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영락과 장엄의 영락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특별전 《영락없는 영락장식》은 같은 소리를 지닌 두 단어에서 출발한다. 흩어져 사라진다는 뜻의 영락(零落)과 구슬이나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를 가리키는 영락(瓔珞)을 연결한 제목이다.
전시는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회암사지 출토 장식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과정을 조명한다. 경전에 기록된 영락의 의미부터 불상과 불화에 표현된 형태, 실제 출토 유물과 현대 작가의 재해석까지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 기간은 2026년 9월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이며, 장소는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이다.
경전에서 확인하는 영락의 의미
전시장 도입부에서는 영락의 의미와 관련 문헌을 소개한다. 《대방광불화엄경소》의 구절을 통해 영락이 단순한 장신구에 머무르지 않고 불교에서 보살의 몸을 장엄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석씨원류》와 《법화경》, 《묘법연화경》 등 관련 자료도 함께 제시된다. 석굴암 십일면관음보살상 사진에서는 천의와 어우러져 여러 가닥으로 늘어진 영락의 섬세한 표현을 확인할 수 있다. 문헌 속 개념이 실제 불교미술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됐는지를 이어서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다.
불상과 불화에 나타난 장식
이어지는 공간은 불상과 불화 속 영락의 형상에 초점을 맞춘다. 관람객은 작품에 표현된 장식을 하나씩 찾아보며 보살의 몸과 의복 주변에 영락이 어떻게 배치됐는지 비교할 수 있다.
《불설다라니집경》에 기록된 관세음보살상을 그리는 방법도 소개된다. 기록에 나타난 요소와 작품 속 표현을 대조하면 영락이 형태와 위치에 따라 다양한 인상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옛 장인의 입장에서 회암사지 영락장식을 만들 때 어떤 자료를 참고했을지 생각해 보는 투표 공간도 마련됐다. 서로 다른 형식의 장식 자료를 비교하면서 당시 제작 과정과 조형적 선택을 떠올리도록 한 참여형 전시 요소다.
회암사지에서 나온 19점의 영락
이번 특별전의 중심에는 2003년 회암사지 8단지 정청지에서 출토된 영락장식 19점이 있다. 유물은 각각 끊어진 상태로 발견됐지만, 장식에 남은 고리와 연결 구조를 토대로 본래 하나의 장엄구였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출토품의 형태도 한 가지가 아니다. 일곱 개의 구슬을 꽃송이처럼 모은 장식, 여의두문 주변에 백색 구슬을 더한 장식, 보상화 문양을 표현한 장식 등이 전시된다. 불상과 불화 속에서만 접하기 쉬웠던 영락을 실제 유물로 확인하며 문헌과 이미지, 고고학 자료의 관계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작은 고리와 구슬, 반복되는 문양이 가까운 거리에서 드러난다. 끊어진 채 출토된 조각들이지만, 남아 있는 연결 흔적은 과거 장엄구의 전체 모습을 추정하게 하는 단서가 된다.
현대 미술로 이어진 영락
마지막 공간에서는 전통 영락을 현대적인 재료와 표현 방식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과거의 장식이 오늘날 작가와 장인의 작업을 통해 어떻게 새롭게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금강보살’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의 사보살을 금빛 선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네 금강보살마다 서로 다른 형태와 구성을 지닌 영락이 세밀하게 드러난다.
‘불보살님께 오뜨꾸뛰르를 공양하다’와 ‘자유여행 in Minami’는 비단 위에 석채를 사용하는 전통 채색기법인 진채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전통 기법을 토대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색감과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종이를 주요 재료로 활용해 관음과 지장보살도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작품도 전시된다. 여러 겹의 종이가 겹치고 이어지면서 영락의 세밀한 장식과 입체감을 구현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재료의 층과 연결 방식이 분명하게 보인다.
회암사지 출토 영락장식을 전통 금속공예 방식으로 재현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출토 유물의 형태를 살펴본 뒤 재현품을 비교하면 과거의 제작 기술과 오늘날 장인의 작업이 어떻게 맞닿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람객이 참여하는 전시
관람을 마친 뒤에는 전시 리플렛의 빈 공간에 기억에 남은 영락을 직접 그려볼 수 있다. 작품을 관찰한 내용을 자신만의 선과 형태로 다시 표현하도록 마련된 활동이다.
어린이 연계 체험인 ‘나전 영락장식 목걸이 만들기’도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2026년 10월 10일부터 3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에 진행되며, 대상은 7세부터 13세까지다. 회당 선착순 15명으로 운영되고,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통합예약 시스템이나 박물관 전화를 통한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상설전시와 체험 공간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에서는 특별전과 함께 상설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스탬프 투어와 느린우체통이 마련돼 있으며, 전통놀이를 현대적으로 구성한 체험 공간 ‘우리놀이터’도 운영된다.
상설전시 정기해설은 하루 세 차례 진행된다.
- 1차 오전 10시 30분
- 2차 오후 1시 30분
- 3차 오후 3시
2층에는 360 다면실감 영상 상영실도 마련돼 있다. 특별전과 상설전시, 체험 공간과 영상 상영을 한 건물 안에서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관람 정보
| 소재지 |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길 11 |
|---|---|
| 관람 시간 | 3월부터 10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11월부터 2월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
| 입장 마감 | 하절기 오후 5시, 동절기 오후 4시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과 추석 당일 |
| 공휴일 운영 |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화요일 휴관 |
| 관람료 | 성인 2천 원, 청소년·군인 1천500원, 초등학생 1천 원 |
| 무료 관람 | 7세 이하, 65세 이상 |
| 양주시민 | 관람료 50% 할인 |
입장권은 1층 매표소에서 구입한다. 입장권에 표시된 QR코드를 기기에 인식해야 2층 전시실에 들어갈 수 있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도 같은 QR코드가 필요하다.
《영락없는 영락장식》은 경전의 기록과 불교미술의 형상, 회암사지 출토 유물, 현대 작품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흩어진 유물의 작은 흔적에서 출발해 영락의 본래 의미와 형태, 제작 방식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