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다른 존재는 어떻게 마음을 나누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청년작가 10명이 각자의 시선과 조형 언어로 이 질문에 답하는 전남광주청년작가연합전 <낯선 존재와 소통하는 법>이 광양예술창고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26 광양국제미디어아트페스티벌 협업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회화와 시각예술 작품을 중심으로 사람과 자연, 동물, 사회, 세계의 관계를 폭넓게 다룬다. 일부 작가의 미디어 작품은 별도 공간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
전시 일정과 장소
| 전시명 | 전남광주청년작가연합전 <낯선 존재와 소통하는 법> |
|---|---|
| 기간 | 2026년 10월 9일부터 10월 21일까지 |
| 주요 장소 | 광양예술창고 미디어동 |
| 주소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양시 광양읍 순광로 664 |
| 미디어 전시 | 2026년 10월 16일부터 10월 21일까지 365센터 |
| 연계 행사 | 2026 광양국제미디어아트페스티벌 협업 프로그램 |
주요 전시가 진행되는 광양예술창고 미디어동에는 작가마다 뚜렷하게 다른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전시장을 따라 이동하면 기다림과 해방감에서 시작해 자연과의 교감, 현대 소비문화에 대한 질문, 삶의 선택과 내면의 평온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삶의 순환과 사회적 용기, 상실 이후의 회복, 다른 존재와 함께하는 시간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참여 작가
이번 연합전에는 강윤문, 김잔듸, 박기량, 박하나, 이나겸, 이이슬, 전정미, 홍진욱, 황하얀, 김철원 작가가 참여했다. 광양과 인근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통의 의미를 풀어냈다는 점이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기다림과 해방의 풍경
황하얀 작가는 지나간 과거의 온기를 품은 채 누군가의 등장을 기다리는 찰나를 작품에 담았다. 탁 트인 풍경 속에서 발길이 닿는 대로 걷는 듯한 해방감도 함께 표현했다. 작품에 흐르는 일상의 여운은 말없이 기다리는 시간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이지만 그 안에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시간이 머문다. 지나간 온기와 앞으로 등장할 존재 사이의 간격, 멈춰 있는 순간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발걸음이 한 화면에서 교차한다.
세상과 자연을 만나는 여행자
강윤문 작가는 넓은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꼬마 여행자의 모습을 통해 타자와 교감하는 당찬 태도를 보여준다. 손끝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비를 바라보는 장면에는 자연이라는 낯선 존재와 처음으로 마음을 나누는 순수한 순간이 담겼다.
작품 속 여행자는 세상과 거리를 두기보다 직접 다가간다. 작은 나비와 마주한 순간은 거창한 말보다 눈길과 몸짓으로 시작되는 소통을 보여준다. 새로운 존재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작품의 서사를 이끈다.
질주하는 말과 소비문화
김철원 작가는 바람을 가르며 힘차게 달리는 말의 거친 숨결과 역동적인 기상을 표현했다. 강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말의 형상을 통해 편리함만을 향해 빠르게 달리는 현대 소비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질주하는 힘은 생명력과 속도를 동시에 드러낸다. 작품은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을 보여주면서도 그 방향과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다. 빠른 소비와 편리함을 좇는 현대의 모습이 말의 거침없는 달리기와 겹쳐진다.
거대한 세계 앞의 선택
홍진욱 작가는 압도적인 현대의 풍경 속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로 삶을 감당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작품에는 ‘無娥’라는 상태를 통해 거대한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한 회의와 고민이 담겼다.
고뇌와 방황 속에서 마주하는 선택도 작품의 중요한 축이다. 삶은 하나의 답으로 곧장 나아가기보다 계속되는 갈림길을 통과한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질문을 화면 안에 풀어놓는다.
친근하게 풀어낸 불교적 이미지
이이슬 작가는 익숙하면서도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적 이미지를 친근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작품은 사랑과 평화, 자유와 행복을 이야기하고 자비와 지혜, 마음의 평온을 함께 전한다.
낯설거나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상징을 편안하게 마주하도록 구성한 점이 두드러진다. 관람객은 작품에 담긴 여러 가치를 따라가며 평온한 마음과 행복의 의미를 차분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 존재
김잔듸 작가는 끝과 시작, 안과 밖이 맞닿는 뫼비우스의 띠에 삶의 순환을 담았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분리된 채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뫼비우스의 띠에서는 시작과 끝을 뚜렷하게 나누기 어렵다. 작가는 이 구조를 통해 삶이 이어지는 방식과 서로 다른 존재가 연결되는 모습을 표현한다. 차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모습으로 같은 흐름 안에 놓이는 과정이다.
침묵을 넘어서는 용기
전정미 작가는 어두운 사회적 불의와 잘못된 권력 앞에서 침묵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는 사람들의 용기를 담았다.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은 ‘소멸’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했다.
인내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와 구원의 문이 열리는 도약은 ‘생성’으로 나타냈다. 소멸과 생성은 서로 끊어진 장면이 아니라 고통을 견디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불의에 맞서는 태도와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바람이 작품 안에서 함께 움직인다.
상실 뒤에 이어지는 달콤한 여정
박기량 작가는 슬픔을 흘려보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내면의 풍경을 담았다. 사랑하는 존재가 자신의 보호를 떠난 뒤에도 달콤한 여정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품에 스며 있다.
작품 속 슬픔은 한자리에 고정되지 않는다. 슬픔을 흘려보내는 과정은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떠난 존재를 붙잡기보다 그 앞날의 평온한 여정을 바라는 마음이 조용하게 드러난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순간
박하나 작가는 시간의 흐름과 계절을 견디며 자기만의 시간을 이어가는 존재를 바라본다. 낯선 존재와 마주한 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함께 존재하는 순간을 작품에 담았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쪽의 시간에 다른 쪽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각자가 지나온 시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계절을 견뎌 온 존재들은 같은 공간에서 만나 잠시 시간을 나눈다. 전시 주제인 낯선 존재와의 소통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한 짧은 시간
이나겸 작가는 서로에게 이끌려 잠시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과 고양이의 관계를 겹쳐 담았다. 함께 지냈던 고양이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왜 그렇게 짧게 머물다 갔는지를 묻는 작은 원망도 작품 속에 함께 놓였다.
사람과 고양이가 나눈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기억 속에서는 여러 감정으로 이어진다. 그리움과 원망은 서로 반대되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모두 사랑했던 존재를 향한 마음에서 출발한다. 짧은 동행이 남긴 깊은 흔적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각예술에서 미디어 전시로
광양예술창고 미디어동의 시각예술 전시에 이어 일부 작가들의 미디어 작품은 2026년 10월 16일부터 10월 21일까지 예술창고 맞은편 365센터에서 선보인다. 하나의 주제를 시각예술과 미디어 작품으로 확장해 살펴볼 수 있는 구성이다.
전시장에서는 작품마다 다른 존재와 관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떤 작품은 자연을 향해 손을 내밀고, 어떤 작품은 사회의 불의와 권력을 바라본다. 사람과 동물의 짧은 동행을 기억하거나 삶의 순환과 선택을 묻는 작품도 자리한다. 표현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낯선 존재를 이해하고 함께 존재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공통된 흐름이 전시 전체를 잇는다.
광양과 인근 지역 청년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이번 연합전은 지역 예술가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뒷받침하는 문화 현장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광양시가 다양한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응원하는 가운데, 전시는 서로 다른 존재를 존중하고 소통하는 장면을 시민들에게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