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일본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느낀 건데, 홋카이도는 막상 가려고 하면 생각보다 범위가 너무 넓어서 당황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삿포로만 보고 가면 아쉽고, 그렇다고 하코다테부터 비에이, 후라노, 오타루, 노보리베쓰까지 다 넣으면 이동만 하다가 하루가 끝납니다.
홋카이도는 일본 전체 면적의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큰 지역입니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어디가 유명한가”보다 “며칠 동안 어느 계절에 갈 건가”가 먼저예요. 같은 홋카이도라도 7월의 라벤더밭과 2월의 설경 여행은 완전히 다른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계절부터 정하면 코스가 쉬워집니다
홋카이도 여행은 계절 선택이 절반입니다. 일본정부관광국 안내에서도 홋카이도는 사계절 매력이 뚜렷한 지역으로 소개되는데, 실제로 여행 만족도도 계절과 목적이 잘 맞을 때 훨씬 높습니다.
봄은 4월 말부터 5월 사이가 편합니다. 도쿄보다 벚꽃 시기가 늦어서 5월에도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있고, 삿포로와 하코다테 쪽을 여유롭게 돌기 좋습니다. 여름은 6월 말부터 8월이 인기예요. 후라노 라벤더, 비에이 언덕, 시원한 날씨 덕분에 본州의 습한 여름을 피하려는 여행객도 많습니다.
가을은 9월 말부터 10월 중순이 예쁩니다. 다이세쓰잔, 조잔케이, 노보리베쓰 쪽 단풍이 유명하고, 해산물과 농산물도 맛있어지는 시기입니다. 겨울은 12월부터 2월까지가 진짜 홋카이도답습니다. 삿포로 눈 축제, 니세코 스키, 오호츠크해 유빙처럼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 기다립니다.
- 꽃과 사진 여행: 6월 말~7월
- 눈과 온천 여행: 1월~2월
- 가성비와 한적함: 4월, 11월 일부 기간
- 음식과 단풍: 9월 말~10월
처음이라면 삿포로 중심으로 잡는 게 편합니다
초보 여행자라면 첫 숙소는 삿포로가 가장 무난합니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접근이 편하고, 오타루·비에이·후라노·조잔케이로 뻗어 나가기 좋기 때문입니다. 특히 3박 4일이나 4박 5일 일정이라면 매일 숙소를 옮기는 것보다 삿포로를 거점으로 잡는 쪽이 덜 피곤합니다.
3박 4일 기준으로는 첫날 삿포로 시내, 둘째 날 오타루, 셋째 날 비에이 또는 후라노, 마지막 날 공항 근처 쇼핑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오타루는 삿포로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아요. 운하, 오르골당, 초밥 거리까지 걸어서 연결되는 구간이 많아서 이동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다만 비에이와 후라노는 계절과 교통수단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달라집니다. 여름에는 관광열차나 버스 상품이 늘어나는 편이지만, 겨울에는 눈길과 운행 상황을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렌터카를 이용한다면 겨울 운전 경험이 있는지 솔직하게 판단하는 게 좋아요. 눈길 운전이 익숙하지 않다면 대중교통이나 현지 투어가 마음 편합니다.
지역별로 욕심을 나누면 실패가 줄어듭니다
홋카이도를 한 번에 다 보려는 마음은 이해됩니다. 그런데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도 열차로 몇 시간이 걸리고, 동쪽의 구시로나 시레토코까지 넣으면 완전히 다른 여행권역이 됩니다. 그래서 첫 여행은 서쪽과 중앙권 위주로, 두 번째 여행은 동부 자연 코스로 나누는 식이 좋습니다.
삿포로·오타루·비에이·후라노는 사진, 음식, 쇼핑을 적당히 섞기 좋은 조합입니다. 하코다테는 야경과 아침시장, 고료카쿠가 매력이라 1박 이상 잡을 때 빛이 납니다. 노보리베쓰는 온천이 목적일 때 좋고, 지옥계곡 산책까지 묶으면 하루가 꽤 알찹니다.
동부 홋카이도는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구시로 습원, 아칸호, 마슈호, 시레토코처럼 자연의 비중이 커요. 홋카이도 공식 관광 안내에서도 동부 지역은 야생성과 자연 경관이 강한 권역으로 소개됩니다. 대신 이동거리가 길고 날씨 영향을 많이 받으니 5박 이상일 때 추천하고 싶습니다.
예산은 교통비와 숙소에서 크게 갈립니다
홋카이도 여행 경비는 먹거리보다 교통과 숙소에서 차이가 큽니다. 삿포로 시내만 움직이면 지하철과 도보로 충분하지만, 비에이·후라노·하코다테·동부 지역까지 넣는 순간 열차비나 렌터카 비용이 올라갑니다.
항공권은 성수기와 비수기 차이가 큽니다. 7월 라벤더 시즌, 8월 일본 연휴, 2월 눈 축제 기간은 숙소 가격도 같이 오르는 편입니다. 반대로 4월 일부 기간이나 11월은 날씨가 애매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비교적 조용하게 여행하기 좋습니다.
식비는 선택 폭이 넓습니다. 삿포로 라멘, 징기스칸, 스프카레, 해산물 덮밥처럼 대표 음식만 골라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고급 게 요리나 오마카세를 넣으면 예산이 확 뛰지만, 편의점 도시락이나 시장 간단 식사도 만족도가 꽤 높습니다. 솔직히 홋카이도는 우유, 감자, 옥수수 같은 평범한 재료도 맛있어서 비싼 식당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정 짤 때 꼭 챙길 작은 팁
홋카이도는 지도에서 가까워 보여도 실제 이동 시간이 긴 곳이 많습니다. 하루에 도시 두세 곳을 넘나드는 일정은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눈 때문에 버스나 열차가 지연될 수 있으니, 마지막 날 장거리 이동을 넣는 건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옷차림도 계절별로 차이가 큽니다. 여름에도 아침저녁은 선선하고, 가을은 해가 지면 꽤 춥습니다. 겨울에는 방수 신발과 미끄럼 방지 밑창이 체감 만족도를 확 올려줍니다. 삿포로 시내는 제설이 잘 되는 편이지만, 골목이나 관광지는 얼어 있는 구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홋카이도는 “많이 보는 여행”보다 “천천히 머무는 여행”이 더 잘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오전엔 시장에서 해산물 덮밥을 먹고, 오후엔 눈 덮인 길을 걷고, 저녁엔 온천이나 라멘으로 하루를 닫는 식이죠. 장소를 몇 개 덜 넣더라도 그날의 공기와 풍경이 남는 여행이 홋카이도에는 더 잘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