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비트코인 가격이 급하게 움직일 때 거래소 입금량이 늘었다는 글이 여럿 보였다. 매도 물량이 쏟아질 거라는 해석도 따라붙었다. 그런데 입금량만으로는 누가 실제로 팔았는지 알 수 없다. 7년간 거래소 화면과 블록체인 데이터를 같이 보면서 배운 건, 숫자의 방향보다 그 숫자가 무엇을 세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1. 활성 주소는 사람 수가 아니다
활성 주소는 일정 기간 거래를 보내거나 받은 주소의 수다. 글래스노드에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네트워크 활동 지표이지만, 활성 주소 10만 개가 사용자 10만 명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 사람이 여러 주소를 쓸 수 있고 거래소 한 곳이 수많은 고객의 거래를 몇 개 주소로 처리할 수도 있다.
가령 하루 활성 주소가 8만 개에서 12만 개로 50% 늘었다고 하자. 관심이 커졌다는 단서는 된다. 다만 특정 서비스의 보상 이벤트나 지갑 이동이 만든 증가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럴 때 하루치보다 7일 평균을 보고, 거래 건수와 수수료도 함께 비교한다. 주소만 늘고 다른 활동이 따라오지 않으면 매수 근거로 삼기 어렵다.
2. 거래 건수와 수수료는 함께 읽는다
블록체인의 거래 건수는 네트워크가 얼마나 자주 사용됐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거래의 경제적 무게가 같지는 않다. 소액 전송 수천 건과 큰 자금의 이동 한 건을 단순히 건수로 비교할 수 없다. 이더리움의 경우 거래 수수료는 사용한 가스와 가스 가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수수료 증가 역시 활동 증가와 혼잡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거래 건수가 20% 늘었는데 총수수료가 3배가 됐다면, 이용자가 그만큼 늘었다고 단정하기보다 네트워크가 붐비면서 거래 비용이 뛰었는지 확인한다. 반대로 수수료가 낮아졌다고 수요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거래가 비용이 낮은 다른 체인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숫자 하나로 체인의 흥망을 말하는 글은 여기서 자주 빗나간다.
3. 거래소 순유입은 매도 주문이 아니다
거래소 순유입은 일정 기간 거래소로 들어온 코인에서 밖으로 나간 코인을 뺀 값이다. 1만 BTC가 들어오고 8천 BTC가 나갔다면 순유입은 2천 BTC다. 보통 잠재 매도 물량을 가늠할 때 보지만, 입금된 코인이 즉시 시장에 팔렸다는 뜻은 아니다. 담보 이동, 수탁 주소 변경, 거래소 내부 지갑 이동도 해석을 흔든다.
더구나 거래소 지갑을 식별하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글래스노드도 거래소 지표가 주소 분류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나는 큰 순유입이 나오면 현물 거래량과 가격 반응을 함께 본다. 입금이 늘어도 가격이 버티고 현물 매수 거래가 받쳐주면 상황은 달라진다. 반대로 유입 증가와 가격 하락, 현물 거래량 급증이 겹치면 매도 압력을 더 무겁게 본다.
4. TVL 상승과 신규 자금 유입은 다르다
탈중앙화 금융에서 TVL은 프로토콜에 예치된 자산의 달러 가치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코인 수량뿐 아니라 코인 가격도 반영된다. 예를 들어 1,000 ETH가 예치된 곳에서 ETH 가격만 2,000달러에서 3,000달러로 오르면 TVL은 2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가 된다. 새로 들어온 ETH가 없어도 50% 늘어나는 셈이다. 디파이라마도 이런 가격 효과와 실제 자금 유입을 구분한다.
따라서 TVL이 올랐다는 소식에는 예치 토큰 수량과 달러 기준 유입액을 확인한다. 가격 상승분을 빼고도 예치량이 늘었는지 보는 것이다. TVL이 크다고 토큰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익이 큰 것도 아니다. 프로토콜 이용자가 낸 수수료와 실제로 프로토콜에 남는 수익은 별개라서, 이 둘의 흐름까지 확인해야 평가가 가능하다.
5. SOPR 1은 수익 실현의 기준선이다
비트코인을 볼 때는 SOPR도 확인한다. 움직인 코인의 현재 가치가 이전에 이동했을 때의 가치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보다 높으면 해당 기간 이동한 코인에서 평균적으로 이익이 실현됐고, 1보다 낮으면 손실이 실현됐다는 뜻이다. 가령 1.05라면 계산 대상 코인의 실현 가치가 이전 가치보다 약 5% 높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SOPR이 1을 넘는 날을 곧장 매도 신호로 쓰지는 않는다. 이 지표는 그날 움직인 코인을 대상으로 하며, 모든 보유자의 수익률을 보여주지 않는다. 가격이 오르는데 SOPR도 높아지면 이익 실현 물량을 시장이 얼마나 받아내는지 거래소 현물 거래량과 비교한다. 가격만 보고 쫓아 들어갈 때보다 매수세의 힘과 잠재 매도 압력을 차분히 가늠할 수 있다.
온체인 숫자는 거래가 일어난 흔적을 보여주지만, 다음 가격을 약속하지는 않는다. 내가 매매 전에 확인하는 건 지표 하나의 급등보다 서로 다른 숫자가 같은 상황을 가리키는지다. 해석이 엇갈리는 날에는 포지션을 작게 잡는 편이, 확신에 찬 숫자 하나를 믿는 것보다 오래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됐다.
