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에서 7년 넣은 청약통장을 해지하려는 분을 만났습니다. 잔액은 480만 원 정도였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당장 당첨될 것 같지 않으니 금리 높은 예금으로 옮기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분은 수도권 공공분양 가능성이 남아 있었고, 청약통장 가입기간 점수도 이미 쌓여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 통장을 깨는 순간 돈 몇 만 원 이자 차이보다 더 큰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1. 월 납입은 10만 원 공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예전에는 공공분양을 생각하는 분에게 월 10만 원 납입을 많이 권했습니다. 공공주택 납입 인정액이 월 10만 원 기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기준으로 월 납입 인정액이 25만 원까지 올라가면서 계산이 달라졌습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월 2만 원부터 50만 원까지 넣을 수 있지만, 청약 경쟁에서 인정되는 금액은 제도 기준을 봐야 합니다. 공공분양을 노리는 무주택자는 월 25만 원 납입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1년이면 인정액 300만 원, 3년이면 900만 원 차이가 납니다.
다만 민영주택 위주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민영주택은 지역별·면적별 예치금 기준이 더 중요합니다. 서울과 부산 기준 전용 85㎡ 이하는 300만 원, 102㎡ 이하는 600만 원, 135㎡ 이하는 1,000만 원, 모든 면적은 1,500만 원이 기준입니다. 광역시는 각각 250만 원, 400만 원, 700만 원, 1,000만 원이고 기타 지역은 200만 원, 300만 원, 400만 원, 500만 원입니다.
2. 청약가점 84점 중 내 힘으로 바꾸기 어려운 점수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기준 민영주택 가점제는 총 84점입니다. 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입니다. 상담을 해보면 많은 분이 통장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만 보는데, 민영 가점제에서는 잔액보다 이 세 항목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35세 미혼 1인 가구가 무주택기간 5년, 부양가족 0명, 통장 가입기간 10년이라면 점수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반대로 45세 부부에 자녀 2명, 무주택기간 12년, 통장 가입기간 15년이면 같은 통장 잔액이라도 경쟁력이 크게 달라집니다.
- 무주택기간은 만 30세부터 계산되는 경우가 많지만, 30세 전 혼인했다면 혼인신고일부터 볼 수 있습니다.
- 부양가족은 주민등록 등재와 실제 부양 요건이 중요합니다.
- 통장 가입기간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점수라 중간 해지가 특히 아깝습니다.
3. 소득공제는 세금 환급용이지 당첨 보장용은 아닙니다
국세청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는 조건이 분명합니다.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 과세기간 종료일 현재 무주택 세대주 요건을 갖춰야 하고, 연 납입액 300만 원 한도에서 40%를 소득공제받습니다. 최대 공제대상 금액은 120만 원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자주 생깁니다. 120만 원을 돌려받는 게 아닙니다. 과세표준에서 120만 원을 빼주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적용 세율 구간이 15%라면 지방소득세까지 감안해 대략 19만 원 안팎의 세 부담 감소 효과로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연말정산만 보고 무리해서 월 25만 원을 넣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월세, 카드값, 비상금이 부족한데 청약통장에 돈을 묶으면 생활 자금이 막힙니다. 청약통장은 일부 인출이 원칙적으로 어렵고, 해지하면 가입기간과 납입 이력이 사라집니다.
4. 이런 경우에는 청약보다 현금흐름이 먼저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가장 조심시키는 경우는 신용대출 이자가 높은데 청약에 과하게 넣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 금리가 연 6%이고 청약통장에는 매달 25만 원씩 넣고 있다면, 당첨 가능성과 대출 이자를 같이 봐야 합니다. 당장 1년 동안 300만 원을 더 넣는 동안 고금리 대출 원금 상환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또 1~2년 안에 전세보증금, 결혼자금, 출산비용이 필요한 분도 무조건 최대 납입이 답은 아닙니다. 청약은 좋은 제도지만 유동성이 낮습니다. 통장에 넣은 돈이 내 돈이긴 해도, 필요할 때 편하게 꺼내 쓰기 어렵다는 점이 실제 생활에서는 꽤 큽니다.
- 공공분양을 노리는 무주택자라면 월 25만 원 납입을 우선 검토합니다.
- 민영주택 위주라면 지역별 예치금 충족과 가점 관리가 먼저입니다.
-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는 소득공제 효과를 함께 계산합니다.
- 고금리 대출이 있다면 청약 납입액을 줄이고 원금 상환을 병행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5. 청약통장은 깨기 전에 한 번만 더 계산해야 합니다
청약통장을 해지하려는 분께 제가 꼭 묻는 게 있습니다. 앞으로 3년 안에 분양을 넣을 가능성이 정말 없는지, 공공과 민영 중 어디를 노리는지, 지금 통장 가입기간이 몇 년인지입니다. 이 세 가지 답이 나오면 해지 여부가 꽤 선명해집니다.
특히 오래된 통장은 단순한 예금이 아닙니다. 가입기간 점수와 납입 회차, 납입 인정액이 같이 들어 있는 금융 이력입니다. 금리만 비교하면 답이 쉬워 보이지만, 청약은 금리 상품이면서 동시에 자격 상품입니다.
제 가족에게 권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공공분양 가능성이 있고 현금흐름이 버틴다면 월 25만 원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민영주택 위주라면 예치금 기준을 맞춘 뒤 가점과 추첨 물량을 같이 봅니다. 당첨 가능성이 낮고 고금리 대출이 크다면 납입액을 낮추되, 통장 자체는 가능한 한 유지합니다. 청약은 빨리 부자가 되는 도구라기보다, 내 집 마련 선택지를 오래 살려두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