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 그냥 음식 영화로 보면 조금 당황할 수 있어요
얼마 전 다시 <더 메뉴>를 떠올렸는데, 이상하게도 맛있는 음식보다 식당 안의 공기와 사람들 표정이 먼저 생각났습니다. 제목만 보면 셰프가 만든 코스 요리를 따라가는 미식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급 레스토랑을 무대로 한 블랙코미디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더 메뉴>는 2022년에 공개된 미국 영화로, 러닝타임은 약 107분입니다. 감독은 마크 마일로드, 주요 출연진은 랄프 파인즈, 안야 테일러조이, 니콜라스 홀트입니다. 이야기는 외딴섬의 초고급 레스토랑 ‘호손’에 초대된 손님들이 셰프 슬로윅의 특별한 코스 메뉴를 경험하면서 벌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음식 자체보다 ‘왜 이런 음식이 나오는가’입니다. 코스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인물들의 계급, 허영, 죄책감, 소비 문화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배고픈 상태로 보는 영화라기보다, 보고 나서 묘하게 찝찝한 질문이 남는 영화에 가깝습니다.
기본 정보와 관람 전 체크할 점은 무엇일까요?
- 장르: 블랙코미디, 스릴러, 풍자극
- 러닝타임: 약 107분
- 감독: 마크 마일로드
- 출연: 랄프 파인즈, 안야 테일러조이, 니콜라스 홀트, 홍 차우
- 관람 포인트: 고급 미식 문화, 계급 풍자, 폐쇄 공간 긴장감
이 영화는 잔혹한 장면으로 밀어붙이는 작품은 아닙니다. 다만 분위기가 점점 불편해지고, 몇몇 장면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줍니다. 고어 수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식사 자리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상황과 폭력적 사건이 섞여 있기 때문에 가벼운 데이트 무비로 고르기에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코미디의 결이 꽤 차갑다는 겁니다. 웃긴 장면이 있긴 한데, 크게 웃기보다는 “아, 저 사람들 진짜 왜 저러지” 싶은 식의 비꼼이 많습니다. 특히 미식에 과하게 집착하는 사람, 비평가, 부자 손님, 예술가를 소비하는 태도를 향한 풍자가 강하게 들어갑니다.
배우들의 조합이 영화의 온도를 만듭니다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슬로윅 셰프는 영화의 중심축입니다. 조용하고 절제된 말투로 손님들을 압도하는데,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레스토랑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분명합니다. 이 인물은 단순한 악역이라기보다, 오랫동안 쌓인 분노와 피로를 이상한 방식으로 폭발시키는 인물에 가깝습니다.
안야 테일러조이가 맡은 마고는 관객이 가장 따라가기 쉬운 인물입니다. 다른 손님들이 레스토랑의 규칙과 권위에 쉽게 휘둘릴 때, 마고는 계속해서 거리를 둡니다. 그래서 관객도 마고의 시선을 통해 “이건 너무 이상한데?”라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니콜라스 홀트의 타일러는 특히 인상적입니다. 미식 지식은 많지만 정작 사람이나 노동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음식 이름, 조리법, 셰프의 철학을 줄줄 말하지만 그 지식이 진짜 이해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영화가 가장 날카롭게 찌르는 인물이 타일러일 수도 있습니다.
스포일러 없이 보는 이야기의 방향
영화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됩니다. 손님들은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고, 레스토랑에 앉아 코스 요리를 받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메뉴와 엄격한 서비스가 고급 레스토랑 특유의 연출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메뉴 설명이 점점 이상해지고, 음식이 손님들의 과거와 약점을 건드리기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건 영화가 미스터리를 숨기기만 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 방향이 보이는데, 그때부터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보다 “왜 여기까지 왔을까”가 더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반전 하나에 기대는 영화라기보다는 분위기, 대사, 인물 배치로 밀고 가는 작품입니다.
만약 <나이브스 아웃>처럼 날렵한 추리극을 기대한다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생충>처럼 계급 풍자와 장르적 긴장을 함께 즐겼던 관객이라면 흥미롭게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더 메뉴>는 훨씬 더 폐쇄적이고, 인물의 감정선을 친절하게 풀어주기보다는 상징적으로 밀어붙이는 쪽입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맛’은 꽤 씁쓸합니다
<더 메뉴>에서 음식은 아름답게 나오지만, 이상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접시는 정교하고 설명은 화려한데,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관계가 너무 차갑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비싼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무작정 조롱하지도 않고, 예술가의 고통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되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계속 남습니다. 셰프는 손님들에게 분노하지만, 그 자신도 완벽함과 평가에 갇힌 사람입니다. 손님들은 돈을 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소비하려 하고, 셰프는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세계를 강요합니다. 둘 다 어딘가 비틀려 있습니다.
관람 전에는 너무 많은 해석을 찾아보기보다, 기본 설정 정도만 알고 보는 쪽이 좋습니다. 코스가 진행되는 순서와 메뉴의 의미를 직접 따라가는 재미가 꽤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지막 메뉴가 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게 남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통쾌하고, 누군가에게는 허무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슬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메뉴>는 배부른 영화라기보다 입맛이 복잡해지는 영화였습니다. 화려한 접시 뒤에 있는 노동, 허영, 분노를 꽤 예민하게 건드리거든요. 가볍게 틀었다가 예상보다 오래 생각하게 되는 타입의 작품이라, 블랙코미디와 사회 풍자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챙겨볼 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