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구 생일 선물을 고르다가 꼬냑 코너 앞에서 꽤 오래 멈춰 있었다. 위스키는 그래도 싱글몰트니 버번이니 대충 감이 오는데, 꼬냑은 VS, VSOP, XO부터 막힌다. 병은 다 고급스럽고 가격은 확 뛰고, 괜히 비싼 걸 골랐다가 받는 사람이 한 모금 마시고 장식장에 넣어둘까 봐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며칠 동안 바에서 30ml씩 마셔보고, 집에서는 작은 잔에 얼음 하나 넣은 버전까지 비교해봤다. 브랜드 설명도 같이 보니 레미 마르탱은 과일과 바닐라 쪽, 쿠르부아지에는 꽃향과 둥근 단맛, 헤네시는 향신료와 힘 있는 인상이 자주 언급됐다. 실제로 마셔보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브랜드보다 등급과 마시는 방식이 더 크게 느껴졌다.
처음 사는 꼬냑은 VSOP가 제일 덜 위험했다
꼬냑추천을 검색하면 XO가 자주 보인다. 그런데 솔직히 첫 병으로 XO는 부담스럽다. 가격도 가격이고, 향이 진해서 술을 천천히 맡고 마시는 데 익숙하지 않으면 장점보다 알코올감이 먼저 올 수 있다.
직접 비교했을 때 가장 무난했던 구간은 VSOP였다. VS는 칵테일이나 하이볼에 쓰기 좋지만 그냥 마시면 거칠게 느껴지는 병이 있었고, XO는 선물용으로 멋있지만 취향을 많이 탄다. VSOP는 그 중간에서 단맛, 나무향, 과일향이 적당히 잡혀 있었다.
- 입문용 한 병: 레미 마르탱 VSOP
- 무난한 선물: 헤네시 VSOP
- 부드러운 쪽 선호: 쿠르부아지에 VSOP
- 향이 조금 더 진한 쪽: 마텔 VSOP 또는 노블리주 계열
레미 마르탱 VSOP는 복숭아나 살구 같은 과일 느낌이 있어 첫 잔이 편했다. 헤네시 VSOP는 더 단단하고 향신료 느낌이 살짝 있어서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았다. 쿠르부아지에 VSOP는 상대적으로 둥글고 부드러워서 식후에 조금 마시기 괜찮았다.
가격대별로 고르면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
꼬냑은 같은 브랜드라도 등급이 올라가면 가격 차이가 꽤 크다. 그래서 먼저 예산을 정하는 게 마음 편했다. 5만원 안팎이면 VS나 행사 중인 VSOP를 볼 수 있고, 7만~12만원 정도면 이름 있는 VSOP를 고르기 수월하다. 20만원 이상부터는 XO가 들어오는데, 이때부터는 맛보다 선물의 무게감도 같이 사는 느낌이다.
혼자 마실 첫 병
혼자 천천히 마셔볼 생각이면 레미 마르탱 VSOP가 좋았다. 향이 너무 무겁지 않고, 잔에 따른 뒤 5분쯤 지나면 단향이 올라온다. 처음부터 벌컥 마시면 뜨겁기만 하니, 작은 잔에 20~30ml 정도 따르고 코를 살짝 멀리 둔 채 향을 맡는 게 낫다.
어른 선물용
선물은 받는 사람이 병을 봤을 때 알아보는지도 은근 중요하다. 그 점에서는 헤네시 VSOP가 강하다. 맛도 선명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다. 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너무 낯설지 않아서 포장했을 때 안정감이 있다.
조금 특별한 선물
예산이 넉넉하면 마텔 꼬르동 블루나 레미 마르탱 XO가 확실히 분위기를 만든다. 마텔 꼬르동 블루는 과일향과 향신료가 같이 느껴져서 단순히 부드러운 술과는 다른 인상이 있었다. 레미 마르탱 XO는 질감이 풍성하고 여운이 길어 식후주 느낌이 가장 또렷했다.
그냥 마실지, 섞어 마실지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꼬냑을 꼭 상온에서만 마셔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마시는 방식에 따라 만족도가 꽤 달라졌다. 향을 천천히 즐길 거면 VSOP 이상을 작은 잔에 따르는 게 좋고, 탄산수나 진저에일에 섞을 거면 VS도 충분했다.
집에서 해본 조합 중 제일 편했던 건 꼬냑 30ml에 탄산수 90ml, 레몬 껍질 살짝이었다. 단맛을 원하면 진저에일이 잘 맞는다. 이 방식이면 비싼 XO를 쓸 이유가 별로 없다. 오히려 VS나 가벼운 VSOP가 산뜻했다.
- 온더록: 쿠르부아지에 VSOP처럼 부드러운 병
- 탄산수 하이볼: 헤네시 VS 또는 마텔 VS
- 식후 스트레이트: 레미 마르탱 VSOP, 레미 마르탱 XO
- 진한 향 선호: 헤네시 XO, 마텔 꼬르동 블루
얼음은 장단점이 있었다. 알코올감은 줄지만 향도 같이 줄어든다. 첫 잔은 상온으로 조금 마셔보고, 두 번째 잔에 얼음 하나를 넣는 식이 가장 비교하기 쉬웠다.
내가 다시 산다면 이렇게 고른다
입문용 꼬냑추천을 하나만 하라면 나는 레미 마르탱 VSOP를 고를 것 같다. 너무 튀지 않고, 그냥 마셔도 괜찮고, 얼음을 넣어도 무너지지 않았다. 선물이라면 헤네시 VSOP가 더 안정적이다. 받는 사람이 술을 잘 모를수록 익숙한 브랜드가 주는 안심이 꽤 크다.
조금 멋을 내고 싶은 자리라면 마텔 꼬르동 블루가 기억에 남았다.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향이 입체적이라 선물 상자를 열었을 때 기대감이 생긴다. XO 중에서는 레미 마르탱 XO가 가장 식후주다운 느낌이었다. 천천히 마실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XO까지 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꼬냑은 비싼 병이 무조건 맛있는 술이라기보다, 마시는 속도와 상황이 맞아야 빛나는 술에 가까웠다. 처음이라면 유명한 VSOP 한 병으로 시작해서 스트레이트, 얼음, 탄산수까지 나눠 마셔보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한 병을 비워보면 다음엔 내가 단맛을 좋아하는지, 향신료 느낌을 좋아하는지 꽤 또렷하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