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이 작은 사업을 법인으로 시작한다길래 옆에서 온라인법인설립시스템을 같이 만져봤다. 이름만 들으면 몇 번 클릭하고 끝날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쉬운 부분과 은근히 손이 멈추는 부분이 꽤 또렷하게 갈렸다.
좋았던 점부터 말하면, 예전처럼 등기소, 세무서, 은행, 4대보험 관련 업무를 각각 따로 찾아다니는 느낌은 확실히 줄었다. 법인설립 구성원 가입부터 기본정보 입력, 정관 작성, 잔액증명, 등록면허세 신고·납부, 등기신청, 사업자등록과 4대사회보험 신고까지 한 흐름 안에서 이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라 행정 절차 자체는 꽤 정석에 가깝다.
처음에 제일 오래 걸린 건 회사 이름이었다
생각보다 가장 먼저 막힌 건 상호였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회사 이름을 정해둔 상태였는데, 법인은 본점 소재지 관할 등기소 안에서 같은 상호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법인설립시스템 안내에도 상호검색은 참고용이고, 실제 등기 과정에서 보정 요청이 나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상호는 하나만 정하지 말고 2~3개 후보를 들고 시작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특히 영문 느낌의 이름, 흔한 단어 두 개를 붙인 이름, 업종명이 들어간 이름은 겹칠 가능성이 꽤 있다. 로고나 명함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상호 보정이 뜨면 기운이 빠지니, 등기 완료 전까지는 디자인 작업을 잠깐 미뤄두는 쪽이 낫다.
돈 계산은 단순한데, 본점 주소가 변수였다
법인설립 비용에서 많이 헷갈리는 건 세금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기준으로 영리법인 설립 등록면허세는 납입 자본금의 0.4%이고, 세액이 112,500원보다 작으면 최저세액 112,500원이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교육세가 등록면허세의 20% 붙는다.
예를 들어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일반 지역에 주식회사를 만든다면 0.4%는 40,000원이지만 최저세액 때문에 등록면허세는 112,500원으로 잡힌다. 지방교육세 22,500원을 더하면 이 부분만 135,000원이다. 여기에 상업등기 전자신청 수수료는 2026년 기준 20,000원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본점이 과밀억제권역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법제처 생활법령 안내와 지방세법 기준으로 과밀억제권역에서 법인을 설립할 때는 등록면허세가 기본세율의 3배로 중과될 수 있다. 그러면 최저세액도 사실상 337,500원 수준으로 보고 계산해야 하고, 지방교육세까지 붙으면 부담이 확 올라간다.
- 일반 지역 자본금 1,000만 원: 등록면허세 112,500원 + 지방교육세 22,500원
- 과밀억제권역 자본금 1,000만 원: 등록면허세 337,500원 + 지방교육세 67,500원
- 상업등기 전자신청 수수료: 설립등기 기준 20,000원
잔액증명서는 쉬워 보이지만 순서가 중요했다
자본금 10억 원 미만 주식회사를 발기설립으로 만드는 경우에는 주금납입보관증명서 대신 은행 잔액증명서를 쓸 수 있다. 이게 셀프 법인설립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다. 실제로 은행 창구에서 복잡한 보관증명 절차를 밟는 것보다 잔액증명서가 훨씬 익숙하다.
다만 잔액증명서는 아무 때나 떼면 되는 서류가 아니었다. 주식금 납입이 끝난 뒤, 이사나 감사의 조사보고 전에 발급하는 흐름으로 이해해야 한다. 계좌에 자본금을 넣어두고 증명서를 발급받은 다음 바로 돈을 빼서 쓰는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면 나중에 서류 흐름이 꼬일 수 있다.
또 발기인, 이사, 감사가 누구인지에 따라 전자서명해야 하는 사람이 달라진다. 공동대표를 두는 경우도 대표이사 중 시스템에서 진행 권한을 갖는 사람이 따로 잡히는 식이라, 처음 입력할 때 사람 이름과 역할을 대충 넣으면 뒤에서 다시 손보게 된다.
셀프로 할 만한 경우와 맡기는 게 나은 경우
직접 해보니 온라인법인설립시스템은 단순한 형태의 법인에는 꽤 쓸 만했다. 발기인이 많지 않고, 현물출자 없이 현금 자본금으로 시작하고, 사업목적도 복잡하지 않은 1인 또는 소규모 주식회사라면 화면을 따라가며 진행할 수 있다. 기본정관 제공과 매뉴얼도 있어서 막막함은 생각보다 덜했다.
반대로 현물출자, 투자계약, 스톡옵션, 여러 명의 공동창업자, 복잡한 지분 구조가 들어가면 혼자 밀어붙이기 애매하다. 특히 정관은 나중에 회사 운영 방식과 주주 관계에 계속 영향을 준다. 설립비용 몇십만 원을 아끼려다가 정관을 너무 기본형으로만 두면, 투자받거나 지분을 조정할 때 다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 있다.
내가 다시 한다면 이렇게 준비할 것 같다
- 상호 후보 3개와 본점 주소를 먼저 확정한다.
- 자본금, 1주 금액, 발행주식 수를 종이에 먼저 계산해 둔다.
- 사업목적은 현재 할 일과 1~2년 안에 할 일을 함께 넣되 너무 과하게 늘리지 않는다.
- 대표, 이사, 감사의 역할과 전자서명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
- 과밀억제권역 여부를 먼저 보고 세금을 계산한다.
온라인법인설립시스템은 법인설립을 완전히 자동으로 끝내주는 마법 버튼은 아니었다. 대신 예전보다 길을 훨씬 좁고 분명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에 가깝다. 서류 이름이 낯설어서 그렇지, 상호·주소·자본금·임원·사업목적만 차분히 정해두면 화면 앞에서 헤매는 시간이 확 줄어든다. 솔직히 말하면 법인 설립 자체보다, 내가 어떤 회사 구조로 시작할지 미리 결정하는 쪽이 더 어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