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매매 직접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보였습니다

빌딩매매 직접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보였습니다

처음 빌딩매매 물건을 따라갔을 때 느낀 온도

얼마 전 후배 투자자가 37억짜리 꼬마빌딩을 보러 간다며 같이 가달라고 했습니다. 매물 설명서에는 역세권, 대로변 이면, 공실률 낮음, 임대수익 안정적이라는 말이 줄줄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런 문구만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종이에 안 적힌 이야기가 먼저 보입니다.

1층 편의점은 잘 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바로 옆 점포 두 곳은 임대문의 종이가 오래 붙어 있었습니다. 건물 뒤편 주차장은 실제로는 차 두 대 넣기도 버거웠고, 엘리베이터는 없었습니다. 4층 학원은 운영 중이었지만 계단 냄새와 누수 자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럴 때 저는 가격보다 먼저 묻습니다. 이 건물이 앞으로도 월세를 제대로 받아줄 체력이 있는가.

빌딩매매는 아파트처럼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같은 동네, 같은 연식이라도 코너인지, 도로 폭이 몇 미터인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임차인 구성이 어떤지에 따라 값이 확 달라집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다치는 지점도 여기입니다. 매매가만 보고 싸다 비싸다 판단하다가, 실제 운영비와 수선비에서 발목을 잡힙니다.

수익률 4%라는 말만 믿으면 위험합니다

빌딩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매도인 쪽에서 제일 먼저 내미는 숫자가 수익률입니다. 보증금 3억, 월세 1,200만 원, 매매가 35억. 단순 계산하면 연 임대료 1억4,400만 원이고, 보증금을 뺀 실투자금 기준으로 보면 꽤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아직 반쪽짜리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는 항목은 따로 있습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가능성, 건물 보험료, 승강기 유지비, 소방 점검비, 관리 인건비, 공용전기료, 누수 보수비, 외벽 보수비, 중개보수, 취득세까지 다 봅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은 임대료보다 수선비가 더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옥상 방수 한 번에 수백만 원, 외벽 보수는 천만 원 단위로 넘어갑니다.

예전에 24억짜리 건물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표면 수익률은 5% 가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현장 점검에서 지하층 습기, 3층 화장실 배관 문제, 옥상 방수층 갈라짐이 같이 나왔습니다. 임차인 한 명은 계약 만료 후 나갈 생각이라고 했고요. 숫자표에는 멀쩡했지만, 실제 1년 안에 들어갈 돈을 계산하니 수익률이 3% 초반까지 내려갔습니다.

  • 임대료는 현재 계약서 기준인지 실제 입금 기준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 관리비가 임대인 부담인지 임차인 부담인지 나눠 봐야 합니다.
  • 공실이 생겼을 때 최소 6개월 버틸 현금이 있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 대출 이자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조건을 나눠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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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관계보다 더 은근히 무서운 임차인 문제

경매를 오래 해보면 등기부 보는 눈은 빨리 늡니다. 근저당, 가압류, 압류, 전세권, 임차권등기 같은 것들은 체크리스트로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 빌딩매매에서는 등기부보다 임차인 상태가 더 복잡할 때가 많습니다. 계약서가 있어도 실제 사용 면적이 다르고, 구두로 합의한 조건이 끼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 번은 1층 식당 임차인이 매도인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려 받는 방식으로 운영 중인 물건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계약서만 보면 보증금 1억, 월세 350만 원이었는데 실제 입금은 매달 달랐습니다. 매수인이 이걸 모르고 잔금까지 갔다면 인수 후 첫 달부터 얼굴 붉힐 일이 생깁니다.

빌딩매매에서 임차인 확인은 예의 차원이 아닙니다. 돈 문제입니다. 사업자등록 여부, 확정일자, 실제 점유자, 전대 여부, 미납 관리비, 원상복구 범위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적용 여부는 보증금 규모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계약 전에 법무사나 변호사와 같이 보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꼭 물어보는 질문

  • 최근 12개월 월세 입금 내역을 볼 수 있는지
  • 계약 만료가 1년 안에 몰려 있지는 않은지
  • 임차인이 권리금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는지
  • 불법 증축이나 무단 용도변경 흔적은 없는지
  • 소방, 주차, 위생 관련 민원이 있었는지

이 질문에 답이 흐리면 저는 가격을 더 깎거나 아예 물건을 접습니다. 좋은 매물은 설명이 길어도 자료가 따라옵니다. 나쁜 매물은 말은 많은데 서류가 비어 있습니다.

대출이 된다는 말과 실제 실행은 다릅니다

빌딩매매에서 초보가 또 한 번 놀라는 부분이 대출입니다. 중개인이 매매가의 70%까지 가능하다고 말해도, 은행 심사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임대수익, 차주 소득, 건물 감정가, 임차인 구성, 담보 인정 비율, 기존 부채를 다 봅니다. 특히 공실이 있거나 임대차 계약이 불안하면 한도가 줄어듭니다.

제가 후배에게 늘 말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대출은 최대한도가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금액으로 잡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30억 건물에 대출 20억을 넣고 금리 5%라면 연 이자만 1억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833만 원입니다. 월세가 1,200만 원 들어와도 세금, 관리비, 수선비, 공실 리스크를 빼면 손에 남는 돈이 생각보다 얇습니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가도 20억 대출에서는 연 2,000만 원이 추가됩니다. 월 166만 원이 더 나갑니다. 이 정도면 작은 점포 하나 공실 난 것과 비슷한 충격입니다. 그래서 빌딩매매를 볼 때는 낙관 시나리오보다 나쁜 시나리오를 먼저 돌려야 합니다. 공실 20%, 금리 1%포인트 상승, 수선비 2,000만 원 발생. 이 세 가지를 넣고도 버티면 그때부터 검토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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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라면 화려한 건물보다 설명 가능한 건물이 낫습니다

저는 처음 빌딩매매에 들어가는 분들에게 번듯한 대로변 건물만 보지 말라고 합니다. 물론 입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초보에게 더 중요한 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물입니다. 임차인 구조가 단순하고, 건축물대장과 실제 현황이 맞고, 수선 이력이 어느 정도 남아 있고, 주변 임대료 비교가 가능한 물건이 좋습니다.

반대로 피하고 싶은 물건도 분명합니다. 지하 유흥업소가 끼어 있거나, 무허가 증축이 있거나, 임차인이 여러 명인데 계약서가 엉켜 있거나, 매도인이 월세 입금 내역 공개를 꺼리는 물건입니다. 이런 건 싸 보여도 초보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수익은 계산기로 보이지만, 분쟁은 계산기에 잘 안 잡힙니다.

빌딩매매는 멋있어 보이는 투자입니다. 간판 달린 건물을 갖는다는 느낌도 있고, 월세가 통장에 찍히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오래 있다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좋은 빌딩은 높은 수익률을 외치는 물건이 아니라, 나쁜 일이 생겨도 버틸 여지가 있는 물건입니다.

제가 후배에게 한 말도 그거였습니다. 이 건물을 사면 돈을 벌 수 있냐고 묻기 전에, 이 건물이 속을 썩일 때 네가 감당할 수 있냐고 먼저 물어보라고요. 부동산은 결국 버티는 사람이 가져가는 시장인데, 빌딩은 그 버티는 힘을 더 냉정하게 요구합니다.

빌딩매매 직접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이 보였습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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