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물건을 몇 번 마주쳐봤더니, 초보가 놓치는 신호가 보였습니다

전세사기 물건을 몇 번 마주쳐봤더니, 초보가 놓치는 신호가 보였습니다

입찰장보다 무서운 건 계약서 앞에서 생기는 착각입니다

얼마 전 상담 비슷한 전화를 하나 받았습니다. 30대 초반 직장인인데, 시세보다 전세가가 2천만 원 정도 싸고 집도 깨끗해서 계약을 거의 앞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말투가 들떠 있더군요. 그런데 등기부를 받아보니 소유권 이전된 지 3개월도 안 된 집이었고, 근저당은 없었지만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싸서 좋은 게 아니라, 싸게 보이도록 만들어진 물건일 수 있다고요.

전세사기는 뉴스에서 보는 거창한 사건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현장에서 보면 아주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신축 빌라, 깔끔한 옵션, 친절한 중개사, 빠른 입주 가능, 보증보험 가능하다는 말. 초보 임차인은 이 조합 앞에서 경계심이 풀립니다. 저도 경매 물건 보러 다니다 보면 이런 집들이 나중에 임의경매나 강제경매로 넘어오는 걸 자주 봤습니다. 등기부 한 장만 제대로 읽었어도 피할 수 있었던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전세사기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

가장 흔한 건 깡통전세입니다. 집값이 2억인데 전세보증금이 1억 9천만 원인 식입니다. 겉으로는 근저당이 없어 깨끗해 보입니다. 그런데 매매가가 실제로 2억인지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빌라는 아파트처럼 실거래 비교가 쉽지 않아서, 일부러 높은 가격으로 매매 신고를 한 뒤 그 가격에 맞춰 전세를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차인은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낮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경매에 넘어가면 감정가도 낮고 낙찰가도 더 낮게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바지 임대인입니다. 돈도 재산도 없는 사람 명의로 집을 넘긴 뒤 전세보증금을 받아갑니다. 임차인이 나중에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해도 임대인은 갚을 능력이 없습니다. 제가 본 경매 사건 중에도 소유자가 젊은 사람인데 단기간에 빌라 여러 채를 취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주소지를 옮겨 다니고, 연락도 잘 안 됩니다. 이런 물건은 낙찰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명도가 지저분하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피가 마릅니다.

세 번째는 선순위 권리보다 더 무서운 ‘늦은 대항력’입니다. 임차인이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했더라도, 그보다 앞서 잡힌 근저당이나 가압류가 있으면 보증금 전액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특히 잔금일 오전에 등기부를 보고 괜찮다고 판단했는데, 같은 날 근저당 설정 접수가 먼저 들어가는 식의 사고도 현실에서 생깁니다. 그래서 전세계약은 계약일, 잔금일, 전입신고일, 확정일자 순서를 대충 넘기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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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에서 먼저 봐야 할 줄

저는 초보에게 등기부를 볼 때 ‘깨끗하다’는 말부터 믿지 말라고 합니다. 갑구에서는 소유권이 언제,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넘어왔는지 봐야 합니다. 최근에 매매로 넘어왔고 바로 전세를 놓는 구조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매수인이 법인인지, 개인이라도 여러 채를 짧은 기간에 취득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을구에서는 근저당권, 전세권, 임차권등기, 가압류, 압류 같은 항목을 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금액만이 아닙니다.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내 전입과 확정일자보다 앞선 권리가 있으면 경매 배당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보증금 1억 5천만 원인데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1억 2천만 원 잡혀 있다면, 집이 2억에 팔릴 거라는 가정 하나에 내 돈을 걸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경매는 늘 기대 가격에 팔리지 않습니다.

근데 등기부만 봐서는 부족합니다. 국세나 지방세 체납은 등기부에 바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이 크면 보증금 반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계약 전 임대인 동의를 받아 납세증명서나 미납국세 열람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말로만 ‘문제없다’고 하는 사람보다, 서류를 바로 보여주는 사람이 낫습니다.

시세조사는 두 번 해야 합니다

전세사기 피해 상담을 들어보면 “주변보다 싸서 계약했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반만 맞습니다. 주변 시세를 제대로 본 게 아니라, 중개사가 보여준 몇 개의 매물만 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경매 물건 조사할 때 최소 세 가지를 봅니다. 실거래가, 현재 매물 호가, 실제 전세 수요입니다. 빌라라면 같은 동네라도 도로 하나 차이로 가격이 확 달라집니다. 역세권이라고 해도 언덕 위인지, 주차가 되는지, 불법 증축이 있는지에 따라 낙찰가는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신축 빌라 분양가가 2억 4천만 원이고 전세가 2억 2천만 원이라고 합시다. 숫자로만 보면 2천만 원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비슷한 연식의 인근 빌라가 1억 9천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경매로 넘어가 1억 7천만 원에 낙찰되면, 비용과 선순위 채권을 빼고 나서 임차인에게 돌아갈 돈은 확 줄어듭니다.

특히 신축 빌라는 ‘첫 입주’라는 말에 조심해야 합니다. 첫 전세는 비교 대상이 부족합니다. 임대인과 분양업자, 중개업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임차인은 가격 판단을 혼자 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물건일수록 인근 구축 거래까지 같이 봅니다. 새집 프리미엄을 빼도 보증금이 안전한지 계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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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보험 된다는 말도 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분명히 중요한 안전장치입니다. 하지만 “보증보험 가능해요”라는 말과 실제 가입 완료는 전혀 다릅니다. 계약 후 심사에서 거절될 수도 있고, 보증한도나 주택가격 산정 문제로 일부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계약서에 특약을 넣으라고 말합니다.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식의 문구가 있어야 합니다.

또 하나, 중개사가 “다들 이렇게 해요”라고 말할 때 조심해야 합니다. 부동산 현장에서 제일 위험한 말 중 하나입니다. 다들 한다고 해서 안전한 게 아닙니다. 경매 법정에 가보면 ‘다들 괜찮다고 했다’는 말이 돈을 지켜주지 않습니다. 법원은 서류와 순서로 판단합니다. 전입일, 확정일자, 점유 여부, 배당요구 여부, 선순위 권리. 감정은 끼어들 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직접 발급해서 갑구와 을구를 확인합니다.
  • 잔금 당일에도 등기부를 다시 봅니다.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가능한 한 빠르게 처리합니다.
  • 보증보험은 말이 아니라 실제 가입 가능 여부와 조건을 확인합니다.
  • 시세는 실거래가, 주변 매물, 경매 낙찰가까지 같이 봅니다.

초보가 피해야 할 집은 대체로 티가 납니다

솔직히 전세사기를 100% 막는 방법은 없습니다. 사기 치려고 작정한 사람은 평범한 서류 사이에 위험을 숨깁니다. 그래도 피해 확률을 크게 낮추는 방법은 있습니다. 너무 싸고, 너무 급하고, 너무 말이 매끄러운 계약을 멈춰 세우는 겁니다. 좋은 집은 사람을 재촉하지 않습니다.

제가 10년 넘게 경매 현장을 다니며 느낀 건, 위험한 물건은 대체로 조급함을 동반한다는 점입니다. “오늘 계약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보러 온다”, “보증보험 된다”, “등기 깨끗하다”는 말이 한꺼번에 나오면 잠깐 물러서서 숫자를 다시 봐야 합니다. 보증금은 누군가에게는 전 재산입니다. 집이 마음에 드는 것과 돈이 안전한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전세계약은 좋은 집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내 돈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따져보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전세사기 물건을 몇 번 마주쳐봤더니, 초보가 놓치는 신호가 보였습니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