 활동이 많은 사람, 식사가 불규칙한 사람, 특정 질환이나 약을 복용 중인 사람에게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좋은 보충제보다 중요한 건 ‘겹침’이었다
보충제를 여러 개 먹다 보면 생각보다 성분이 겹친다. 종합비타민에 비타민D가 들어 있고, 눈 건강 제품에도 아연이 들어 있고, 피로 회복 제품에도 비타민B군이 들어 있는 식이다. 따로 보면 괜찮아 보여도 합치면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저는 이걸 보고 나서 종합비타민을 잠시 멈췄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인 A, D, E, K는 몸에 쌓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래서 ‘많이 먹으면 더 좋겠지’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낫다고 느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질병관리청 안내에서도 건강기능식품은 식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적인 역할이라는 취지로 설명한다. 말 그대로 보충제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쪽에 가까워야지, 식사와 생활습관을 밀어내면 이상해진다.
- 같은 성분이 여러 제품에 들어 있는지 확인하기
- 하루 섭취량을 제품별이 아니라 전체 합으로 보기
-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약사나 의사에게 먼저 물어보기
- 속쓰림, 설사, 두근거림 같은 변화가 있으면 잠시 멈추고 기록하기
저는 이 네 가지를 체크하면서 보충제에 대한 태도가 꽤 달라졌다. 예전에는 ‘뭘 더 먹을까’를 먼저 생각했다면, 지금은 ‘굳이 지금 필요한가’를 먼저 본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먹는 시간도 은근히 차이가 났다
보충제는 성분만큼 먹는 시간도 중요했다. 저는 예전에 공복에 오메가3를 먹었다가 속에서 비린 느낌이 올라와서 바로 포기한 적이 있다. 나중에 식사 후로 바꾸니 훨씬 나았다. 비타민D도 기름기 있는 식사 후에 먹는 편이 제 몸에는 편했다.
반면 유산균은 제품마다 안내가 달랐다. 어떤 제품은 공복을 권하고, 어떤 제품은 식후를 권한다. 그래서 결국 제품 라벨을 기준으로 삼았다. 인터넷에서 본 일반적인 팁보다 내 손에 든 제품의 섭취 방법이 더 직접적인 기준이 되었다. 별것 아닌데, 이걸 무시하면 괜히 돈만 쓰고 효과는 애매해질 수 있다.
제가 실제로 정한 방식
- 비타민D: 점심이나 저녁 식사 후
- 유산균: 제품 안내에 맞춰 아침 공복 또는 식후
- 마그네슘: 매일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저녁에 소량
- 오메가3: 생선을 거의 못 먹는 주에만 식후 섭취
이렇게 정해두니 오히려 빼먹는 일이 줄었다. 매일 모든 걸 챙기려 할 때보다 부담이 적었다. 제 경우엔 보충제 루틴이 복잡할수록 오래 못 갔다. 단순해야 지속됐다.
비싼 제품이 늘 답은 아니었다
보충제를 고를 때 가격도 참 헷갈린다. 1개월분 1만 원대 제품도 있고, 5만 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처음엔 비싼 게 더 좋겠지 싶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본다. 브랜드보다 먼저 보는 건 함량, 원료명, 섭취량, 인증 표시, 그리고 내가 계속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예를 들어 유산균은 균 수만 보고 고르면 애매했다. 보장균 수인지, 섭취 시점 기준인지, 냉장 보관이 필요한지 같은 차이가 있었다. 마그네슘도 산화마그네슘, 구연산마그네슘, 글리시네이트처럼 형태가 다르고 사람마다 속 편함이 달랐다. 저는 산화마그네슘을 먹었을 때 배가 불편해서 다른 형태로 바꿨더니 나았다.
또 하나 느낀 건 후기만 믿으면 흔들리기 쉽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잘 맞은 제품이 나에게도 꼭 맞지는 않았다. 특히 ‘먹자마자 피로가 사라졌다’ 같은 표현은 솔직히 조금 조심해서 본다. 보충제는 약이 아니고, 생활 전체가 같이 움직여야 체감이 생긴다. 잠을 5시간 자면서 피로 보충제를 찾던 제 예전 모습이 딱 그랬다.
지금은 덜 먹고 더 잘 본다
3개월 정도 줄여서 먹어보니 가장 좋았던 건 몸보다도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점이다. 매일 여러 알을 챙기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줄었고, 뭔가 빠뜨렸다는 찝찝함도 덜했다. 그리고 몸 상태를 더 잘 보게 됐다. 피곤하면 보충제부터 찾기보다 잠, 식사, 커피 양, 운동량을 먼저 떠올리게 됐다.
보충제는 잘 쓰면 꽤 유용하다. 다만 ‘많이 먹는 사람’보다 ‘필요한 걸 아는 사람’이 더 건강하게 쓰는 것 같다. 저는 앞으로도 새 제품을 살 때 바로 결제하지 않고, 최소한 지금 먹는 것과 겹치지 않는지부터 볼 생각이다. 서랍이 가벼워지니 이상하게 마음도 같이 가벼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