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고객 집에서 새로 산 수납장을 옮긴 적이 있어요. 디자인도 크기도 마음에 든다던 물건인데, 현관에서 거실로 가는 길에 놓이니 매일 어깨가 닿았거든요. 리빙페어 코엑스에 가기 전에도 저는 마음에 드는 색보다 집에서 걸리는 동선부터 떠올립니다.
전시장에서는 가구와 조명, 식기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어 눈이 즐겁습니다. 다만 부스에서 멋진 물건과 우리 집에서 편한 물건은 다를 수 있어요. 집에서 잰 치수와 평소 습관을 들고 가면 그 차이가 꽤 선명해집니다.
가고 싶은 부스보다 집에서 불편한 자리부터 적어요
저는 방문 전에 딱 세 가지를 적습니다. 지금 불편한 장면, 물건을 놓을 자리의 치수, 이번에 쓸 수 있는 금액이요. 예를 들어 ‘식탁 옆에 가방이 쌓인다’는 문제라면 수납장 전체를 바꿀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가방을 내려놓는 위치에 얕은 선반이나 걸이를 두는 편이 생활에 더 잘 맞을 때가 많아요.
치수는 물건이 들어갈 폭만 재면 부족합니다. 문이 열리는 방향, 콘센트 위치, 의자를 뒤로 뺄 공간까지 같이 봐야 해요. 소파를 보러 간다면 벽 길이와 기존 소파 크기를 적고,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새 소파가 차지할 자리를 미리 확인해 보세요. 통로가 답답해지는지 집에서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
코엑스가 안내한 2026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2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열렸고, 가구·조명·생활용품 등 품목을 홀별로 나눠 선보였습니다. 다음 행사에 갈 계획이라면 날짜와 홀 구성, 입장료는 그해 코엑스 관람 안내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저는 전시 목록을 볼 때도 해결하려는 불편과 관련된 품목부터 표시해 둡니다.
전시장에서는 사진보다 몸으로 확인해요
의자는 꼭 앉아 봅니다. 등을 기대고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지, 일어날 때 팔걸이가 방해되지 않는지 보세요. 식탁 의자라면 한 번 밀어 넣고 다시 빼 보는 것도 좋습니다. 부스에서는 넉넉해 보이던 의자가 집에서는 뒤쪽 벽에 걸릴 수 있거든요.
수납 가구는 문과 서랍을 끝까지 열어 봅니다. 손잡이가 잡기 쉬운지, 무거운 물건을 넣을 아래 칸이 있는지, 자주 쓰는 물건이 손 닿는 높이에 들어가는지가 중요해요. 한 고객은 전시장에서 본 높은 선반이 예뻐서 고민했는데, 집에서 매일 쓰는 프린터 용지를 꺼내려면 발판이 필요했습니다. 그 집에는 낮은 서랍장이 더 편했어요.
조명은 밝기만 보고 고르기 어렵습니다. 전시장 천장은 높고 주변에도 불이 많으니까요. 집에서 쓸 위치를 떠올리며 빛이 아래로 모이는지, 눈높이에서 전구가 직접 보이는지 확인합니다. 침대 옆 독서등이라면 스위치를 누르기 쉬운지도 봐요. 잠들기 전마다 몸을 길게 뻗어야 한다면 예쁜 조명도 금세 손이 안 갑니다.
예산은 오래 만지는 곳에 먼저 씁니다
같은 예산이라면 매일 앉는 의자나 여닫는 서랍에 돈을 먼저 배분합니다. 반면 계절마다 취향이 바뀌는 쿠션 커버나 작은 장식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요. ‘페어에서만 할인’이라는 문구를 봐도 원래 사려던 물건인지부터 생각합니다. 할인율이 높아도 놓을 자리가 없으면 지출만 늘어요.
가격표를 찍을 때는 제품명만 남기지 말고 배송비, 설치비, 주문 후 받을 수 있는 시기, 관리 방법도 함께 적어 둡니다. 패브릭 소파는 커버를 벗겨 관리할 수 있는지, 테이블은 물자국을 닦는 방법이 까다롭지 않은지 물어보세요. 반려동물이나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소재의 촉감만큼 오염을 닦아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유행하는 모양이 마음에 들 때는 집에 있는 물건 세 가지와 나란히 놓인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색이 잘 맞는 것보다 크기와 쓰임이 맞는지가 먼저예요. 작은 집에 큰 사이드테이블을 들이면 컵을 놓기는 좋지만 청소할 때마다 밀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오래 쓸 물건일수록 구매 뒤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그려 보는 편이 낫습니다.
집에 돌아와 하루만 더 걸러 봅니다
현장에서 마음에 든 제품은 사진과 메모를 묶어 두고, 집에 와서 설치할 자리를 다시 봅니다. 저는 바닥에 물건 크기만큼 종이를 펼쳐 놓기도 해요. 그 상태로 하루를 지내면 청소기를 돌릴 때 걸리는지, 가족이 지나다니며 불편해하는지 금방 드러납니다.
구매 후보가 여럿이면 ‘지금 불편한 일을 줄이는가’, ‘둘 자리가 있는가’, ‘관리할 수 있는가’ 세 가지로 고릅니다. 세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물건이 드물게 보여도 괜찮아요. 페어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확은 꼭 쇼핑백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집에 필요한 크기와 기능을 눈으로 확인했다면, 다음 선택은 이미 훨씬 쉬워져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