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히 멋있어 보였던 .COM의 현실
얼마 전 작은 블로그 이름을 하나 더 만들어보려다가 주소 입력창 앞에서 꽤 오래 멈췄다. 머릿속에는 그럴듯한 이름이 몇 개 있었는데, 막상 .COM으로 검색해보니 이미 누가 쓰고 있거나, 팔긴 파는데 가격이 갑자기 몇십만 원대로 뛰어 있었다. 그때 느꼈다. 아, .COM은 그냥 주소 끝에 붙는 세 글자가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자리였구나.
사실 .COM은 상업용이라는 뜻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개인 블로그, 포트폴리오, 작은 쇼핑몰, 뉴스레터 페이지까지 거의 범용처럼 쓰인다. 그래서 익숙하다. 누군가에게 사이트 이름을 말할 때도 “뒤에 닷컴 붙이면 돼”라고 설명하기 쉽다. 이 편안함이 장점인데, 동시에 가장 큰 단점이기도 했다. 좋은 이름은 이미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직접 검색해보니 짧은 이름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두세 글자짜리 단어를 생각했다. 짧고, 기억하기 쉽고, 타이핑도 편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이름은 현실적으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영문 3자 조합은 웬만하면 이미 등록되어 있었고, 의미 있는 단어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름도 자세히 보면 프리미엄 가격이 붙어 있었다.
예를 들어 평범한 단어 하나에 .COM을 붙였을 뿐인데 연간 등록비가 아니라 구매가로 표시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새 주소를 등록하면 1년 기준 1만 원대에서 3만 원대 정도를 예상하게 되는데, 인기 있는 이름은 수십만 원, 심하면 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붙는다. 이름 자체가 부동산처럼 거래되는 셈이다.
그래서 방향을 조금 바꿨다. 짧은 이름만 고집하지 않고, 두 단어를 붙이거나 동사를 넣어봤다. 의외로 이쪽이 훨씬 현실적이었다. 예를 들어 ‘clean’, ‘daily’, ‘try’, ‘note’, ‘lab’ 같은 단어를 조합하면 아직 선택지가 생긴다. 물론 너무 길면 기억하기 어렵다. 직접 입력해보니 10자 안팎은 부담이 적고, 15자를 넘기면 말로 전달할 때 살짝 버벅였다.
.COM이 꼭 정답은 아니었다
처음엔 무조건 .COM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비교해보니 목적에 따라 다르게 봐도 괜찮았다. 개인 기록용 블로그라면 다른 확장자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누군가에게 주소를 직접 말해야 하거나, 브랜드처럼 오래 가져갈 생각이라면 .COM의 익숙함이 꽤 큰 힘을 가진다.
- 기억하기 쉬운 주소가 필요하면 .COM이 유리하다.
- 짧고 흔한 단어는 이미 등록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예산이 작다면 신조어, 조합어, 짧은 문장형 이름이 현실적이다.
- 한국어 서비스라도 영문 표기가 어색하지 않은지 꼭 확인하는 편이 좋다.
근데 여기서 하나 더 봐야 할 게 있었다. 같은 이름으로 소셜 계정이 남아 있는지였다. 주소는 잡았는데 인스타그램, 유튜브, 뉴스레터 이름이 전부 다르면 나중에 은근히 헷갈린다. 특히 블로그를 오래 키울 생각이면 처음부터 이름 통일 가능성을 확인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이름 고를 때 은근히 걸리는 것들
검색창에 넣었을 때 발음이 자연스러운지도 꽤 중요했다. 나는 처음에 뜻만 보고 이름을 골랐다가, 입으로 읽어보니 이상한 조합이 된 적이 있다. 영어 단어끼리 붙이면 뜻은 괜찮아도 소리가 딱딱할 수 있다. 반대로 약간 평범해 보여도 입에 잘 붙는 이름은 오래 기억된다.
숫자와 하이픈도 고민거리였다. 원하는 이름이 없을 때 중간에 하이픈을 넣거나 숫자를 붙이면 등록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말로 전달할 때 바로 문제가 생긴다. “중간에 하이픈 하나 들어가요”, “끝에 숫자 2 붙어요”라고 매번 설명해야 한다. 작은 블로그라면 크게 문제 없을 수 있지만, 주소를 자주 공유할 계획이라면 피곤해질 수 있다.
또 하나는 오타 가능성이다. 비슷한 철자가 여러 개인 단어, 한국 사람이 헷갈리기 쉬운 발음, 복수형인지 단수형인지 애매한 이름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주소는 예쁘기보다 덜 헷갈리는 쪽이 오래 간다. 솔직히 멋있는 이름보다 한 번 듣고 바로 입력되는 이름이 더 실용적이었다.
직접 해보며 만든 나만의 기준
몇십 개를 검색하고 지우다 보니 기준이 생겼다. 첫째, 너무 완벽한 단어 하나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이름은 이미 없거나 비싸다. 둘째, 내가 쓰려는 콘텐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단어를 넣는다. 생활 노하우 블로그라면 ‘daily’, ‘home’, ‘note’, ‘try’처럼 평범하지만 방향이 보이는 단어가 오히려 잘 맞는다.
셋째, 가격을 보고 마음이 흔들릴 때는 하루 정도 둔다. 도메인은 지금 안 사면 놓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막상 다음 날 보면 그렇게까지 갖고 싶지 않은 이름도 많다. 나는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다음 날 다시 읽어봤다. 그 과정에서 절반 이상은 스스로 탈락했다.
넷째, 주소만 보지 말고 앞으로 쓸 제목과 카테고리까지 상상해본다. 이름이 너무 좁으면 나중에 글 주제가 조금만 넓어져도 어색해진다. 반대로 너무 넓으면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청소 후기만 쓸 줄 알고 만든 이름인데 나중에 주방도구, 생활비, 작은 수리 이야기까지 쓰고 싶어질 수 있다. 일상 블로그는 특히 여백이 조금 있는 이름이 편했다.
내가 다시 고른다면 이렇게 할 것 같다
지금 다시 .COM 주소를 고른다면 짧은 단어 싸움에 너무 힘을 빼지 않을 것 같다. 대신 말하기 쉬운 두 단어 조합, 12자 안팎, 하이픈 없음, 숫자 없음, 소셜 이름 확인, 이 다섯 가지를 먼저 볼 것 같다. 여기에 1년 비용이 부담 없는 수준이면 충분히 시작할 만하다.
.COM은 여전히 강하다. 익숙하고, 믿음이 가고, 설명하기 쉽다. 다만 무조건 비싼 이름을 사야 좋은 시작이 되는 건 아니었다. 직접 찾아보니 주소는 대단한 상징이라기보다 오래 들고 다닐 작은 간판에 가까웠다. 너무 무겁게 고르면 시작이 늦어지고, 너무 가볍게 고르면 금방 바꾸고 싶어진다. 적당히 마음에 들고, 남에게 말했을 때 한 번에 알아듣는 이름이면 그 정도로 꽤 괜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