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골목에서 조용히 먹어본 안동맛집의 진짜 하루

안동 골목에서 조용히 먹어본 안동맛집의 진짜 하루

시장 안쪽에서 시작한 늦은 점심

얼마 전 안동에 갔을 때, 저는 하회마을보다 먼저 구시장 골목으로 발이 갔습니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이름난 풍경보다 밥 냄새가 먼저 궁금해지는 편이라서요. 안동 구시장 근처는 낮 1시가 조금 넘으면 관광객보다 장 보러 나온 동네 분들이 더 눈에 띕니다.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식당 앞에 긴 줄이 있는 곳도 있지만, 골목을 한 번만 더 들어가면 의외로 조용한 밥집들이 숨어 있습니다.

제가 들어간 곳은 간고등어와 된장찌개를 함께 내는 오래된 식당이었습니다. 간판은 화려하지 않았고, 테이블도 7개 정도뿐이었습니다. 메뉴판도 단출했습니다. 간고등어 정식, 제육, 된장, 이 정도였어요. 안동맛집을 찾는다고 하면 보통 찜닭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안동에서 가장 일상적인 한 끼는 이런 생선구이 백반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간고등어는 생각보다 짜지 않았습니다. 껍질은 바삭했고 속살은 촉촉했습니다. 밥 위에 한 조각 올리고, 곁들여 나온 무생채를 조금 얹으니 딱 좋았습니다. 관광지에서 먹는 ‘대표 음식’ 느낌보다, 누군가의 평일 점심을 잠깐 빌려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찜닭 골목은 조금 비켜서 먹는 게 좋았다

안동찜닭은 워낙 유명해서 피해 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는 찜닭 골목 한복판보다 골목 끝이나 옆길에 있는 작은 가게들이 더 편했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큰 가게들이 빨리 돌아가고 활기가 있지만, 조용히 먹고 싶다면 오후 3시 전후가 낫습니다. 점심 손님이 빠지고 저녁 손님이 오기 전이라 가게 안 공기가 한결 느슨해집니다.

제가 먹은 찜닭은 당면이 넉넉했고, 닭은 큼직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간장 양념이 진하지만 단맛이 과하지 않아서 끝까지 물리지 않았습니다. 둘이 먹기에는 중자도 양이 꽤 많았습니다. 밥까지 곁들이면 3명이 먹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유명세가 큰 음식은 기대가 커서 실망하기 쉬운데, 이곳은 ‘그래도 안동에 왔으면 한 번은 먹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조용한 여행을 좋아한다면 가게 선택보다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주말 점심 12시부터 1시 30분까지는 어느 집이든 분위기가 비슷하게 붐빕니다. 평일이나 애매한 시간대를 고르면 찜닭 골목도 꽤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가게 아주머니가 당면 더 필요하면 말하라고 툭 건네는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광고

월영교 근처에서는 커피보다 국수가 기억났다

월영교 쪽은 산책하기 좋아서 카페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커피를 마시려고 걸었습니다. 그런데 다리에서 조금 벗어나 동네 쪽으로 내려오니 작은 국수집이 보였습니다. 메뉴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김밥. 여행 중간에 이런 식당을 만나면 괜히 반갑습니다.

잔치국수 한 그릇은 특별한 장식 없이 나왔습니다. 멸치 육수 향이 부드럽고, 면은 너무 퍼지지 않았습니다. 가격도 관광지 주변 치고는 부담이 덜했습니다. 테이블 옆에는 동네 어르신 두 분이 앉아 계셨고, 창밖으로는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맛이 엄청나게 강렬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안동맛집을 찾다 보면 ‘꼭 먹어야 하는 메뉴’에 끌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찜닭, 간고등어, 헛제삿밥을 모두 넣으면 여행이 조금 바빠집니다. 저는 한 끼쯤은 이런 국수나 김밥처럼 가벼운 음식으로 비워두는 게 좋았습니다. 배가 너무 부르면 골목을 걷는 즐거움도 줄어드니까요.

헛제삿밥은 조용한 식당에서 천천히 먹었다

안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은 의외로 헛제삿밥이었습니다. 이름은 익숙했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생각보다 담백했습니다. 여러 가지 나물과 전, 간장에 비빈 밥이 한 상으로 나오는데, 자극적인 맛보다 재료의 온도가 먼저 느껴졌습니다. 뜨겁고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천천히 먹게 되는 힘이 있었습니다.

제가 간 식당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손님은 세 팀뿐이었고, 음식은 주문 후 15분쯤 지나 나왔습니다. 빠른 회전보다 차분한 상차림에 가까웠습니다. 나물은 각각 간이 세지 않았고, 전은 기름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간장에 밥을 비비면 처음엔 심심한데, 두세 숟갈 먹다 보면 오히려 그 심심함이 편해집니다.

이 음식은 배고플 때 허겁지겁 먹기보다, 여행 마지막 날 점심에 잘 어울렸습니다. 안동이 가진 오래된 분위기와도 잘 맞았습니다. 기와지붕, 낮은 담장, 오래된 골목을 걷고 난 뒤 먹으면 음식의 속도가 도시보다 조금 느리게 느껴집니다.

광고

안동맛집을 찾을 때 제가 보는 것들

안동에서 식당을 고를 때 저는 리뷰 숫자보다 주변의 속도를 먼저 봅니다. 너무 큰 음악이 나오지 않는지, 식사하는 사람들이 급하게 일어나지 않는지, 메뉴가 지나치게 많지 않은지 같은 것들입니다. 특히 로컬 식당은 메뉴가 3~6개 정도로 단순한 곳이 실패가 적었습니다.

  • 찜닭은 점심 피크 시간을 피하면 훨씬 편합니다.
  • 간고등어는 시장 주변 작은 백반집에서 먹을 때 일상적인 맛이 잘 살아납니다.
  • 월영교 근처는 카페만 보지 말고 옆 골목 식당도 함께 보면 좋습니다.
  • 헛제삿밥은 조용한 일정에 넣을수록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 주차가 편한 곳보다 걸어서 닿는 골목 식당이 더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안동맛집이라는 말은 조금 넓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유명한 찜닭집이고, 누군가에게는 시장 안쪽 생선구이집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후자에 더 마음이 갔습니다. 이름이 크게 알려진 곳보다, 식당 안에 놓인 낡은 물컵과 벽시계, 조용히 밥 먹는 동네 사람들의 표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안동은 빠르게 찍고 지나가기보다 천천히 걸을수록 좋은 도시였습니다. 배가 고파서 들어간 식당에서 생각보다 괜찮은 밥을 만나고, 그 밥 덕분에 다음 골목까지 더 걸어가게 되는 곳. 저는 그런 방식의 여행이 안동과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유명한 메뉴를 하나쯤 먹되, 나머지 한 끼는 또 아무 골목에서 조용히 고를 것 같습니다.

안동 골목에서 조용히 먹어본 안동맛집의 진짜 하루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