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8평 원룸에 사는 친구 집에 갔는데, 새 가구를 들였는데도 방이 더 좁아 보이더라고요. 침대 옆에 수납장, 그 옆에 책상을 빈틈없이 붙여 놓은 게 문제였습니다. 8평원룸꾸미기는 뭘 더 사기 전에 바닥에 걸어 다닐 자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저도 예전에 수납장을 먼저 샀다가 문이 반밖에 안 열려 다시 중고로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가구를 사기 전에 동선을 재는 방법
줄자와 마스킹테이프를 준비해 방의 가로·세로, 문이 열리는 범위, 콘센트 위치를 적어 둡니다. 창문 앞과 에어컨 아래도 표시하세요. 가구 크기는 상품 설명에 적힌 폭만 보면 부족합니다. 서랍을 끝까지 뺄 공간과 의자를 뒤로 밀 공간까지 필요하거든요. 바닥에 가구 크기대로 테이프를 붙이고 실제로 현관에서 침대, 책상, 주방까지 걸어 보면 막히는 곳이 바로 드러납니다.
이 작업은 줄자와 테이프만 있으면 되고, 혼자서도 1~2시간이면 가능합니다. 통로 폭은 적어도 60cm 정도를 목표로 잡되, 현관문과 욕실 문이 완전히 열리는지가 먼저입니다. 침대가 통로를 먹는다면 침대 방향을 90도 돌려 보거나, 프레임 대신 낮은 침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낮은 가구를 쓸 때는 바닥 습기가 갇히지 않도록 매트리스 아래를 주기적으로 들어 환기할 자리도 남겨야 합니다.
큰 가구는 하나씩 줄이고 수납은 위로 올리기
원룸에서 책상, 식탁, 화장대를 각각 두면 가운데 남는 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저는 먼저 하루 중 가장 오래 쓰는 가구를 남깁니다. 재택근무를 한다면 책상을 넉넉히 두고 식사는 그 책상에서 해결하는 식입니다. 반대로 집에서는 잠만 잔다면 큰 책상보다 작은 접이식 상판이 쓸모 있을 수 있습니다. 생활 방식이 다른데 사진 속 배치를 그대로 따라 하면 금방 불편해집니다.
수납은 바닥에 상자를 계속 놓기보다 기존 옷장 안의 높이를 활용하는 게 먼저입니다. 선반 사이가 많이 비면 선반 받침이나 적층 바구니를 넣고, 자주 쓰는 물건은 손이 닿는 높이에 둡니다. 침대 밑 수납함은 넣기 전에 높이를 재세요. 손잡이가 걸려 안 들어가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바구니와 수납함은 한꺼번에 사지 말고 한 칸만 먼저 맞춰 보면 낭비가 줄어듭니다.
새 가구를 산다면 조립 시간도 예산에 넣어야 합니다. 작은 선반도 포장 뜯고 부품을 확인하고 조립하는 데 1~2시간은 잡는 게 편합니다. 드라이버 하나로 되는 제품인지, 전동드라이버가 있으면 수월한 제품인지 설명서를 먼저 확인하세요. 한 번 쓸 공구라면 새로 사기보다 빌릴 수 있는지 알아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색을 바꾸고 싶다면 벽 한 면부터
벽 전체를 칠하면 변화는 크지만 가구 이동, 보양, 건조 때문에 원룸에서는 생활 공간을 며칠 내주게 됩니다. 처음이라면 침대 머리맡처럼 눈에 잘 띄는 한 면만 칠하는 편이 부담이 적습니다. 벽을 닦고, 바닥과 몰딩을 가리고, 페인트를 두 번 칠하는 데 실제 작업 시간은 보통 반나절 이상 잡습니다. 도막이 마르는 시간과 환기까지 고려하면 하루에 모든 짐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은 빠듯합니다.
한 면 작업의 재료비는 페인트, 롤러, 붓, 마스킹테이프, 바닥 보양재를 합쳐 대략 6만~12만 원을 예산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벽 크기와 제품, 기존 벽 상태에 따라 달라지니 구매 전 도장 면적과 제품의 사용량 표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벽지가 들떠 있거나 곰팡이 자국이 있다면 그 위에 바로 칠하지 마세요.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덮으면 다시 자국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임대주택이라면 페인트나 접착식 시트지를 붙이기 전에 계약 조건과 원상복구 범위를 확인하는 게 먼저입니다. 떼어낼 수 있다는 제품도 벽지 표면까지 함께 뜯길 수 있습니다.
조명과 선반은 설치 방식부터 확인하기
조명은 방 분위기를 빨리 바꾸지만 천장 등기구 교체는 전기 배선을 만지는 작업입니다. 차단기나 배선 상태를 잘 모른다면 직접 분해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원룸에서는 콘센트에 꽂아 쓰는 스탠드부터 바꿔 보는 게 쉽습니다. 침대 옆에는 눈으로 빛이 바로 들어오지 않는 위치에 두고, 책상에는 손 그림자가 작업 면을 가리지 않도록 놓아 봅니다. 스탠드 하나를 옮기는 데는 10분이면 되지만, 필요한 밝기와 위치를 확인하는 데는 며칠 써 보는 게 낫습니다.
벽 선반은 물건을 올리면 생각보다 무거워집니다. 벽이 석고보드인지 콘크리트인지, 안쪽에 전선이나 수도 배관이 지나갈 가능성이 있는지 모르면 함부로 구멍을 뚫지 마세요. 벽체가 확인되고 임대인 허락도 받은 경우에만 제품 설명에 맞는 고정 부품과 하중을 따져 설치하는 게 안전합니다. 확인이 어렵다면 바닥에 놓는 얕은 선반을 고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가구가 넘어지지 않도록 무거운 물건은 아래에 두고, 흔들림이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처음 꾸밀 때는 수납함과 조명, 작은 선반까지 한 번에 장바구니에 담기 쉽습니다. 저는 배치를 바꾼 뒤 일주일만 살아 보고 필요한 것만 삽니다. 그동안 자꾸 바닥에 놓이는 물건이 뭔지 보이거든요. 8평에서는 빈 바닥 한 걸음을 남기는 일이 새 가구 하나 들이는 것보다 만족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