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화장대 위에 예쁜 수납함을 여러 개 올려둔 집을 봤습니다. 분명 물건마다 자리는 있었는데, 매일 쓰는 선크림은 늘 수납함 밖에 놓여 있더군요. 손이 닿기 불편한 자리는 아무리 보기 좋아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무인양품 화장대 정리를 할 때 제가 먼저 보는 것도 수납함의 모양이 아니라 아침에 손이 움직이는 순서입니다.
아침에 쓰는 순서대로 자리를 잡습니다
화장대 앞에 앉아 세안 뒤부터 외출 직전까지 쓰는 물건을 차례로 꺼내보면 의외로 답이 빨리 나옵니다. 기초 제품, 선크림, 매일 쓰는 색조, 빗처럼 손이 자주 가는 것만 상판이나 가장 열기 쉬운 서랍에 둡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쓰는 팩이나 여분 제품까지 같은 자리에 놓으면, 매일 필요한 물건을 꺼내느라 앞의 물건을 치우게 됩니다.
오른손잡이라면 자주 쓰는 제품을 오른쪽에, 왼손잡이라면 왼쪽에 두는 식으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다만 거울 앞에서 양손을 함께 쓰는 사람이라면 손잡이보다 동선이 우선입니다. 드라이어를 꽂는 콘센트가 왼쪽에 있는데 코드가 서랍 손잡이를 가로지른다면, 수납 위치부터 다시 잡아야 하죠. 작은 불편이 매일 반복되면 결국 상판에 물건이 쌓입니다.
상판에는 현재 사용하는 제품만 남기고 손바닥 한 뼘 정도의 빈 공간을 확보합니다. 그 자리가 있어야 뚜껑을 열거나 브러시를 잠깐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빈 공간은 보기 좋으라고 남기는 여백이 아니라, 화장하는 동안 실제로 쓰는 작업 공간입니다.
수납함을 사기 전에 물건의 양을 줄입니다
무인양품 수납용품은 모양이 단정해서 여러 개 나란히 놓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화장대에서는 칸을 늘리는 만큼 물건도 늘기 쉽습니다. 먼저 같은 종류를 한곳에 모아 현재 쓰는 것, 여분, 거의 쓰지 않는 것으로 나눠보세요. 립 제품이 열 개라면 예쁜 칸 열 개를 만드는 것보다 평소 손이 가는 색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저는 화장대를 볼 때 유통기한과 사용 상태도 함께 확인합니다. 굳은 마스카라, 색이 변한 제품, 피부에 맞지 않아 손이 끊긴 제품은 수납 자리를 차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버릴지 망설여지는 물건은 별도 상자에 넣고 2주 정도 생활해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그동안 찾지 않았다면 가장 좋은 칸을 내줄 필요는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분은 한 곳에 모으되, 쓰는 제품과 섞지 않는 편이 편합니다. 같은 로션이 두 병 보이면 어느 쪽을 먼저 열었는지 헷갈리기 쉽거든요. 새 제품은 서랍 뒤쪽이나 별도 칸에 두고, 현재 쓰는 병 하나만 손 닿는 곳에 남깁니다.
무인양품 수납용품은 서랍 치수에 맞춥니다
이제 수납함을 고를 차례입니다. 구매 전에 서랍의 안쪽 가로·세로·높이를 재고, 손잡이와 레일 때문에 실제로 쓸 수 없는 부분도 확인합니다. 서랍 겉면 치수만 보고 고르면 뚜껑이 걸리거나 끝까지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이에 서랍 바닥 크기를 그린 뒤 제품이 들어갈 자리를 배치해보면 불필요한 구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칸의 크기는 물건 이름보다 꺼내는 동작에 맞추는 게 낫습니다. 면봉이나 화장솜처럼 손으로 집는 물건은 얕은 칸에, 키가 큰 병은 세워서 꺼낼 수 있는 자리에 둡니다. 자주 쓰는 브러시를 깊은 통에 빽빽하게 꽂으면 손잡이를 찾느라 결국 여러 개를 한꺼번에 꺼내게 됩니다. 너무 딱 맞는 칸보다 손가락이 들어갈 틈이 있는 칸이 쓰기 편합니다.
투명한 수납함은 내용물이 보여 찾기 쉽지만, 화장품 가루와 손자국도 눈에 띕니다. 반투명하거나 불투명한 수납함은 시각적으로 차분한 대신 안에 무엇을 넣었는지 잊기 쉽죠. 매일 여는 칸에는 보이는 수납을, 여분을 두는 칸에는 가려지는 수납을 쓰는 식으로 나누면 관리 부담이 덜합니다. 재질이나 색을 모두 맞추는 데 예산을 쓰기보다, 먼저 자주 여닫는 서랍 한 칸을 편하게 만드는 데 쓰는 편이 체감이 큽니다.
흐트러지는 순간을 기준으로 배치를 고칩니다
수납함을 놓은 첫날보다 일주일 뒤 모습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상판에 계속 남는 물건이 있다면 사용 습관을 탓하기 전에 그 물건의 자리를 살펴봅니다. 서랍을 두 번 열어야 꺼낼 수 있는지, 앞의 병을 옮겨야 하는지, 사용한 뒤 다시 넣기 어려운지 확인해보세요. 가장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한 번의 동작으로 꺼내고 돌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화장대에는 작은 휴지통과 닦을 천을 가까이 두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화장솜 포장이나 면봉을 버리러 멀리 가야 하면 상판에 잠시 두게 되고, 그 잠시가 쌓입니다. 가루가 떨어진 자리도 그때 닦기 쉬워야 깨끗한 상태가 이어집니다. 저는 외출 전 3분을 따로 청소 시간으로 잡기보다, 화장이 끝나면 물건을 제자리에 넣고 상판을 한 번 닦을 수 있는 배치를 선호합니다.
무인양품 화장대 정리는 같은 모양의 수납함으로 빈틈을 채우는 작업이 아닙니다. 아침마다 손이 가는 물건이 편하게 나왔다가 돌아갈 자리를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일주일 뒤에도 상판이 쓸 만하다면, 그 집에는 그 배치가 잘 맞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