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돌보는 비봉의 손길

끝까지 돌보는 비봉의 손길

화성시 비봉면에서 비봉재가복지센터를 운영하는 한정희 센터장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살피고 있다. 요양보호사로 약 7년간 현장을 경험한 뒤 2020년 센터를 열었으며, 센터 운영 6년째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한 센터장이 내세운 좌우명은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이 말은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간에만 어르신을 보살피겠다는 뜻에 머물지 않는다. 건강 악화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옮긴 뒤에도 보호자와 소통하고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책임을 포함한다.

가정으로 찾아가는 돌봄

비봉재가복지센터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의 가정에 요양보호사가 방문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신체 활동과 가사, 일상생활을 돕고 정서 지원과 말벗 역할도 맡는다.

병원에 갈 때 동행하거나 식사와 약을 챙기는 일도 돌봄에 포함된다. 아침이나 날씨가 비교적 선선한 시간에는 어르신이 가볍게 움직일 수 있도록 산책을 돕는다. 목욕 서비스는 통상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며,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상황에 따라 두 번 제공하기도 한다고 한 센터장은 밝혔다.

한 센터장은 센터를 설립하기 전 요양보호사로 약 7년간 활동했다. 직접 어르신의 집을 방문하며 돌봄을 수행한 경험이 있어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센터 운영에서도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상황을 함께 살피고 있다.

낯선 방문에서 기다리는 만남으로

방문요양이 시작될 때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문턱은 낯섦이다. 어르신에게 집은 오랫동안 가족만 드나들던 사적인 공간이다. 처음 보는 요양보호사가 집 안으로 들어와 살림을 살피고 생활을 돕는 상황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표정이 어둡거나 말을 아끼는 어르신도 있고, 자신이 사용하던 살림을 다른 사람이 보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 센터장은 전했다. 센터와 요양보호사들은 이런 반응을 서두르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먼저 한 걸음 다가가 관계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한다.

시간이 흐르면 변화가 나타난다.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기다리거나 정해진 시간에 오지 않으면 문밖을 살피고 전화를 거는 어르신도 있다.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차량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할 만큼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이다.

말수가 적었던 어르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거나 자녀와 며느리, 사위 등 가족에게 미처 꺼내지 못했던 속마음을 요양보호사에게 전하기도 한다. 보호자들은 어르신의 표정이 밝아지고 혈색도 좋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돌봄은 집안일을 대신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혼자 삼켜야 했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까지 이어진다. 한 센터장은 다른 사람의 방문을 꺼리던 어르신이 요양보호사에게 집안 살림을 자기 집처럼 보살펴 줘 고맙다고 인사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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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좁히는 동행

한 센터장은 어르신과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낯섦을 꼽았다. 이를 줄이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한 달에 한 번 어르신 가정을 방문할 때 직접 동행해 얼굴을 마주한다.

토요일에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어르신을 모시고 식사를 하거나 찻집을 찾기도 한다. 외출이 어려운 어르신이 많아 한꺼번에 진행하기보다 대상자를 돌아가며 동행한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생활 공간 밖으로 잠시 나서는 시간도 관계 형성과 정서 지원의 일부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는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 욕창이 심하게 생긴 어르신을 보살필 당시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요양보호사들이 필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찾아가 돌봄을 제공했다고 한 센터장은 회상했다.

시설로 옮긴 뒤에도 이어지는 책임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던 어르신의 건강이 크게 나빠지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한 센터장은 어르신이 센터의 돌봄 범위를 떠나는 순간에도 관계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설로 옮긴 뒤에는 보호자와 계속 소통하고, 인지 능력이 남아 있는 어르신과 전화로 안부를 나눈다.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병문안을 가기도 한다. 부고를 받으면 조문하고 가족과 대화를 나누며, 어르신이 생전에 촬영한 사진을 가족에게 보여주기도 한다고 밝혔다.

끝까지 책임진다는 좌우명은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어르신과 가족의 곁을 살피겠다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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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로 넓어진 봉사

한 센터장은 현재 자신이 어르신을 돕고 있지만 언젠가는 자신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노인이 되는 만큼 서로 돕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재가복지센터 운영 밖에서도 지역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비봉면 주민자치회 예술참여분과 분과장을 맡고 있으며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어르신을 위한 반찬 봉사에 참여하고 사랑의열매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센터장은 봉사는 다른 사람의 지시만으로 지속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스스로 돕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움직일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부모에게 배운 봉사와 희생의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 행사에서는 개인 비용으로 미끄럼 방지 양말과 수세미를 준비해 20명에게 전달했다. 수세미는 치매가 있는 어르신에게 실을 제공하고 직접 뜨도록 부탁한 뒤 한 개당 1천 원을 지급해 마련한 것이었다. 한쪽의 활동이 다른 어르신에게도 역할과 보상으로 연결된 사례다.

요양보호 현장의 현실

한 센터장은 방문요양이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만의 일대일 관계로 끝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어르신에게는 배우자와 자녀가 있고, 보호자는 딸이나 아들뿐 아니라 사위와 며느리일 수도 있다. 돌봄 과정에서는 이처럼 여러 가족 구성원과 관계를 맺고 역할의 범위를 조율해야 한다.

요양보호사가 수행해야 하는 일과 수행하지 않아야 하는 일의 경계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갈등이 생길 때도 있다. 한 센터장은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보호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관련 기관에 계속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밭일이다. 몸 상태가 조금 좋아진 어르신은 밭에 나가 무언가를 심어 자녀에게 주고 싶어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는 교육받은 원칙에 따라 밭일을 도와서는 안 된다. 도움을 받지 못한 어르신이 혼자 밭에 나가면 근무 시간 중 다칠 위험이 있고, 반대로 어르신은 요양보호사가 도와주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돌봄 업무의 기준과 안전 책임을 어르신과 보호자가 함께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요양보호사 개인의 선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서비스 범위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 센터장의 설명이다.

선의만으로 가볍게 볼 수 없는 일

한 센터장은 요양보호 업무가 좋은 취지의 일인 동시에 실제 현장에서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봉사하려는 마음과 함께 업무의 원칙, 어르신의 상태, 보호자와의 관계를 모두 이해해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일을 시작하는 과정은 비교적 쉬워 보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러 고충을 마주한다. 어르신의 반응이나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업무 범위를 둘러싼 오해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들어오려는 사람은 돌봄의 의미뿐 아니라 현실적인 어려움도 충분히 알고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봉면의 방문요양 현장은 신체적 지원과 가사 보조, 정서적 교류와 가족 소통이 함께 이뤄지는 생활 밀착형 돌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센터장이 말한 책임은 정해진 방문 시간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어르신이 낯선 돌봄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건강 악화로 시설을 옮긴 이후까지 관계를 이어가는 데 놓여 있다.

비봉재가복지센터 위치

비봉재가복지센터는 경기도 화성시 효행구 비봉면 비봉로 73 205호에 자리하고 있다.

끝까지 돌보는 비봉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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