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거래창에서 하루에 20% 오른 알트코인을 봤다. 채팅창은 더 간다는 말로 가득했지만, 나는 가격보다 거래량과 유통량부터 확인했다. 알트코인시세는 상승률 하나로 읽으면 쉽게 늦는다. 누가 사고 있는지, 앞으로 팔 수 있는 물량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따라 같은 상승도 의미가 달라진다.
1. 상승률보다 거래대금의 지속성을 본다
가격이 10%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매수세가 두텁다고 볼 수는 없다. 평소 하루 거래대금이 100억 원이던 종목이 500억 원을 기록하며 오르는 경우와, 거래대금이 120억 원에 그친 채 오르는 경우는 다르다. 뒤쪽은 적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숫자는 예시지만, 내가 비교하는 방식은 늘 같다. 같은 거래소의 최근 7일 평균 거래대금과 상승 당일 거래대금을 나란히 놓는다.
거래량이 급증해도 바로 좋은 신호는 아니다. 긴 윗꼬리를 남기고 종가가 밀렸다면 높은 가격에서 팔려는 물량도 많았다는 뜻이다. 다음 날 거래대금이 급감하는지도 본다. 첫날의 관심이 이어지지 않으면 호가가 얇아지고, 급하게 나올 때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될 수 있다. 특히 소형 알트코인은 시세 화면의 마지막 체결가보다 실제 매수·매도 호가 간격이 더 중요한 순간이 많다.
2. 비트코인과 비교해야 시장의 폭이 보인다
알트코인이 원화 기준으로 8% 올라도 같은 기간 비트코인이 12% 올랐다면 상대 수익률은 뒤처진다. 시장 전체가 오른 효과와 그 코인에만 들어온 수요를 구분하려면 비트코인 대비 가격을 함께 봐야 한다. 한두 종목만 튀는지, 여러 섹터의 종목이 같이 오르는지도 확인한다.
코인마켓캡의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100개 대상 코인 가운데 최근 90일 동안 비트코인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 비율로 시장의 폭을 보여준다. 대상의 75%가 앞서면 알트코인 시즌으로 분류한다. 다만 지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산 종목이 오르는 건 아니다. 이미 많이 오른 뒤에 지표가 높아질 수도 있다.
과거에도 자금 이동은 눈에 띄었다. 코인마켓캡 자료에서 비트코인 점유율은 2021년 2월 초 61.9%에서 그해 5월 중순 약 40%까지 내려갔다. 그렇다고 당시 모든 알트코인이 똑같이 오른 것은 아니다. 시장 전체의 방향을 확인한 다음에도 개별 종목의 거래대금과 수급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다.
3. 유통량과 잠금 해제 물량을 계산한다
한 개 가격이 100원인 코인이 1만 원인 코인보다 싸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현재 유통량이 10억 개인 코인의 시가총액은 1,000억 원이고, 1,000만 개가 유통되는 1만 원짜리 코인의 시가총액도 1,000억 원이다. 코인베이스가 설명하는 시가총액도 가격에 유통량을 곱하는 방식이다. 단가보다 유통량을 먼저 확인해야 비교가 된다.
총발행량과 잠금 해제 일정까지 붙이면 그림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현재 10억 개가 유통되고 총공급량이 50억 개라면,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완전희석가치는 유통 시가총액의 5배다. 그렇다고 나머지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향후 한두 달의 잠금 해제량을 현재 유통량 및 최근 거래량과 비교한다. 새 물량을 받아낼 거래가 부족하면 좋은 뉴스가 나와도 상승이 막힐 수 있다.
4. 온체인 입금과 선물 쏠림을 함께 본다
거래소로 코인이 대량 이동하면 잠재적 매도 물량이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입금이 곧 매도 체결은 아니다. 거래소 내부 지갑 이동이나 보관 방식 변경이 섞일 수 있고, 프로젝트 지갑 한 곳의 움직임이 수치를 왜곡하기도 한다. 그래서 순입금이 평소보다 커졌는지 확인한 뒤 실제 현물 거래대금과 가격 반응을 대조한다.
파생상품에서는 미결제약정과 펀딩비를 본다. 바이낸스 설명대로 펀딩비가 양수면 무기한 선물의 롱 포지션이 숏 포지션에 비용을 지급한다. 가격 상승과 함께 미결제약정이 늘고 펀딩비도 높아진다면 매수 포지션이 몰렸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현물 거래대금까지 같이 늘면 수요가 받쳐줄 수 있지만, 선물 거래만 달아오르면 작은 하락에도 강제 청산이 가격을 더 흔들 수 있다. 펀딩비 하나만으로 고점을 단정하지 않는 이유다.
나는 알트코인시세가 급하게 움직일수록 진입 가격보다 틀렸을 때의 손실을 먼저 계산한다. 가격이 10% 빠질 때 감당할 금액이 정해져 있어야 거래대금, 유통량, 온체인 수급을 차분히 읽을 수 있다. 숫자는 다음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서두를 이유가 없는 거래를 걸러주는 데는 꽤 쓸모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