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주변에서 일본 여행지를 고르다가 “도쿄는 가봤고, 오사카도 익숙한데 조금 다른 곳 없을까?”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훗카이도, 정확한 표기로는 홋카이도였습니다. 일본 안에서도 면적이 넓고 계절감이 뚜렷해서, 같은 3박 4일이라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여행이 되거든요.
홋카이도는 지도에서 보면 한 섬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이동 거리는 꽤 큽니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 기차로 약 3시간 30분 이상, 삿포로에서 후라노나 비에이까지도 계절과 교통편에 따라 2시간 안팎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 가는 여행이라면 “많이 찍기”보다 “동선을 덜 꼬이게 짜기”가 훨씬 만족도가 높습니다.
처음이라면 삿포로를 중심에 두는 게 편합니다
홋카이도 첫 여행에서 가장 무난한 출발점은 삿포로입니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삿포로역까지 JR로 약 40분 정도라 접근이 쉽고, 숙소·식당·쇼핑·교통이 몰려 있어 여행 피로가 덜합니다. 특히 밤에 도착하거나 겨울에 가는 경우라면 첫날은 삿포로 시내에 묵는 쪽이 마음이 편해요.
삿포로 안에서는 오도리공원, 시계탑, 스스키노, 니조시장, 삿포로 맥주박물관 정도를 엮으면 하루가 자연스럽게 채워집니다. 사실 명소 하나하나가 압도적이라기보다, 눈 쌓인 거리나 넓은 도로, 차분한 도시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 편입니다. 겨울에는 걷는 속도가 확실히 느려지니 지도상 10분 거리도 체감상 더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3박 4일: 삿포로 2박, 오타루 당일치기 1회, 마지막 날 공항 이동
- 4박 5일: 삿포로 2박, 후라노·비에이 1박 또는 당일 투어, 오타루 1회
- 5박 이상: 삿포로와 하코다테, 또는 삿포로와 도야·노보리베쓰 온천 조합
계절을 먼저 고르면 일정이 쉬워집니다
홋카이도 여행은 계절 선택이 절반입니다. 일본정부관광국 안내에서도 홋카이도는 여름이 비교적 선선하고, 벚꽃 시기가 일본 본토보다 늦은 편이라고 소개합니다. 보통 5월 중하순에는 봄 느낌, 7월에는 후라노 라벤더, 9월 말부터 10월에는 단풍, 1월부터 2월에는 눈과 겨울 축제가 여행의 중심이 됩니다.
여름의 장점은 이동이 편하고 옷이 가벼우며 풍경이 선명하다는 점입니다. 후라노와 비에이는 이 시기에 가장 사진이 잘 나와요. 다만 7월 중순부터 8월은 성수기라 숙소 가격이 올라가고 렌터카 예약도 빨리 차는 편입니다. 솔직히 꽃밭 하나 보러 먼 길을 가는 게 맞나 싶을 수 있는데, 실제로 가보면 언덕과 밭이 넓게 이어지는 풍경 자체가 꽤 인상적입니다.
겨울은 완전히 다른 여행입니다. 삿포로 눈 축제는 매년 2월 초에 열리는 대표 행사로 알려져 있고, 오타루 운하 주변도 눈이 있을 때 분위기가 확 살아납니다. 근데 겨울 홋카이도는 예쁘기만 한 곳은 아닙니다. 눈길 때문에 캐리어 이동이 불편하고, 항공이나 열차가 날씨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하루에 도시를 두세 곳씩 넘나드는 일정은 피곤해지기 쉽습니다.
교통은 기차, 버스, 투어 중 하나로 단순하게
홋카이도 공식 관광 안내와 JR홋카이도 정보를 보면 주요 도시 간 이동은 JR, 고속버스, 렌터카, 현지 투어가 함께 쓰입니다. 처음이라면 교통수단을 너무 섞지 않는 게 좋아요. 삿포로와 오타루처럼 가까운 곳은 JR이 편하고, 후라노·비에이는 계절 열차나 버스 투어를 활용하면 이동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렌터카는 자유도가 높지만 겨울에는 신중해야 합니다. 눈길 운전 경험이 없다면 12월부터 3월까지는 대중교통이나 투어가 더 낫습니다. 여름에는 렌터카가 꽤 매력적입니다. 비에이 패치워크 로드나 청의 호수처럼 대중교통 배차가 촘촘하지 않은 곳을 다닐 때 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예산도 교통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삿포로 시내 위주라면 교통비 부담이 크지 않지만, 하코다테나 아사히카와까지 넣으면 열차 비용이 올라갑니다. JR 패스류는 일정에 따라 이득이 갈리니, 장거리 이동 날짜가 2일 이상인지 먼저 계산해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단순히 패스가 유명하다고 사면 오히려 손해일 때도 있습니다.
일정은 욕심보다 리듬이 중요합니다
처음 가는 홋카이도라면 4박 5일 기준으로 이런 흐름이 무난합니다. 1일차는 신치토세공항 도착 후 삿포로 이동, 2일차는 삿포로 시내, 3일차는 오타루 당일치기, 4일차는 후라노·비에이 또는 노보리베쓰 온천, 5일차는 공항 근처 쇼핑 후 귀국입니다. 이 정도면 이동과 휴식의 균형이 꽤 좋습니다.
하코다테를 꼭 넣고 싶다면 최소 5박 이상을 권하고 싶습니다. 하코다테 야경과 아침시장은 매력적이지만, 삿포로에서 왕복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요. 3박 4일에 하코다테까지 넣으면 사진은 많아져도 기억은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여행이 끝났을 때 “계속 이동만 했다”는 느낌이 남으면 아쉽잖아요.
숙소는 삿포로역 주변과 오도리·스스키노 주변으로 나눠 생각하면 됩니다. 삿포로역은 공항과 근교 이동이 편하고, 스스키노는 저녁 식사와 술집 접근성이 좋습니다. 가족 여행이나 부모님 동반이면 역 주변, 친구나 커플 여행이면 스스키노 쪽이 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짐과 예약에서 실수가 많이 납니다
홋카이도 겨울 여행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건 신발입니다. 롱패딩보다 미끄럼 방지 되는 신발이 더 중요할 때가 많아요. 장갑도 사진 찍기 편한 터치 가능한 제품이 좋고, 실내는 난방이 강한 편이라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쪽이 편합니다. 여름에는 햇빛이 생각보다 강해서 선글라스와 얇은 겉옷을 챙기면 좋습니다.
예약은 항공권보다 숙소가 먼저 막히는 시기가 있습니다. 눈 축제 기간, 7월 라벤더 시즌, 일본 연휴가 겹치는 때는 삿포로 숙박비가 평소보다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일본 현지 연휴와 한국 연휴가 겹치면 체감 가격이 더 올라가니, 인기 시즌은 2~3개월 전부터 숙소를 잡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먹거리는 해산물, 징기스칸, 수프카레, 미소라멘, 유제품을 많이 찾습니다. 다만 유명 식당만 따라다니면 대기 시간이 길어져요. 개인적으로는 하루 한 끼만 확실히 정하고, 나머지는 이동 동선 안에서 고르는 방식이 편했습니다. 여행지는 계획대로 움직이는 재미도 있지만, 눈 오는 저녁에 우연히 들어간 작은 라멘집이 오래 기억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홋카이도는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지라기보다 천천히 넓이를 느끼는 곳에 가깝습니다. 처음 간다면 모든 도시를 넣으려 애쓰기보다 삿포로를 중심으로 한두 방향만 골라보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다녀오면 이상하게 다음 계절의 홋카이도가 또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