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욕실 배수구를 청소하다가 괜히 마음이 찝찝해졌다. 머리카락이 평소보다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하루에 머리카락이 50~100가닥 정도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범위라고 알려져 있지만, 눈으로 뭉쳐 있는 걸 보면 숫자보다 기분이 먼저 흔들린다. 그래서 한동안 궁금했던 맥주효모샴푸를 직접 써보기로 했다.
맥주효모라는 이름만 들으면 맥주 냄새가 날 것 같고, 뭔가 두피에 영양을 듬뿍 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근데 샴푸는 어디까지나 씻어내는 제품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큰 기대를 잡기보다는, 두피가 덜 가려운지, 머리가 덜 떡지는지, 감고 난 뒤 느낌이 어떤지 위주로 봤다.
맥주효모샴푸를 고를 때 먼저 본 것
시중에 맥주효모샴푸가 꽤 많다. 이름은 비슷한데 성분표를 보면 차이가 크다. 나는 제품 앞면보다 뒷면을 더 오래 봤다. 맥주효모추출물이 들어갔는지, 세정 성분이 너무 강해 보이지는 않는지, 향이 과하지는 않은지 정도를 확인했다.
맥주효모는 단백질, 비타민 B군, 아미노산 같은 이미지로 많이 소개된다. 다만 샴푸에 들어간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갑자기 풍성해진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으로 기능성 화장품과 일반 화장품은 표시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탈모 완화 기능성 문구가 있는지도 따로 보는 게 좋다.
- 맥주효모추출물 함량이나 위치가 성분표에 있는지 확인했다.
- 두피가 민감한 편이라 멘톨감이 너무 강한 제품은 피했다.
- 향이 오래 남는 제품보다 감을 때만 은은한 쪽을 골랐다.
- 탈모 완화 기능성 표기가 있는지 제품 설명을 따로 봤다.
2주 정도 써보니 바로 느껴진 부분
처음 2~3일은 큰 차이를 못 느꼈다. 거품은 생각보다 잘 났고, 맥주 냄새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일반 허브향이나 비누향에 가까웠다. 감을 때 손가락이 두피를 지나가는 느낌은 무난했고, 헹굴 때 미끌거림이 오래 남지 않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일주일쯤 지나니 가장 먼저 느낀 건 두피의 답답함이 조금 줄었다는 점이다. 나는 오후가 되면 정수리 쪽이 금방 납작해지는 편인데, 맥주효모샴푸를 쓴 날은 뿌리 쪽이 아주 살짝 덜 무너졌다. 드라마틱한 볼륨은 아니고, 거울 볼 때 ‘오늘은 좀 덜 눌렸네’ 싶은 정도였다.
반대로 모발 끝은 살짝 건조하게 느껴졌다. 두피 위주 샴푸라 그런지 긴 머리 끝까지 같은 양으로 문지르면 뻣뻣했다. 그래서 두피에만 거품을 집중하고, 머리카락 끝은 흘러내리는 거품으로 가볍게 씻는 식으로 바꿨다. 이 차이가 은근 컸다.
머리 빠짐은 정말 줄었을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역시 배수구 머리카락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한 통 썼다고 눈에 띄게 확 줄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샴푸할 때 손에 엉키는 머리카락은 조금 덜 신경 쓰였다. 제품 효과라기보다 계절, 수면, 스트레스, 머리 감는 습관이 같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탈모는 원인이 꽤 복잡하다. 두피 유분, 자극, 영양 상태, 호르몬, 유전, 스트레스가 섞여 있다. 그래서 맥주효모샴푸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한다고 보기보다는, 두피 환경을 덜 불편하게 만드는 보조 습관 정도로 보는 게 현실적이었다.
내 경우에는 두피 가려움이 줄어든 날이 있었고, 머리를 감은 뒤 개운함이 오래갔다. 이 정도만으로도 재구매를 고민할 이유는 있었다. 하지만 이미 머리숱 변화가 확 느껴지거나 가르마가 넓어지는 중이라면 샴푸만 바꾸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피부과 상담을 같이 생각하는 편이 낫다.
사용할 때 차이를 만든 작은 습관
샴푸 자체보다 사용법이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예전에는 머리를 대충 적시고 바로 샴푸를 짰는데, 물로 충분히 헹군 뒤 쓰니 거품이 훨씬 잘 났다. 샴푸 양도 덜 들어갔다. 짧은 머리는 100원 동전 크기 정도, 긴 머리는 500원 동전 크기 안팎이면 충분했다.
두피에 올린 뒤 바로 헹구지 않고 1분 정도 손끝으로 문질렀다. 손톱은 쓰지 않았다. 정수리, 귀 뒤, 목덜미 쪽은 생각보다 잘 안 씻기는 부위라 천천히 지나갔다. 헹굼은 감는 시간보다 더 길게 했다. 샴푸 잔여감이 남으면 좋은 성분보다 찝찝함이 먼저 온다.
- 샴푸 전 미온수로 1분 이상 충분히 적셨다.
- 거품은 머리카락보다 두피에 먼저 올렸다.
- 손톱 대신 손끝 지문 부분으로 눌러가며 씻었다.
- 트리트먼트는 두피가 아니라 모발 끝에만 발랐다.
- 뜨거운 바람보다 미지근한 바람으로 두피부터 말렸다.
나에게 맞는 사람, 애매할 수 있는 사람
맥주효모샴푸는 두피가 쉽게 기름지고, 감고 나서도 금방 답답한 사람이 시도해볼 만했다. 특히 머리카락 자체보다 두피 컨디션이 신경 쓰이는 사람에게 더 맞을 수 있다. 운동 후 샴푸를 자주 하는 사람도 세정감이 깔끔한 제품을 고르면 만족도가 괜찮을 것 같다.
반대로 모발이 원래 건조하거나 염색, 펌으로 손상이 심한 사람은 단독 사용이 아쉬울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샴푸는 두피용으로 쓰고, 모발 끝에는 컨디셔너나 헤어팩을 같이 쓰는 쪽이 낫다. 향에 민감한 사람은 구매 전 향 설명도 꼭 보는 게 좋다. 맥주효모라는 이름과 실제 향은 꽤 다를 수 있다.
한 통을 비워본 느낌은 이렇다. 맥주효모샴푸는 머리숱을 단번에 바꿔주는 해결책이라기보다, 두피를 덜 불편하게 관리하는 제품에 가까웠다. 나는 배수구 숫자를 매일 세는 것보다, 두피가 덜 가렵고 머리가 덜 납작해지는지가 더 현실적인 기준이라고 느꼈다. 기대를 조금 낮추고 습관까지 같이 바꾸면, 욕실에 하나쯤 둬볼 만한 샴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