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이 신인 드래프트장에 섰더니, 숫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최지만이 신인 드래프트장에 섰더니, 숫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낯선 장면이었다, 그런데 꽤 야구다운 장면이었다

얼마 전 2027 KBO 신인 드래프트 소식을 보다가 순간 손이 멈췄다. 이름 하나 때문이었다. 최지만. 보통 신인 드래프트 명단에서 떠올리는 얼굴은 고교 3학년 투수, 대학 강타자, 혹은 해외 유학을 마친 어린 선수들이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서 8시즌을 뛰고 통산 67홈런을 친 선수가 같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이건 단순히 ‘유명 선수가 국내 복귀를 노린다’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KBO 발표와 현장 보도 기준으로 최지만은 2027 KBO 신인 드래프트 참가 절차를 밟았고, 9월 1일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에도 나섰다. 그리고 9월 21일 열린 드래프트에서 KT 위즈가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표현은 신인 드래프트지만, 실제 내용은 ‘검증된 베테랑을 어떤 가격과 순번으로 평가할 것인가’에 가까웠다.

왜 최지만은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나

최지만은 동산고 졸업 후 KBO 구단을 거치지 않고 곧장 미국 무대로 향했다. 이런 선수는 나중에 KBO리그에 들어오려면 일반적인 FA 이적이 아니라 드래프트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35세 메이저리그 출신 신인’이라는, 말만 들으면 살짝 어색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사실 이 제도적 맥락을 빼면 이번 이슈는 이해가 잘 안 된다. 최지만이 갑자기 신인급 선수로 평가받았다는 뜻이 아니다. KBO 구단 입장에서는 그의 권리를 확보하려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해야 했고, 최지만 입장에서는 국내 무대 진입을 위해 그 문을 통과해야 했다. 그래서 이 참가 자체가 하나의 기록적 사건처럼 보였다. 선수 경력의 시작점이 아니라, 커리어의 다음 무대를 여는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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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면 위험과 매력이 같이 보인다

최지만의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은 525경기, 타율 0.234, 67홈런, 238타점, OPS 0.764로 알려져 있다. KBO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의 이력표로는 거의 반칙처럼 보이는 숫자다. 메이저리그에서 장기간 1루수와 지명타자 자원으로 버틴 좌타자라는 점만으로도 타석의 무게감은 분명하다.

그런데 구단들이 모두 1라운드에서 지나쳤다는 점도 꽤 중요하다. 이건 최지만의 커리어를 낮게 봤다기보다, 드래프트 자산의 계산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나이, 최근 실전 감각, 수비 포지션, 외국인 타자와의 역할 중복, 샐러리캡 시대의 비용 효율까지 한꺼번에 봐야 했다. 특히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는 KBO에서도 공격 생산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자리다. 타율보다 출루율, 장타율, 득점권에서의 타구 질이 더 날카롭게 검증된다.

  • 강점: 좌타 거포 경험, 메이저리그 투수 상대 경험, 장타 생산 이력
  • 변수: 30대 중반 나이, 부상 관리, 수비 활용 폭
  • 구단 관점: 즉시 전력 가능성은 높지만 장기 보유 가치는 신중하게 계산해야 하는 카드

KT의 선택은 꽤 현실적이었다

KT가 2라운드 전체 15순위에서 최지만을 지명한 건 묘한 균형점이었다. 1라운드 특급 유망주 권리를 쓰지는 않았지만, 2라운드 초중반 순번을 투자할 만큼 즉시 전력성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솔직히 이 정도면 “혹시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수준의 선택은 아니다. 타선 보강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보인다.

KT는 최근 몇 년 동안 마운드 운영과 수비 조직력에서 강점을 보여온 팀이다. 이런 팀에 필요한 건 때때로 흐름을 바꾸는 한 방이다. 최지만이 전성기처럼 30홈런을 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좌투수 상대 플래툰을 어떻게 짤지, 주전 1루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어떻게 배분할지, 시즌 144경기 체력 관리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품질 타석을 줄 수 있을지다.

만약 최지만이 출루율과 장타율을 동시에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면, KT 타선은 중심부에서 투수에게 던질 숙제를 하나 더 얻게 된다. 반대로 컨택 적응이 늦어지고 빠른 공 대처가 흔들리면 이름값과 실제 생산성 사이의 간격이 크게 보일 수 있다. 베테랑 영입은 늘 그렇다. 기대치는 과거 기록이 만들고, 평가는 지금 타석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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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래프트가 남긴 이상한 긴장감

이번 최지만의 참가가 흥미로운 건, 신인 드래프트의 성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드래프트는 원래 미래를 사는 자리다. 그런데 최지만은 미래보다 현재에 가까운 선수다. 어린 선수처럼 성장 곡선을 기다리는 대상이 아니라, 당장 1군에서 어느 정도 타석을 줄 수 있는지 계산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팬 입장에서는 두 개의 시선을 동시에 갖게 된다. 하나는 “메이저리그 67홈런 타자가 KBO에서 어떤 스윙을 보여줄까”라는 기대다. 다른 하나는 “이 선택이 젊은 자원 한 명을 포기할 만큼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이다. 둘 다 맞는 시선이다. 스포츠에서 기록은 늘 과거를 설명하지만, 팀 운영은 미래 비용까지 같이 묻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꽤 좋았다. 낭만만 있지도 않고, 냉정한 계산만 있지도 않았다. 최지만이라는 이름은 이미 많은 숫자를 쌓아온 선수의 이름이고, 2027 신인 드래프트 참가는 그 숫자들이 KBO라는 다른 리그에서 다시 번역되는 시작점이다. 이제 재미있는 건 지명 순번이 아니라 첫 달의 타구 속도, 볼넷 비율, 그리고 득점권에서 투수들이 그를 어떻게 피하거나 맞설지다. 그런 기록들이 쌓이면, 이 선택의 진짜 표정도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최지만이 신인 드래프트장에 섰더니, 숫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