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비트코인이 급등했다는 말을 듣고 차트를 열었는데,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가격보다 거래량이었다. 7년간 거래소와 온체인 데이터를 함께 보며 배운 건 간단하다. 가상화폐시세가 움직였다는 사실과 그 움직임을 버틸 수급이 붙었다는 판단은 다르다.
1. 가격 옆에는 같은 시장의 거래량을 둔다
가격이 5% 올랐다는 숫자만으로는 매수세의 두께를 알 수 없다. 나는 같은 거래소, 같은 거래쌍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을 앞선 며칠과 비교한다. 원화 거래대금이라면 코인 가격 상승만으로 금액이 커질 수 있어 체결량도 함께 본다. 거래소마다 집계 기준과 유동성이 다르니 서로 다른 곳의 숫자를 그대로 붙여 비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가격은 5% 올랐는데 체결량이 평소의 절반이라면, 얇은 호가에서 나온 움직임일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이 횡보해도 거래량이 늘고 특정 가격대에서 매도 물량이 계속 소화된다면 수급 변화를 의심해 볼 만하다. 어느 쪽이든 하루치 숫자 하나로 추세를 확정하지는 않는다.
2. 미결제약정과 펀딩비로 레버리지의 무게를 잰다
선물 시장에서는 미결제약정도 본다. 아직 청산되거나 종료되지 않은 계약의 규모다. 가격과 미결제약정이 함께 오르면 새 포지션이 쌓이고 있다는 뜻일 수 있지만, 그 숫자만으로 매수 포지션이 우세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계약에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동시에 있기 때문이다. 달러 표시 미결제약정은 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커질 수 있어 계약 수량 변화까지 확인한다.
펀딩비는 무기한 선물의 포지션 보유 비용을 읽는 데 쓴다. 양수라면 통상 매수 포지션이 매도 포지션에 지급한다. 가격 상승, 미결제약정 증가, 높은 양의 펀딩비가 겹치면 상승세와 함께 레버리지 부담도 커졌다고 읽는다. 근데 펀딩비가 높다고 곧바로 하락하는 건 아니다. 현물 거래량이 상승을 받치는지, 펀딩비가 여러 정산 구간 동안 높게 유지되는지를 더 본다. CME그룹의 미결제약정 설명과 바이낸스의 펀딩비 안내도 각각 계약 잔량과 포지션 간 지급 구조를 구분한다.
3. 거래소 잔고와 SOPR은 단독 신호로 쓰지 않는다
온체인에서 거래소로 코인이 유입되면 매도 가능 물량이 늘었다고 해석하기 쉽다. 하지만 입금이 곧 매도 체결은 아니다. 거래소 내부 지갑 이동이나 주소 식별 변경도 잔고 그래프를 흔든다. 글래스노드는 거래소 잔고가 식별된 주소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이며, 과거 수치도 주소 분류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큰 유입이 보이면 지갑 이동의 성격을 확인하고 현물 거래량·호가 변화와 맞춰 본다.
SOPR은 이동한 코인의 실현 가치와 생성 당시 가치의 비율이다. 1을 넘으면 해당 기간 이동한 코인이 평균적으로 이익 상태, 1보다 낮으면 손실 상태였다는 의미다. 다만 모든 보유자의 수익률이 아니다. 움직인 코인만 대상으로 하므로, 하루 수치가 1 아래로 내려갔다고 시장 전체가 바닥을 찍었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하루 값보다 며칠간 1 부근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와 거래량 변화를 함께 본다.
4. 거래소 사고 때는 가격보다 거래 가능성을 확인한다
2022년 FTX 사태는 시세 숫자만 봐서는 놓치는 위험을 보여줬다. 코인게코의 2022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FTX 사태의 여파 속에 그해 저점인 1만5742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처럼 거래소 신뢰가 흔들리면 화면의 반등 가격보다 입출금 상태, 호가 간격, 실제 체결 규모가 먼저다. 자산을 옮기거나 포지션을 줄일 수 없는 시장에서는 차트상 가격이 유리해 보여도 대응이 늦어진다.
내가 가상화폐시세를 볼 때의 순서는 가격과 현물 거래량, 선물 포지션의 부담, 온체인 이동, 거래소 운영 상태다. 네 숫자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날은 드물다. 서로 어긋나는 부분을 찾으면 매수·매도 이유보다 먼저 감당할 손실과 포지션 크기를 생각하게 된다. 그 습관이 급등장에서도 오래 버티는 데 더 쓸모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