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다낭 숙소에서 또 느낀 것
얼마 전 다낭에서 1박 6만 원대 풀빌라형 숙소를 잡았는데, 예약 화면만 보면 거의 리조트급이었다. 수영장은 반짝였고 침구는 새하얬고 조식 사진도 꽤 그럴듯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수영장은 사진보다 훨씬 작았고, 방 안에서는 습한 냄새가 먼저 올라왔다. 에어컨을 2시간 틀어도 침구가 눅눅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저는 국내 펜션과 숙소를 100곳 넘게 묵어봤고, 동남아여행에서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숙소를 꽤 많이 다녔다. 그래서 이제는 예쁜 사진보다 먼저 보는 것들이 생겼다. 동남아 숙소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좋은 곳도 많지만, 사진과 실제 차이가 크게 나는 곳도 확실히 많다.
동남아 숙소는 위치가 반 이상이다
동남아여행 숙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객실 크기나 수영장이 아니라 위치다. 특히 처음 가는 도시라면 더 그렇다. 방콕은 지하철역에서 도보 5분인지 15분인지에 따라 하루 피로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다낭은 해변 근처인지 한강 근처인지에 따라 여행 분위기가 바뀐다.
예를 들어 같은 1박 7만 원 숙소라도, 중심지에서 택시로 20분 떨어진 넓은 숙소보다 도보 이동이 가능한 작은 숙소가 더 만족스러울 때가 많았다. 동남아는 택시비가 한국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매번 차를 부르고 기다리고 흥정하거나 앱을 확인하는 과정이 은근히 지친다. 밤 늦게 돌아올 때 골목이 어둡거나 주변 상점이 일찍 닫는 지역이면 체감 만족도는 더 떨어진다.
제가 위치 볼 때 확인하는 기준
- 가장 많이 갈 장소까지 차량 15분 이내인지
- 도보 5분 안에 편의점이나 작은 마트가 있는지
- 밤에도 주변에 식당이나 카페 불빛이 있는지
- 큰 도로에서 숙소 입구까지 골목이 너무 길지 않은지
특히 부모님이나 아이와 함께 가는 동남아여행이라면 숙소 위치는 더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낫다. 숙소비 2만 원 아끼려다가 하루에 이동 스트레스를 여러 번 겪으면 여행 전체가 피곤해진다.
사진에서 수영장보다 욕실을 더 봐야 한다
동남아 숙소 사진을 보면 대부분 수영장, 조식, 침대 위 꽃장식이 먼저 나온다. 그런데 실제 만족도는 욕실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수압, 배수, 환기, 곰팡이 냄새. 이 네 가지가 안 맞으면 아무리 침대가 예뻐도 다시 가고 싶지 않다.
제가 묵었던 세부의 한 리조트는 바다 전망은 정말 좋았는데 샤워기 수압이 너무 약했다. 머리 감는 데만 평소보다 두 배는 걸렸다. 푸꾸옥의 한 숙소는 객실 사진은 깔끔했지만 욕실 바닥 배수가 느려서 샤워 후 물이 한동안 고여 있었다. 이런 건 공식 사진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후기를 볼 때는 “깨끗해요”라는 말만 믿지 않는다. “수압 좋음”, “하수구 냄새 없음”, “습하지 않음”, “벌레 못 봄” 같은 표현이 반복되는지 본다. 반대로 “가격 생각하면 괜찮다”라는 후기가 많으면 저는 한 번 더 의심한다. 이 말은 종종 불편한 점이 있지만 참을 만했다는 뜻으로 쓰인다.
조식 포함이 항상 이득은 아니었다
동남아여행 숙소를 고를 때 조식 포함 옵션을 많이 고민한다. 솔직히 말하면 3박 이상이면 저는 조식 퀄리티를 꽤 따진다. 하루 이틀은 대충 먹어도 괜찮지만, 4일 내내 식빵, 계란, 소시지 정도만 나오면 아침마다 밖으로 나가게 된다.
베트남이나 태국은 숙소 밖 아침 식사 선택지가 좋은 도시가 많다. 쌀국수, 반미, 로컬 카페, 망고 스무디까지 가격도 부담이 덜하다. 그래서 조식 포함 숙소가 1박에 2만 원 이상 비싸진다면 저는 주변 식당을 먼저 본다. 반대로 휴양지 외곽 리조트처럼 밖에 나가려면 차를 타야 하는 곳은 조식 포함이 훨씬 편했다.
조식 포함이 괜찮았던 경우
- 근처 식당까지 걸어서 가기 애매한 리조트형 숙소
- 아이와 함께 가서 아침 이동을 줄이고 싶은 일정
- 투어 픽업 시간이 이른 날이 많은 여행
- 후기에 쌀국수, 오믈렛, 과일 종류가 구체적으로 언급된 곳
사진 속 조식 뷔페가 화려해 보여도 실제로는 메뉴가 매일 거의 같은 곳이 있다. 후기에서 “매일 조금씩 바뀐다”는 말이 있으면 꽤 좋은 신호였다.
가격이 너무 싸면 이유가 있다
동남아여행의 매력 중 하나는 숙소비가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 15만 원은 줘야 할 것 같은 룸 컨디션을 7만 원대에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숙소는 대체로 이유가 있었다. 위치가 애매하거나, 방음이 약하거나, 오래된 건물인데 사진을 잘 찍었거나.
제가 방콕에서 묵었던 1박 4만 원대 호텔은 객실 사진만 보면 깔끔했다. 그런데 옆방 문 닫는 소리, 복도 캐리어 끄는 소리, 새벽 오토바이 소리가 다 들렸다. 잠귀가 밝은 사람이라면 저렴한 가격이 장점으로 느껴지기 어렵다. 반대로 혼자 짧게 머물고 낮에 대부분 밖에 있는 일정이라면 감수할 수도 있다.
숙소를 고를 때는 “싸다”보다 “내가 포기해도 되는 부분이 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게 좋았다. 수영장은 없어도 되는지, 방은 좁아도 되는지, 중심지에서 조금 멀어도 되는지. 포기할 부분을 정하고 고르면 실망이 줄어든다.
이런 사람에게는 풀빌라보다 호텔이 낫다
동남아여행 하면 풀빌라 로망이 있다. 저도 발리와 푸켓에서 풀빌라를 몇 번 묵어봤고, 잘 고르면 확실히 만족도가 높다. 다만 모두에게 맞는 선택은 아니었다. 풀빌라는 벌레, 습도, 관리 상태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정원이 예쁜 숙소일수록 자연과 가까운 만큼 모기나 작은 벌레도 함께 따라올 수 있다.
혼자 여행하거나 밤늦게까지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정이라면 풀빌라보다 위치 좋은 호텔이 편했다. 커플 여행이라도 숙소에서 오래 머물 계획이 아니라면 굳이 비싼 풀빌라를 잡을 필요가 없다. 반대로 하루 중 절반 이상을 숙소에서 쉬고, 수영하고, 배달 음식 먹고, 느슨하게 보내고 싶다면 풀빌라가 제값을 한다.
제가 다시 동남아 숙소를 고른다면 사진 첫 장에 반해서 예약하지는 않을 것 같다. 후기를 오래 보고, 지도에서 주변을 보고, 욕실과 습도 관련 이야기를 먼저 찾을 것이다. 예쁜 숙소는 많지만 편한 숙소는 생각보다 적다. 여행이 끝나고 기억에 남는 건 침대 위 꽃장식보다 푹 잤던 밤, 물 잘 빠지던 욕실, 걸어서 맥주 한 캔 사올 수 있던 그 거리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