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ELS가 집에 있나 확인해봤더니, 이름보다 구조가 더 무서웠다

홍콩H지수 ELS가 집에 있나 확인해봤더니, 이름보다 구조가 더 무서웠다

얼마 전 부모님 통장 서류를 같이 보다가 ‘홍콩H지수’라는 말을 다시 만났습니다. 뉴스에서 한창 들을 때는 남의 일 같았는데, 막상 금융상품 설명서 안에 들어가 있으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이름은 지수인데, 실제로는 예금처럼 가입한 상품의 손익을 흔드는 기준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홍콩 주식시장 전체를 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항셍지수회사 자료 기준으로 보면 홍콩H지수는 보통 ‘항셍중국기업지수’로 불리고,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관련 기업들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수입니다. 그러니까 홍콩이라는 시장에 걸쳐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중국 경기, 정책, 부동산, 소비, 빅테크 규제 같은 변수와 꽤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홍콩H지수가 왜 우리 집 서류에 있었을까

홍콩H지수 자체를 직접 산 사람보다, 이 지수에 연결된 ELS에 가입한 사람이 훨씬 많았던 게 문제였습니다. ELS는 ‘주가연계증권’이라서 특정 지수나 종목이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약속된 수익을 주고, 조건을 크게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가입 당시 홍콩H지수가 10,000이었다고 해보면, 상품에 따라 6개월마다 평가일을 두고 지수가 90%, 85%, 80% 같은 기준 이상이면 조기상환되는 식입니다. 그런데 중간에 50%나 60% 아래로 크게 내려가는 조건, 흔히 말하는 녹인 구간에 닿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만기 때 회복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이 계산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생활인이 헷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통장에는 ‘연 6%’, ‘연 7%’ 같은 문구가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더 중요한 건 수익률 숫자보다 기준 지수, 만기, 조기상환 조건, 녹인 배리어입니다. 수익률은 앞문에 붙은 예쁜 표지판이고, 손실 조건은 뒷문 잠금장치에 가깝습니다.

내 서류에서 먼저 봐야 할 숫자들

제가 가족 서류를 볼 때는 상품명보다 숫자부터 봤습니다. 이름은 길고 비슷해서 기억하기 어렵지만, 숫자는 위험을 꽤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다음 항목은 메모장에 따로 적어두면 훨씬 덜 헷갈렸습니다.

  • 기초자산: 홍콩H지수 단독인지, 코스피200이나 S&P500 같은 다른 지수와 함께 묶였는지
  • 가입 시 기준가: 손익 판단의 출발점이 되는 지수 수준
  • 조기상환 평가일: 보통 6개월 단위로 돌아오는지
  • 상환 조건: 95-90-85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기준이 낮아지는지
  • 녹인 조건: 50%, 55%, 60%처럼 원금 손실 위험이 열리는 구간
  • 만기일: 손실이나 상환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날짜

근데 여기서 하나 더 봐야 합니다. ‘노녹인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편한 상품은 아닙니다. 중간에 녹인 조건이 없더라도 만기 때 기준 이하로 내려가 있으면 손실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있습니다. 이름만 보고 안심하기보다는 만기 상환 조건을 읽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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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홍콩H지수는 유난히 체감이 컸을까

홍콩H지수 연계 ELS가 크게 체감된 이유는 가입자가 상품을 예금처럼 받아들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은행 창구에서 가입했고, 쿠폰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높았고, 과거에는 조기상환이 잘 됐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다. 몇 번 별일 없으면 구조보다 경험을 더 믿게 됩니다.

하지만 지수형 ELS는 지수가 횡보하거나 조금 빠지는 정도에는 버틸 수 있어도, 큰 하락이 길어지면 약해집니다. 특히 홍콩H지수처럼 중국 관련 기업 비중이 큰 지수는 중국 경기 둔화, 부동산 리스크, 미중 관계, 플랫폼 기업 규제 같은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생활비 통장과 다르게 세계 경제 뉴스가 내 상품 평가액에 바로 연결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2024년에 국내에서 홍콩H지수 ELS 손실 이슈가 커졌을 때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본 것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상품이 복잡한데 설명은 단순하게 전달됐거나, 가입자의 투자 성향과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직접 확인할 때 썼던 간단한 방식

제가 써본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먼저 상품 설명서에서 ‘최초기준가격’을 찾고, 현재 홍콩H지수가 그 기준가 대비 어느 정도인지 계산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초기준가격이 8,000이고 현재가 5,600이면 70% 수준입니다. 계산은 현재가를 최초기준가격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하면 됩니다.

그다음 녹인 조건과 만기 조건을 옆에 놓고 봤습니다. 녹인이 50%라면 4,000 아래가 위험선이고, 만기 상환 조건이 65%라면 만기 때 5,200 이상인지가 중요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숫자를 놓고 보면 ‘큰일 났다’와 ‘아직 지켜볼 구간이다’가 조금 구분됩니다.

물론 개인이 매일 지수를 맞히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미 가입한 상품이라면 감정적으로 해지부터 생각하기보다, 만기일과 손실 조건을 먼저 확인하자고요. 중도해지 가격은 시장 상황과 증권사 평가 방식에 따라 불리할 수 있어서, 단순히 현재 지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판단하면 또 다른 손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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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비슷한 상품을 만나면 다르게 볼 점

홍콩H지수 이슈를 겪고 나니, 저는 앞으로 ELS 같은 상품을 볼 때 수익률보다 질문을 먼저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 상품은 언제 돈을 돌려받는가’, ‘어느 선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인가’, ‘기초자산이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같은 질문입니다.

특히 여러 지수가 묶인 상품은 가장 나쁜 지수 하나가 전체 상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세 지수 중 두 개가 멀쩡해도 하나가 크게 빠지면 문제가 되는 구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분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한 고리 하나를 찾는 상품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홍콩H지수를 무조건 나쁘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수는 시장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이고, 문제는 그 도구를 어떤 상품 구조에 넣었는지입니다. 다만 생활비, 전세자금, 은퇴자금처럼 잃으면 바로 삶이 흔들리는 돈이라면 ‘원금 손실 가능’이라는 작은 문구를 크게 읽어야 합니다. 예금보다 이자가 높아 보이는 순간일수록, 그 차액이 어디서 오는지 한 번 더 의심하는 습관이 꽤 쓸모 있었습니다.

홍콩H지수 ELS가 집에 있나 확인해봤더니, 이름보다 구조가 더 무서웠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