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법원 입찰장 앞에서 아는 투자자 한 분이 제게 그러더군요. “세금 바뀐다는데, 이제 다주택자는 끝난 거 아니냐”고요. 솔직히 이런 말이 돌 때마다 저는 바로 물건표부터 다시 봅니다. 정책 뉴스보다 중요한 건 내 입찰가가 몇 천만 원 달라지느냐입니다.
부동산 세금 개편은 신문 제목만 보면 큽니다. 종부세,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실거주, 다주택자. 단어가 무겁죠. 그런데 경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합니다. 낙찰받고, 보유하고, 팔 때 남는 돈이 줄어드느냐 늘어나느냐. 이 계산이 틀리면 권리분석을 아무리 잘해도 수익률이 무너집니다.
이번 개편의 방향은 보유보다 거주 쪽입니다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부동산 쪽 흐름을 보면, 오래 들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크게 주던 구조가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정부가 내세운 방향은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고, 비거주 고가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에 붙던 혜택은 줄이겠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10년 들고 있으면 장기보유특별공제 많이 받는다”는 식의 계산이 꽤 먹혔습니다. 물론 거주 요건도 중요했지만, 보유기간 자체가 상당한 힘을 가졌죠. 그런데 개편안의 큰 줄기는 보유기간보다 거주기간을 더 보겠다는 겁니다. 경매로 낙찰받아 전세 끼고 보유하다가 나중에 팔 생각이었다면, 세후 수익률을 다시 두드려야 합니다.
종합부동산세도 비슷합니다. 1세대 1주택자 기본공제는 실거주 주택 쪽을 더 보호하는 방향이 제시됐고, 다주택자는 주택 수보다 전체 주택가액을 기준으로 보는 쪽으로 제도가 움직입니다. 다만 세제개편안은 발표 뒤 국회 논의와 시행령 조정 과정에서 숫자가 바뀔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 같은 항목은 초안과 이후 정부안 사이에서 조정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확정됐다”는 말만 믿고 바로 계약서 쓰는 건 위험합니다.
경매 투자자는 취득세보다 양도세에서 더 크게 맞을 수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입찰 전에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취득세입니다. 낙찰가 3억이면 취득세가 얼마냐, 법무비는 얼마냐, 명도비는 어느 정도냐.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래 해보면 진짜 수익률을 크게 흔드는 건 양도세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낙찰가 4억 2천만 원짜리 아파트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수리비 3천만 원, 명도비와 이사비 800만 원, 취득세와 법무비 등 부대비용을 대략 1천만 원 잡으면 실제 투입 원가는 4억 6천만 원 안팎까지 올라갑니다. 2년 뒤 5억 2천만 원에 판다고 치면 겉으로는 1억 가까이 번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대출이자, 중개보수, 양도세를 빼면 손에 남는 돈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여기에 장기보유특별공제 구조가 거주 중심으로 바뀌면, 단순 보유형 투자의 매력은 줄어듭니다. 특히 경매로 받아 전세를 맞추고 기다리는 방식은 세법 변화에 민감합니다. 가격이 오른다고 다 내 돈이 아닙니다. 팔 때 세금이 얼마인지 알아야 진짜 수익입니다.
종부세는 “몇 채냐”보다 “얼마짜리냐”를 더 봐야 합니다
예전에는 다주택자라는 말 자체가 세금 공포처럼 쓰였습니다. 2채냐 3채냐, 조정대상지역이냐 아니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랐죠. 앞으로의 방향은 주택 수만으로 단순하게 누르는 방식에서 전체 가액과 실거주 여부를 같이 따지는 흐름입니다.
이게 경매 투자자에게 무슨 뜻이냐면, 지방 저가주택 여러 채를 들고 있는 사람과 수도권 고가주택 한두 채를 들고 있는 사람의 계산법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나는 2주택이라 위험하다”가 아니라 “내 공시가격 합계가 얼마고, 어느 집에 실제 거주하고 있고, 보유 목적이 무엇인지”를 봐야 합니다.
경매 물건 중에는 공시가격이 낮아 보이는 빌라, 다세대, 지방 아파트가 많습니다. 그런데 싸다고 무조건 세금 부담이 작다고 보면 안 됩니다. 이미 보유한 주택과 합산했을 때 종부세 구간이 달라질 수 있고, 나중에 양도할 때 비과세 판단도 꼬일 수 있습니다. 권리분석에서 선순위 임차인만 보는 게 아니라, 내 기존 자산과 합쳐서 세금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초보가 제일 조심해야 할 물건은 애매하게 싸 보이는 물건입니다
경매장에서는 이상하게 1천만 원 싼 물건이 사람을 흔듭니다. 감정가 5억인데 최저가 3억 5천만 원, 주변 실거래는 4억 4천만 원. 겉으로는 좋아 보이죠. 그런데 대항력 있는 임차인, 체납관리비, 불법 증축, 수리비, 대출 한도, 세금까지 넣으면 숫자가 확 꺾입니다.
부동산 세금 개편이 있을 때는 이런 애매한 물건이 더 위험합니다. 세금이 확정되지 않은 구간에서는 보수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입찰가를 잡을 때 예상 양도차익의 20~30%를 세금과 변수 버퍼로 따로 떼어놓고 봅니다. 수익률이 그걸 견디지 못하면 입찰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들어간다고 따라 들어가면, 낙찰받는 순간부터 마음고생이 시작됩니다.
특히 실거주가 어려운 물건은 더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점유자가 강하게 버티는 집, 수리가 커서 바로 들어가기 어려운 집, 직장이나 학교 문제로 실제 거주가 불가능한 집은 세제상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세법이 거주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런 물건은 매입가에서 더 깎아야 맞습니다.
입찰 전에 세금표 한 장은 꼭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물건 하나 볼 때 최소 세 가지 가격을 적습니다. 낙찰 예상가, 보수적 매도가, 급매 처분가입니다. 여기에 취득세, 보유세, 대출이자, 명도비, 수리비, 중개보수, 양도세를 각각 넣습니다. 대충 머리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머리 계산은 항상 낙관적으로 흐릅니다.
예를 들어 낙찰가 3억 8천만 원, 총비용 4억 2천만 원, 예상 매도가 4억 8천만 원인 물건이 있다고 해도 세후 순이익이 3천만 원 밑으로 내려가면 저는 꽤 망설입니다. 명도가 한 달만 늘어져도 이자가 붙고, 매수자가 가격을 깎으면 바로 얇아집니다. 세금 개편기에는 이 여유폭이 더 필요합니다.
국세청,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안내를 보면 큰 방향은 확인할 수 있지만, 개인별 세액은 보유 주택 수, 취득 시점, 거주 여부, 조정대상지역 여부, 임대사업자 등록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큰 금액이 걸린 물건은 세무사에게 물어보는 비용을 아까워하면 안 됩니다. 상담료 몇십만 원 아끼려다 양도세 몇천만 원을 놓치는 경우를 저는 실제로 봤습니다.
부동산 세금 개편은 투자자를 겁주려고만 있는 신호는 아닙니다. 오히려 숫자를 제대로 보는 사람에게는 무리한 경쟁자를 걸러주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제는 “싸게 낙찰받으면 된다”는 말만으로 부족합니다. 싸게 사고, 버틸 수 있고, 팔 때 세금까지 남아야 진짜 투자입니다. 경매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개 크게 이긴 사람이 아니라, 크게 다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