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퇴근길에 동네 골목을 지나가는데, 새로 생긴 밀키트전문점 앞에 사람들이 꽤 서 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밀키트를 가끔 마트에서만 사봤지, 무인으로 운영되는 전문점은 괜히 비싸거나 맛이 비슷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냉장고에 대파 반 뿌리와 계란 두 알밖에 없던 날이라, 그냥 한번 들어가 봤습니다.
제가 산 건 부대찌개, 제육볶음, 감바스 이렇게 세 가지였고 총액은 3만원 조금 안 됐습니다. 요즘 배달 한 번 시키면 2만원은 쉽게 넘으니까, 세 끼 후보가 생겼다고 생각하면 아주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실제로 먹어보니 좋은 점과 애매한 점이 생각보다 분명했습니다.
밀키트전문점은 생각보다 ‘식재료 가게’에 가까웠다
처음엔 완성 음식에 가까운 제품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반조리 식재료 매장에 더 가까웠습니다. 냉장고 안에 메뉴별로 포장된 재료가 있고, 안에는 채소, 고기, 소스, 사리, 설명서가 들어 있는 식이었습니다. 메뉴는 찌개류, 볶음류, 전골류가 많았고 2인분 기준 제품이 중심이었습니다.
가격대는 제가 본 매장 기준으로 9천원대부터 1만6천원대까지가 많았습니다. 부대찌개는 1만2천원대, 제육볶음은 1만원대 초반, 감바스는 1만4천원대였습니다. 재료를 하나씩 사서 만들면 더 쌀 수도 있지만, 양파 한 망, 마늘 한 봉지, 고기 한 팩을 사다가 남기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계산이 조금 달라집니다.
특히 1~2인 가구라면 이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요리 한 번 하려고 재료를 사면 꼭 애매하게 남고, 남은 재료를 처리하려고 다음 메뉴가 정해지는 일이 생기니까요. 밀키트전문점은 그런 귀찮은 연결고리를 꽤 잘 끊어줬습니다.
직접 해보니 편한 건 조리보다 ‘생각을 덜 하는 것’이었다
부대찌개는 냄비에 재료를 넣고 물을 붓고 끓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설명서에는 조리 시간이 10분 정도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는 물 끓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15분쯤 걸렸습니다. 그래도 재료를 씻고 자르는 과정이 없으니 체감은 훨씬 짧았습니다.
제육볶음은 팬 하나로 끝났습니다. 고기와 양념이 따로 들어 있었고, 양배추와 양파도 손질되어 있었습니다. 맛은 식당 제육처럼 강한 불맛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급하게 해 먹는 반찬으로는 충분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양념장을 직접 만들었을 때보다 맛이 일정해서 조금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감바스는 만족도가 제일 갈렸습니다. 새우, 마늘, 오일, 페퍼론치노가 들어 있었고 바게트도 포함된 구성이었습니다. 맛은 좋았는데 2인분이라고 하기엔 배부른 식사보다는 안주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메뉴는 밥 대신 먹으려면 파스타면이나 샐러드를 따로 더해야겠더라고요.
좋았던 점은 분명했다
- 재료가 남지 않아서 냉장고가 덜 지저분해졌다.
- 요리 초보도 실패 확률이 낮았다.
- 배달보다 덜 무겁고, 직접 만든 느낌이 조금은 있었다.
- 무인 매장은 늦은 시간에도 살 수 있어서 편했다.
특히 저는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이 줄어든 게 제일 컸습니다. 요리는 손이 많이 가는 것도 문제지만, 메뉴를 고르고 장을 보고 남은 재료를 계산하는 과정이 은근히 피곤합니다. 밀키트전문점은 그 부분을 메뉴 단위로 잘라서 파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하나 좋았던 건 실패했을 때의 부담이 작다는 점입니다. 직접 재료를 다 사서 만든 요리가 별로면 괜히 돈도 시간도 아깝습니다. 그런데 밀키트는 맛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아주 크게 망할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맛집 수준을 기대하면 아쉽지만, 평일 저녁용으로는 꽤 현실적이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꽤 현실적이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나트륨과 양념의 강도였습니다. 찌개류나 볶음류는 대체로 맛이 진했습니다. 물을 조금 더 넣거나 채소를 추가하면 괜찮아지지만, 설명서 그대로 만들면 짭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부대찌개에 두부 반 모와 대파를 더 넣었더니 훨씬 나았습니다.
양도 메뉴마다 차이가 컸습니다. 같은 2인분이라고 적혀 있어도 어떤 건 둘이 먹기 넉넉하고, 어떤 건 밥이나 면이 있어야 맞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가는 밀키트전문점이라면 고기 양, 채소 양, 사리 포함 여부를 보는 게 좋습니다. 포장 앞면의 예쁜 사진보다 뒷면 구성품이 더 솔직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가 생각보다 나옵니다. 소스팩, 채소팩, 고기팩이 각각 나뉘어 있어서 조리 후 포장재가 꽤 쌓였습니다. 편리함을 사는 대신 포장재가 따라온다는 점은 감안해야 했습니다. 자주 이용한다면 분리배출까지 포함해 귀찮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다시 간다면 이렇게 고를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밀키트전문점을 매일 이용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장보기 애매한 날, 배달비가 아깝게 느껴지는 날, 손님이 갑자기 오는 날에는 꽤 쓸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찌개나 전골류는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집에 밥만 있으면 한 끼 구성이 바로 되니까요.
반대로 감바스나 파스타처럼 분위기 있는 메뉴는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편이 좋았습니다. 맛은 괜찮지만 양이나 포만감이 애매할 수 있어서, 사이드 메뉴로 생각하면 더 잘 맞았습니다. 볶음류는 집에 양파, 대파, 양배추 같은 채소가 조금 있을 때 사면 양을 늘리기 좋았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1만2천원 안팎의 찌개류가 가장 만족스러웠고, 1만5천원을 넘는 메뉴는 구성품을 더 꼼꼼히 보게 됐습니다. 냉동 제품인지 냉장 제품인지, 소비기한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꼭 확인했습니다. 무인 매장은 편한 대신 직원에게 바로 물어보기 어렵기 때문에 포장지 정보가 더 중요했습니다.
밀키트전문점은 요리를 완전히 대신해주는 곳이라기보다, 평일 저녁의 귀찮은 절반을 덜어주는 곳에 가까웠습니다. 직접 장 본 재료로 만든 집밥의 뿌듯함과 배달 음식의 즉시성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저는 그 애매한 중간 지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매일은 아니어도 냉장고 앞에서 멍하니 서 있는 날에는, 꽤 괜찮은 선택지가 하나 생긴 느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